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첫 방해
등기우편은 항상 아침에 온다. 사람을 가장 약하게 만들 때.
오전 8시 11분. 이카루스 길드 1층 우편함.
정해린이 우편물을 가져왔다. 얼굴이 평소보다 하얬다. 봉투를 들고 올라오는 계단 소리가 평소보다 느렸다.
봉투가 두 개였다.
하나는 세무청 발신. 하나는 HMB 발신.
종이 한 장이 검보다 날카로운 날이 있다.
승헌은 HMB 봉투를 먼저 열었다.
〔헌터시장 교란 및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조사 통지. 이카루스 길드 법인 대표 박성우 외 관련자. 출석 요구일: 통지 후 72시간 이내.〕
은설이 읽었다. 노트북 키보드 위에 손이 멈췄다.
세무조사 + 불공정거래 조사. 동시 착수.
공개매수 성공 확률: 61%→47%. 조사 장기화 시 금융기관 이탈 가능성 38%.
47%. 파란색에서 노란색 경계였다.
"계좌 분산이 오히려 수상해 보이게 설계됐군요."
은설이 고개를 들었다.
"SPV 추가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형이 이걸 노렸습니다. 계좌가 분산되어 있으면 더 수상하죠. 숨기는 것처럼 보이니까."
은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함정이었어요. 처음부터."
"SPV 추가를 결정한 순간부터요."
"방어전 순서 정리합니다." 승헌이 말했다. "첫째. 매집 근거자료 정리. 공개 데이터 기반으로만. HMB 탐사 보고서, 던전 공략 실적, 수익 시뮬레이션."
은설이 받아쓰기 시작했다.
"둘째. 공시 초안 선제 제출. 오늘 오전 중으로."
"조사가 시작됐는데 공시를요?"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공시합니다. 숨기는 사람은 조사받을 때 엎드립니다. 저는 조사받으면서 공시합니다."
"셋째. 자금 출처 공개. 엘리시움 자금 전액 공개. SPV 구조 법률 검토 결과 첨부."
은설이 메모를 마쳤다.
"한 가지만요." 그녀가 말했다. "이 방어전, 이길 수 있어요?"
"확률은 47%입니다.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0은 아닙니다."
은설이 노트북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공시 초안 수정 시작하겠습니다."
승헌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태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조사 착수됐습니다. 변호사 라인 붙여주십시오.〕
답장은 3분 만에 왔다.
〔법무법인 HK 강재현 변호사. 오늘 오후 2시 합류.〕
*
▶ 이카루스 길드. 대회의실. 오전 10시.
HMB 조사관이 들어왔다. 둘이었다. 40대 남성과 30대 여성. HMB 감사4팀.
임원들이 한 줄로 앉아 있었다. 박성우 얼굴에는 어제 주차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승헌은 테이블 끝에 앉았다.
"강승헌 씨, 맞으십니까?"
"네."
"매집 계좌가 총 일곱 개입니다. 의도적으로 분산한 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조사관이 멈췄다.
"의도적으로 분산한 이유는요?"
"리스크 헤지입니다. 단일 계좌 집중 시 시장 충격이 과도하게 발생합니다. 소규모 분산 매집이 시장 교란 가능성을 오히려 낮춥니다."
"근거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승헌은 파일을 폈다.
"이카루스 길드 공개 재무 자료. HMB 공개 탐사 보고서. 던전 공략 실적 3개년. 전부 공개 데이터 기반입니다."
파일을 조사관 앞으로 밀었다.
"이 자료에서 나온 예측이 수익률 78%입니다. 숨겨진 정보는 없습니다."
조사관이 자료를 넘겼다. 회의실이 조용했다.
40대 조사관이 고개를 들었다.
"이 예측… 어디서 나온 겁니까?"
진짜 질문이 나왔다.
"마켓 아이입니다."
조사관의 펜 끝이 멈췄다.
"각성 스킬이요?"
"정확히는 고유 스킬입니다. 저는 헌터 등록상 E급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실제 각성 상태는 등록 전 특수 스킬 발현으로 별도 분류됩니다. 마켓 아이는 재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스킬입니다."
30대 조사관이 메모를 멈추고 물었다.
"E급 등록이지만 특수 스킬을 보유한다는 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전투 각성이 아닌 분석형 스킬 단독 발현입니다. HMB 특수 스킬 분류 규정 제17조에 해당합니다."
30대 조사관이 끄덕이며 메모했다. 40대 조사관은 법률 검토서를 받았다. 읽었다. 읽는 시간이 길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감사합니다."
"추가 소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요."
조사관들이 나갔다. 임원들이 한꺼번에 숨을 내쉬었다.
*
30분 후. 뉴스 피드에 기사가 올라왔다.
〔단독: 이카루스 길드 인수 시도 인물, HMB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정해린이 복도에서 승헌에게 왔다.
"이게 언론에까지 나왔으면… 이제 어떻게 됩니까?"
이탈 가능성 34%→41%.
"오늘 공시가 나갑니다." 승헌이 말했다.
"공시가 나가도 이 뉴스가—"
"이 뉴스가 있어도 공시가 나가는 겁니다."
정해린이 입을 닫았다.
"여기서 공개매수를 파기하면 이카루스는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부채비율 340%, 적자, 폐업 수순."
정해린이 시선을 내렸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제가 막을 수 없습니다."
정해린이 돌아갔다. 돌아서는 등이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이탈 가능성 41%→36%.
*
▶ 엘리시움. 오후 2시 44분.
공시 초안 최종본이 HMB 전자공시 시스템으로 전송됐다. 접수 완료 메시지가 떴다.
태경이 의자에 처음으로 등을 기댔다.
"됐어."
"네."
"이제 우리가 먼저 공시한 게 기록에 남아."
"그게 목적이었습니다."
"형이 너보다 빠르게 움직일 거라고 예상했나?"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시를 감행한 거야?"
"형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제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재밌군."
마켓 아이가 업데이트됐다.
공개매수 성공 확률: 47%→53%. 공시 선제 제출 효과 반영.
53%. 파란색이었다.
조사관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이 예측… 어디서 나온 겁니까?
HMB 조사 장기화 시 스킬 사용 근거 공개 압박 가능성: 61%.
스킬의 존재가 무기이자 약점이었다.
승헌은 창밖을 봤다. 다음 수는 형이 둘 것이다. 그 다음은 자신이 둘 것이다.
53%.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