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자후의 호출
학생회관의 문은, 전장보다 두꺼웠다.
정확히는 두껍지 않았다. 참나무 두 겹에 금속 테두리. 하지만 문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 압박이었다. 5각의 성흔 파동. 의도적으로 새어 나오게 두는 방식이었다.
오는 자를 미리 주눅 들게 하는 기술이었다.
카이락스는 소환장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돌계단. 발소리가 울렸다.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상냥하지 않은 웃음이었다.
문을 열었다.
*
학생회관 3층. 회의실이었다.
넓었다. 테이블이 길었다. 상석에 한 명, 양쪽으로 학생회 임원들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끝, 카이락스가 서야 할 자리에는 의자가 없었다.
서서 받는 심문이었다.
상석의 남자를 보았다. 은회색 머리카락. 차가운 눈. 이목구비가 날카로웠다. 성흔 파동이 정제되어 있었다. 5각이지만 흘리지 않고 있었다. 파동을 흘렸다가 거뒀다가 하는 것은 — 아까 문 밖에서 느꼈던 것이었다.
세르한 드 발크. 발크 공작가 장남. 학생회장.
카이락스는 테이블 끝에 섰다. 의자가 없는 자리. 등을 세웠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세르한이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한 페이지. 넘기지 않았다.
"레온 아르케인."
"그렇습니다."
"F급. 0각."
"네."
세르한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양손을 맞잡고 카이락스를 보았다.
"F급이 연무장 모의전에 무단 개입해 상대 학생의 무기를 탈취했다. 맞나."
"개입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학생회 임원 한 명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세르한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눈을 카이락스에게서 떼지 않은 채.
"어떤 표현이 맞나."
"학생 안전 규정 7조. 모의전 중 상대에게 회복 불가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 인접한 학생은 개입할 수 있습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세르한의 눈이 좁아졌다. 카이락스는 그 눈을 마주 보았다. 서류를 외운 것이 아니었다. 잠입 준비의 일환으로 학당의 모든 규정을 읽었다.
"7조는 교수 판단 하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7조 2항. 교수가 중지를 선언하기 전에 부상이 발생할 경우 학생 자체 판단을 허용합니다."
세르한의 검지가 테이블 위를 한 번 두드렸다. 규칙적으로. 천천히.
"규정을 외웠군."
"학당에 입학했으니까요."
세르한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입꼬리가 비틀렸다. 상냥한 웃음이 아니었다. 계산이 어긋났을 때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 세르한의 손바닥이 테이블을 짚었다.
파동이 달라졌다. 아까처럼 흘리는 것이 아니었다. 모았다가 터뜨리는 방식이었다. 5각의 성흔이 테이블을 타고 카이락스 쪽으로 흘렀다. 결계가 아니었다. 순수한 위압이었다. 임원들의 등이 의자에 눌렸다. 한 명이 숨을 참았다.
"고개 숙여. 여기선 내가 규칙이다."
테이블 위의 잉크병이 떨렸다. 위압이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되는 경계에 가까웠다.
카이락스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공허의 베일을 얇게 접었다가 펼쳤다. 0.3초. 5각의 파동이 — 허공에서 헛디뎠다. 부딪힐 대상이 없어진 것이었다. 카이락스가 있는 자리에서 파동이 반응할 것이 사라졌다.
세르한만 느꼈다.
공백. 5각의 위압을 피하거나 버티는 것이 아니었다. 파동을 보냈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느낌. 손을 내밀었는데 잡을 것이 없는 느낌.
세르한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테이블을 짚은 손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엇을 한 건가."
"아무것도요."
"규칙은 이미 종이에 적혀 있더군."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임원 한 명이 숨을 들이켰다. 세르한의 눈에서 상냥함의 잔재마저 빠졌다.
*
문이 열렸다.
알테리온이었다. 교수복 차림. 서류는 들지 않았다. 손을 비운 채 들어왔다.
"참관 요청을 했는데 늦었군."
세르한이 손을 들어 자리를 가리켰다. 알테리온은 테이블 옆 벽에 기댔다. 앉지 않았다.
심문이 재개되었다.
