제3화
계산하는 남자
잠에서 깬 것이 아니었다.
잠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현은 천장의 비상등 위치를 확인했다. 병실 구조를 떠올렸다. 문까지 4.5미터. 창문까지 2미터. 의자——
비어 있었다.
이준이 없었다.
도현은 자신의 첫 번째 반응을 관찰했다. 불안이었다. 인식하는 데 0.3초, 불쾌해지는 데 0.5초.
경호원 하나가 자리를 비웠다고 불안을 느끼는 인간이 된 건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맨발이 바닥에 닿았다. 차가웠다. 명확한 감각. 현실의 증거.
세면대 거울 앞에 섰다. 다크서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와 있었고, 입술이 세 군데 갈라져 있었고, 붕대 감긴 손목이 환자복 소매 아래로 보였다.
2초간 보았다.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세 번.
보고 시작하지.
*
이준은 복도에 있었다.
문을 열자 왼쪽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대기하는 것. 두 단어의 차이를 이 남자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노트 가져와. 리갈 사이즈, 줄 있는 것. 펜은 검정."
이준이 움직이기 전에 도현은 덧붙였다.
"그리고——"
"구조 경로 보고서를 원하시는 겁니까."
도현은 말을 멈췄다. 이준이 다음 말을 예측했다. 정확히. 놀라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억했다. 이 남자는 요청의 패턴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을.
"날 구한 건 고맙지만, 보고는 정확히 해."
이준은 고개를 숙이고 3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젯밤의 반 걸음이 아니라, 본래의 세 걸음.
그 거리가 돌아온 것에 안도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도현은 판단을 보류했다.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
30분 후, 도현은 병실 침대 위에 노트를 펼쳐놓았다.
펜을 왼손으로 쥐었다. 오른손 봉합이 깊었기 때문이다. 도현은 오른손잡이였지만 왼손으로도 글씨를 쓸 수 있었다. 기획조정실장에게 불가능은 비효율의 다른 이름이었다.
"시작해."
"D-Day 오후 2시 14분, 도련님 성수동 소재 갤러리 '무진' 출발. 도보 이동. 전담 경호 배제 요청하셨습니다."
배제 요청. 맞았다. 잠행이었다. 경호를 빼달라고 한 것은 도현 자신이었다.
"2시 23분, 성수역 부근 이면도로에서 차량 접근. 검정 스타리아. 번호판 오염 처리. 2시 24분, 강제 탑승."
"1분." 도현이 말했다. "접근에서 탑승까지 1분이면 사전 답사가 최소 3회. 그 루트를 어떻게 알았지."
이준이 0.5초 침묵했다. 도현은 그 0.5초를 기록했다. 침묵의 길이가 곧 정보의 무게.
"도련님의 갤러리 방문 패턴을 분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월 2회, 주로 화요일, 경호 배제 요청 확률이 높았습니다."
도현의 펜이 멈췄다.
이준이 도현의 잠행 패턴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자주 경호를 벗어나는지를——이 남자는 수치로 파악하고 있었다.
전담 경호원의 업무 범위인가. 그 이상인가.
질문하지 않았다. 숫자만 적었다. 그러나 펜을 쥔 왼손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다.
"이동 경로."
"뚝섬로 경유, 폐공장 단지. 약 7분. CCTV 사각지대를 정확히 경유했습니다."
"사각지대 지도를 네가 갖고 있다는 거지."
"전담 경호원의 기본 업무입니다."
합리적인 대답이었다. 이준의 목소리에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왼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동작. 0.3초. 도현은 그것을 시야 끝에서 포착했다.
노트 가장자리에 작은 물음표를 하나 그렸다.
이 남자는 내 잠행 루트를 예측하고, 사각지대 지도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 남자가 납치를 막지 못했다.
*
노트 3페이지가 채워졌다.
시간, 장소, 차량, 경로, 납치범 수, 무장 수준. 거기에 72시간 동안 관찰한 것들을 추가했다. 군화 사이즈 270. 붉은 점토질. 케이블 타이 결속법. '위에서'라는 표현. 존댓말 보고 체계.
노트 하단에 선을 긋고 적었다.
"GPS 내부 차단."
이준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어깨가 0.5센티미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근육 경직. 도현은 시야 끝에서 포착했다.
"이준. 납치범이 말했어. 'GPS는 내부에서 처리됐다. 깔끔하게.' 이건 뭘 의미하지?"
이준이 2초간 침묵했다. 아까의 0.5초가 아니라 2초. 네 배.
그 2초 동안 도현은 이준의 눈을 보았다. 무표정. 그런데 봉합이 끝난 후 손목에 머물던 시선이 떠올랐다. 규칙을 깨뜨린 그 정지.
이 남자에게도 균열이 있다.
"도련님의 위치 추적은 블랙팀 서버에서 관리됩니다. 접근 권한은 팀장, 부팀장, 전담 경호원, 기획조정실 보안 담당자입니다."
"네 명."
"네 명입니다."
폐공장에서 계산한 숫자는 다섯이었다. 차이가 1명.
"비서실장 접근 권한은 작년에 삭제되었습니다. 도련님이 직접 요청하셨습니다."
맞았다. 자신이 한 일을 잊고 있었다. 72시간의 탈수와 수면 부족이 기억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있다.
*
노트를 닫았다.
네 명. 팀장, 부팀장, 전담 경호원, 보안 담당자.
그중 전담 경호원은——눈앞에 서 있었다.
도현은 이준을 보았다. 이준은 시선을 피하지도, 마주하지도 않았다. 그저 거기 서 있었다. 판독 불가능하게.
노트를 다시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 네 개의 이름.
박성호. 블랙팀장.
김재훈. 부팀장.
이준. 전담 경호원.
오영민. 보안 담당.
네 명 중 한 명이 GPS를 차단했다. 네 명 중 한 명이 72시간의 지옥을 설계했다.
그리고 네 명 중 한 명이 도현을 구했다.
같은 사람일 수도 있었다.
이준의 이름 옆에 물음표를 하나 더 그렸다. 작게.
이준이 종이컵을 가져왔다. 아침에 거부한 것과 같은. 아무 말 없이 내려놓았다.
도현은 이번에는 마셨다.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아까의 장면이 떠올랐다. 봉합이 끝난 뒤, 도현의 손목에 머물던 이준의 시선. 규칙에서 벗어난 0.5초. 그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이 남자가 건네는 물을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된다.
하지만 목이 말랐다.
빈 종이컵을 내려놓고, 노트를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GPS는 왜 끊겼지."
이준을 보고 한 말이 아니었다. 노트를 보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준의 호흡이 한 박자 멈추는 것을——도현은 듣지 못한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