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0%
"매칭률 0%입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그 순간, 천장의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KCA 중앙 매칭실의 형광등은 아무 이유 없이 깜빡이지 않는다. 이도하는 그것을 알았다. 맞은편 남자의 미간에 새로운 주름이 하나 더 생겼다. 차강진의 두통이 시작됐다는 신호였다.
MATCHING RATE: 0.00%
홀로그램 스크린 위의 숫자가 형광빛으로 방 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도하는 그 숫자를 바라보았다. 놀랍지 않았다.
일곱 번째였다. 일곱 번째 매칭 테스트, 일곱 번째 부적합 판정. 손끝을 쥐었다 폈다. 습관이었다. 파동을 확인하는 동작. 에덴에서 배웠지만 지금은 그저 할 일이 없는 손에 할 일을 주는 것에 가까웠다. 파동은 늘 거기 있었다. 다만 너무 미미해서, 오라클의 센서에도 상대의 신경계에도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차강진. S급 에스퍼. 섹터 0 상주 전투원. 국가 전략 자산 1등급.
서류에 적힌 수식어는 많았지만, 지금 도하의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미간에 깊이 파인 주름. 오래된 통증의 흔적. 두통. S급 감각 과부하의 대표적인 만성 증상. 에덴에서 교본으로만 배운 것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 앉아 있었다.
형광등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짧게.
"기록 완료. 이 에스퍼-가이드 조합은 부적합으로 분류됩니다."
KCA 직원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사무적인 손놀림. 수백 번 반복한 동작. 0%라는 숫자가 가지는 무게를 이 직원은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것이다.
도하도 마찬가지였다. 일곱 번째니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도록. 여기서의 규칙은 간단했다. 판정을 받고, 결과를 수용하고, 돌아가는 것. E급 가이드에게 주어진 역할은 그 정도였다. 에덴에서 배운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 할당된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법.
그런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잠깐."
도하의 발이 멈추었다.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이름."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도하는 천천히 돌아섰다.
"이도하입니다."
강진의 시선이 도하를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그의 눈에는 평가도 관심도 경멸도 없었다. 다만 무언가를 재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꺼져 있던 기계가 입력값을 인식하려는 것 같은, 느리고 정밀한 시선.
"E급."
"네."
강진은 아무 말 없이 도하를 보았다. 3초. 5초. 도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이유가 없었다. 0%라는 숫자 앞에서 긴장할 것은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됐어."
그것이 끝이었다.
도하는 매칭실을 나왔다. 복도의 형광등이 희게 빛나고 있었다. 일곱 번째라서 이제는 익숙했다. 부적합이라는 단어도, 매칭실의 차가운 공기도, 돌아가는 길의 긴 복도도. 다만 하나. 강진의 미간에 박힌 주름만이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주름 아래에서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도하는 알 수 있었다.
통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에덴을 나온 건 3년 전이었다.
가이드 교육원. 7세부터 18세까지. 11년. 졸업 전날 도하는 첫 번째 배정 신청서를 넣었다. 에스퍼와 매칭되어 현장에 나가겠다는 신청서. 담당 교관은 서류를 받지 않았다. "E급은 배정 대상 외야. 알지?" 서류가 도하의 손으로 돌아왔다. 교관은 이미 다음 사람을 보고 있었다.
도하는 복도에서 서류를 접었다. 반으로. 또 반으로. 네 번. 주머니에 넣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에덴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아는 법.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오늘이 일곱 번째 매칭 신청이었다. 여전히 E급이었다. 여전히 0%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서류가 접히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것뿐이었지만.
이틀 뒤, 도하는 다시 KCA에 있었다.
이번에는 매칭실이 아니었다. 7층 계약실. 창이 없는 방이었고, 테이블 위에는 서류가 놓여 있었다. 42쪽. 도하는 이미 세 번 읽었다.
"S급 에스퍼 차강진의 전담 가이드 계약 결혼. 기간 1년. 주 3회 정기 가이딩. 대외적 부부 연기 포함. 비밀유지 조항 적용."
읽어주는 것은 KCA 관리관이었다. 안경 너머로 도하를 보는 눈빛에 동정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의무감이 있었다. 절차를 빠짐없이 이행하겠다는, 공무원 특유의 의무감. 그 의무감이 지금 도하의 인생 1년을 42쪽 안에 포장하고 있었다.
