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문은 안에서 열린다(門은 안에서 열린다)
온 흔적은 있고, 간 흔적은 없었다.
다음 날.
나는 ’나가라’가 아니라 ’보라’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7세 아이가 세가를 돌아다니며 흔적을 추적하면 의심을 산다. 하지만 마당에서 달리기를 하고,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달리기 루트를 바꿨다. 어제까지는 마당 중앙을 돌았다. 오늘부터는 세가의 외곽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서고 뒤 담장을 지나는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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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장 아래에 멈췄다.
아이의 눈으로는 그저 담장이다. 하지만 전장을 겪은 눈은 안다. 사람이 넘었으면, 어디든 남는다. 발이든 손이든, 흙이든 이끼든.
기단석 위의 이끼는 고르게 붙어 있었다. 긁힌 자리 하나 없다.
넘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시선을 옮겼다.
순찰이 지나가는 길. 횃불이 바뀌는 시간. 발소리가 겹치는 지점. 비는 지점. 나는 달리면서 그걸 셌다. 숨을 고르며 멈추는 척.
자시와 사경 사이. 서고 뒤 구간이 비는 짧은 공백이 있었다.
우연이 아니다. 우연은 한 번이고, 공백은 매일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문 앞에 섰다.
안 쓰는 문이라면――녹이 고르게 먹어야 한다. 그런데 경첩 한쪽이, 닳아 있었다. 녹이 벗겨진 금속이 햇빛에 잠깐 반짝였다.
문이… 움직였다.
담장은 넘지 않았다. 경비는 비었다. 문은 닳아 있었다.
나는 물을 한 모금 삼켰다.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다.
안에서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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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아버지는 묻는다. ‘어떻게 알았지.’
말하지 않으면, 문은 또 열린다.
정했다. 둘째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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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서고에서 둘째를 찾았다.
둘째는 2층 구석에서 서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누가 오는지 발소리만으로 아는 거다.
“막내.”
“이형.”
잠시 침묵. 둘째가 서책을 내려놓고 나를 봤다.
“뭘 물으러 왔지.”
“이형, 서고 뒤 작은 문……원래 저렇게 쓰였습니까?”
둘째의 손이 멈추었다. 찰나.
“저렇게라니.”
“경첩이 닦인 것 같아서요. 궁금해서요.”
달리기하다 봤다. 궁금하니까 물어본다. 그 정도의 포장.
둘째가 나를 오래 봤다. 그리고 의외의 답이 나왔다.
“……나도 몰랐다.”
진심인지, 거짓인지. 이 형의 목소리는 읽기 어려웠다. 사실을 말하는 것과 사실을 숨기는 것이 같은 톤.
“하나 묻겠다.”
둘째가 자세를 바꿨다.
“네가 그걸 어떻게 봤지.”
이것이 진짜 질문이다.
“달리기를 하다 문 앞에서 쉬었습니다. 바람이 불었는데, 문이 흔들렸습니다. 안 쓰는 문이면 굳어서 안 흔들릴 텐데, 흔들리길래.”
둘째의 눈이 가늘어졌다. 반신반의. 하지만 반박할 근거는 없다.
“……좋다.”
둘째가 일어섰다. 서가에서 서책 하나를 뽑아 내 앞에 놓았다. 세가의 건물 배치도였다.
“그 문은 10년 전에 폐쇄됐다. 목재 반입로가 정문 쪽으로 바뀌면서.”
손가락이 배치도 위를 짚었다.
“10년 동안 열리지 않았어야 할 문이, 흔들렸다면.”
둘째의 눈이 올라왔다.
“누군가가 열었다는 뜻이지.”
둘째가 먼저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유도한 대로. 공은 둘째에게 간다. 의심은 나에게서 빠진다.
“이형.”
“말해라.”
“이거…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야 할까요?”
둘째가 잠시 멈추었다.
“내가 하마.”
멈추려다, 한 마디가 더 왔다.
“대신, 네가 본 건… 나한테 먼저 가져와.”
정확히 원하던 답이다. 다만, 둘째도 자기 값을 매기기 시작했다.
서고를 나왔다. 밖은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발밑에 네 발가락 발자국이 서고 뒤 담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담장 위로 넘어간 흔적은 없다.
이 발자국은 내부인의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 외부인의 것이다.
네 발가락. 기형이거나, 절단이거나, 혹은――특수한 경신술의 흔적이거나.
아직 답은 없다. 하지만 질문은 또렷해졌다.
누가 문을 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