"본론으로 가지. 0각이 어떻게 연무장에서 그런 행동을 했나."
"몸을 썼습니다."
"구체적으로."
"물리학입니다. 무게추가 달린 곤봉은 가장 힘이 집중되는 지점을 잡으면 관성이 상쇄됩니다."
세르한이 팔짱을 꼈다.
"그걸 0.3초 안에 계산하고 실행했다는 건가."
"눈에 보이면 됩니다."
임원들이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세르한은 교환하지 않았다.
"몰락 귀족가. 어느 지역이지."
"북부입니다."
"북부에 아르케인이라는 귀족가가 있었나."
"지금은 없습니다. 몰락했으니까요."
벽에 기댄 알테리온이 말했다.
"규정 위반은 없었습니다. 7조 2항 해당 상황이었고,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청문을 계속할 근거가 약합니다."
세르한의 눈이 알테리온에게 갔다가 카이락스에게로 돌아왔다. 잠시.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지."
카이락스는 돌아섰다.
"아르케인."
세르한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왔다.
"다음엔, 규칙보다 내가 먼저다."
카이락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갔다.
*
복도였다.
계단을 내려가다 창문 밖으로 학당 중앙 정원이 보였다. 정원 끝. 루시안 아스테리아가 서 있었다. 혼자. 호위 기사가 반보 뒤에 있었다.
학생회관 정문을 보고 있었다.
루시안의 눈과 창문 너머로 시선이 교차했다. 루시안이 먼저 고개를 든 것이 아니었다. 카이락스가 창문 앞을 지날 때 — 이미 루시안의 눈이 거기 있었다.
기다린 것이 아니라 보고 있었다.
루시안이 무언가를 결심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 돌아섰다. 정원 안쪽으로.
카이락스는 창문 앞에서 2초를 더 서 있다가 계단을 내려갔다.
알테리온이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카이락스는 멈추었다.
알테리온이 계단 벽에 기댔다. 팔짱을 꼈다. 눈이 카이락스의 발끝부터 어깨까지 올라갔다. 느렸다. 전장을 겪은 자의 눈으로 사람을 읽는 방식이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호흡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게 뭐지."
알테리온의 눈이 살짝 움직였다. '그래서?'가 아닌 새로운 한 마디. 같은 기능이었다. 상대의 모든 설명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무게.
"5각의 위압 앞에서 호흡이 흔들리지 않는 자가 있다. 두 종류야. 감각이 죽은 자. 아니면 — 그 이상을 겪어본 자."
카이락스는 알테리온을 보았다. 1초.
나를 죽일 수 있던 이름들은 전장에서 전부 사라졌다. 알테리온의 부하들도, 적의 장군들도, 용사를 자처한 자들도. 전부. 그래서 5각의 위압 따위가 — 기억의 표면에조차 닿지 않는다.
그 생각을 삼켰다.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저는 0각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0각과 전장을 겪은 자가 같은 호흡을 할 수는 없지."
알테리온이 팔짱을 풀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두 걸음. 그리고 어깨 너머로.
"내일 새벽 연무장. 자유 훈련 시간이다. 와도 되고 안 와도 된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카이락스는 계단에 서서 그 발소리를 들었다.
이 교수는 증거를 쌓고 있었다. 질문이 아니라 상황을 만드는 방식으로. 내일 연무장에 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오지 않으면 그것도 정보로 쓸 것이었다.
번거롭군.
그러나 연무장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같은 시각. 학생회관 3층.
세르한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 정원이 보였다. 루시안이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카이락스가 정문을 나서는 것이.
세르한의 손이 창틀을 잡았다.
5각의 위압이 공백이 된 그 순간. 0.3초. 세르한은 그것을 다시 떠올렸다. 위압을 피한 것이 아니었다. 버틴 것도 아니었다. 파동을 보냈는데 — 도착하지 않았다.
성흔이 없는 자가 성흔의 파동을 없앤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론적으로.
세르한 드 발크, 다섯 살에 성흔을 각인받고 스무 살까지 한 번도 이론 밖의 것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 그 사람의 손이 창틀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F급이 감히.'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처음으로. 그 문장을 뱉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