도하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제7조 정기 가이딩 조항. 제12조 비밀유지 의무. 제15조 계약 해지 시 위약금. 제19조 가이드의 외부 활동 제한. 글씨가 촘촘했다. 마치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맞은편에서 강진이 이미 서명을 끝내고 펜을 내려놓고 있었다. 42쪽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S급에게 계약서란 형식일 뿐이었다. 어차피 이 시스템은 에스퍼를 위해 설계되었으니까. 가이드는 배정되는 쪽이고, 에스퍼는 배정받는 쪽이다.
"왜 저입니까."
도하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계획에 없던 말이었다.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이틀 전과 같은 시선. 재는 시선.
"다른 가이드 배정이 전부 실패했으니까."
사실이었다. S급 에스퍼 차강진의 가이딩 이력은 KCA 전산에 기록되어 있었다. 18명의 가이드. 18번의 실패. 가이딩 에너지에 대한 방어기제가 너무 강해서, 어떤 가이드의 파동도 그에게 닿지 못했다. A급도, B급도, 심지어 S급 가이드마저도. 에너지를 밀어 넣을수록 강진의 신경계는 더 단단하게 닫혔다.
그런 남자 앞에 E급이 앉아 있었다. 서랍 바닥을 긁어 꺼낸 마지막 카드.
"0%짜리를 쓰겠다는 건, 저한테 기대가 없다는 뜻이겠죠."
도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자조가 아니었다. 팩트였다. E급 가이드에게 기대를 하는 사람은 이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에덴에서도, KCA에서도, 매칭 리스트의 맨 끝에서도.
강진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서명해."
도하는 펜을 들었다. 잠깐, 펜끝이 종이 위에서 멈추었다. 손끝에 익숙한 진동이 있었다. 공명 확인. 미세한 파동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가, 아무것에도 닿지 못하고 사라졌다. 늘 그랬듯이.
3년 전의 복도가 스쳤다. 접혀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던 서류. 네 번 접힌 종이.
이번에는 접히지 않는다.
서명했다.
이도하. 세 글자. 획이 단정했다.
계약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강진의 손이 이마를 눌렀다.
빠르고 날카로운 동작. 통증이 온 것이다. 도하는 그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에스퍼의 감각 과부하. 에덴에서 수백 번 본 증상이었다. 미간의 주름이 깊어지고, 턱이 굳고, 호흡이 짧아지는. 하지만 이번에는 교본과 달랐다. 강진의 주변 공기가 진동했다. 테이블 위의 서류 42쪽이 미세하게 떨었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S급의 과부하는 에덴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관리관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 있었다.
"차강진 씨, 안정 프로토콜을 —"
"됐어."
강진이 관리관의 말을 잘랐다.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의자의 팔걸이를 쥔 손가락이 하얘져 있었다. 공기의 진동이 강해졌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도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생각이 아니었다. 판단도 아니었다. 에덴에서 8년을 보낸 몸이 먼저 움직였다. 한 걸음 다가갔다. 손을 내밀었다. 강진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끝을 얹었다.
가볍게. 나비가 내려앉는 정도의 무게로.
세계가 멈추었다.
정확히는, 강진의 세계가 멈추었다.
공기의 진동이 사라졌다. 형광등이 안정되었다. 미간의 주름이 풀렸다. 턱에 들어간 힘이 빠졌다. 하얗던 손가락에 혈색이 돌아왔다. 짧아졌던 호흡이 천천히, 깊어졌다.
3초.
그 변화가 일어나는 데 3초면 충분했다.
도하는 손을 뗐다. 조용히.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하지만 강진이 도하를 보고 있었다. 이틀 전의 시선이 아니었다. 재는 시선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깨진 사람의 눈이었다. 오래도록 닫혀 있던 문이 예고 없이 열렸을 때, 그 안에서 쏟아지는 빛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
"뭐야."
강진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소보다 반 톤쯤 낮았다.
"지금. 뭐였지."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매칭률 0%. 가이딩 적합도 없음. 오라클이 그렇게 판정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의 두통이 멈추었다. 3초 만에. 손끝 하나로.
닿았다.
8년 만에 처음으로.
관리관이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건… 기록에 없는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