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 아래 살갗이 불에 데인 것처럼 당겼다. 세라핀 이솔은 거울 속 자신의 왼편을 바라보았다. 예복의 깃을 손가락으로 살짝 당기자, 흰 천 아래로 검은 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경계가 선명했다. 어둠이 그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것처럼, 가장자리가 실처럼 가늘게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성결의 낙인이었다. 세라핀은 혀를 말아 눈꺼풀 안쪽을 꾹 눌렀다. 신경의 끝이 뒤틀리는 감각이 목 안쪽까지 타고 내려왔지만, 그 이상은 새어나가지 않았다. 비명도, 신음도. 거울 앞에 선 채로 숨을 한 번 뱉었다. 길고, 아주 천천히. 탑의 창은 아래를 향해 나 있었다. 구름 아래 지상, 아직 태양빛이 닿지 않는 루인스의 지붕들이 희끄무레한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매일 아침 이 창 앞에서 기도를 올릴 때면 세라핀은 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보면 알게 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유지되는 결계가 무엇 위에 세워진 것인지를.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 끝에서 올라오는 박자. 경장이 아니었다. 사제복의 긴 자락이 대리석에 끌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세라핀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예복의 깃을 원상태로 여몄다.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만은 스스로 인정했다. 문이 열렸다. "성녀 이솔." 교황 카스틸로의 수석 사제 이름은 루카스 비에르였다. 흰 수염을 턱까지 기른, 눈 아래 주름이 깊은 노인이었다. 그가 두 손으로 받쳐 든 작은 성반 위에 수정 잔이 놓여 있었다. 액체가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다. 정화의 성수였다. "교황 성하께서 하사하셨습니다. 부정이 몸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세라핀은 루카스 비에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름 사이에서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목덜미를 차갑게 만들었다. 성수라면 세라핀 자신도 다룰 줄 알았다. 매일 아침 제단에서 정화 기도를 올리고, 성수를 봉헌하고, 신탁을 전달하는 게 그녀의 임무였다. 성수의 온도는 늘 일정했다. 서늘하고, 약간의 금속 향이 섞인. 수정 잔 안의 액체는 달랐다. 가시적인 차이는 없었다. 잔이 가까워질수록 코 안쪽이 따끔거렸다. 성수를 오래 다룬 사람만 감지할 수 있는, 극미량의 이질적인 성분이었다. "성하의 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목소리는 물처럼 평탄하게 흘렀다. 세라핀은 성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루카스 비에르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래 서 있는 노인의 손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참는 사람의 손 떨림이었다. 세라핀은 그것을 못 본 척 수정 잔을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차가웠다. 손가락 끝이 잔의 표면에서 약한 진동을 감지했다. 내부에서 무언가가 아주 조용하게 끓고 있는 것 같은 진동이었다. "신의 은총이 이토록 차갑다니." 혼잣말처럼 흘렸다. 루카스 비에르의 눈이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마치 죽음의 입맞춤 같군요." 잠시의 침묵이었다. 사제의 눈 아래 주름이 더 깊게 패였다. "성녀께서는 신의 은총을 늘 마음 깊이 새기셨지요." "물론이죠." 세라핀은 잔을 입 가까이 가져갔다. 액체의 냄새가 더 진해졌다. 성수와 뒤섞여 있었지만 바탕에 달콤한 게 있었다. 꿀의 달콤함이 아니라, 약초를 오래 달였을 때 나오는 부드러운 단맛이었다. 그 단맛이 위험했다. 입술이 잔의 가장자리에 닿는 순간, 세라핀은 기침을 했다. 작은 기침이었다. 자연스럽게. 잔에서 입을 떼며 손등으로 입 주변을 가렸다. 동시에 왼손이 소매 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입 앞으로 가져갔다. 가는 백색 면이었다. 잔을 다시 기울이는 동작과 손수건을 접는 동작이 겹쳤다. 대리석 바닥을 향한 시선을 잠깐 내렸다가 올렸다. 루카스 비에르의 눈은 그녀의 얼굴 위에 있었다. 세라핀은 빈 잔을 성반 위에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사제의 어깨에서 긴장이 풀리는 게 보였다. 아주 조금. "몸이 곧 나아지실 겁니다, 성녀."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요." 루카스 비에르가 허리를 굽혀 작별을 고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라핀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침묵이 완전해진 뒤에야 그녀는 소매를 걷었다. 손수건 위의 천이 젖어 있었다. 성수와 그 무언가가 뒤섞인 액체가 면 위에 번져 있었다. 그 부분에 닿은 대리석 바닥이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눈을 좁히고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대리석의 표면이 아주 얕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파여 있었다. 하얀 돌 위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실처럼 올라오다 사라졌다. 혀 끝에 쇠 맛이 돌았다. 잔이 입술에 닿았을 때 스쳤을 극미량이었다. 성수가 아니었다. 아니, 성수이기는 했다. 거기에 섞인 것이 안에서 살갗을 녹이는 종류의 물질이었을 뿐. 세라핀은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개어 창 아래로 던졌다. 바람이 그것을 잡아 구름 아래로 사라지게 했다. 발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달랐다. 단단한 가죽 바닥창이 만들어내는 박자. 일정하고, 경직되어 있지 않았다. 성기사단의 것이었다. 오리온 크레스트였다. 문이 열리기 전에 세라핀은 이미 창가에서 제단 앞으로 자리를 옮겨 무릎을 꿇었다. 기도의 자세였다. 손을 모으고, 눈을 내리깔고, 등이 곧게 펴진. "성녀." 오리온은 문가에 서서 그녀를 보았다. 스물여섯, 혹은 일곱. 금발이 투구 아래로 약간 흘러내려 있었다. 눈 색깔은 맑은 회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눈이었다. "사제 비에르가 다녀갔습니까." "네." "성수를 받으셨고요." "은혜를 입었습니다." 오리온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세라핀의 주변을 한 바퀴 시선으로 훑었다. 성반 위의 빈 잔. 제단 위의 촛불. 바닥. 그의 눈이 바닥 위의 작은 자국에서 멈추었다. 대리석이 파인 부분이었다. 그가 몸을 낮추어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세라핀의 등이 조용히 조여들었다. 드러내지 않았다. "청소가 필요한 것 같군요.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번거롭게 하지 마세요." "성녀의 처소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기사님." 낮게 불렀다. 오리온이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자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지 않으시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회색 눈이 그녀의 얼굴 위를 지나갔다. 세라핀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성녀께서 말씀하시고 싶을 때 하시면 됩니다." 오리온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가에서 잠깐 멈추었다. "오늘 저녁 신탁 의식이 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직접 임하십니다." "알겠습니다." "몸 상태가 괜찮으십니까." "늘 그렇듯이요." 문이 닫혔다. 세라핀은 기도 자세를 유지한 채로 열 개의 숨을 셌다. 하나씩. 천천히. 열 번째 숨이 끝난 다음에야 손을 내렸다. 오늘 저녁 신탁 의식. 교황이 직접. 그 말의 무게를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교황 카스틸로가 신탁 의식에 직접 임하는 것은 성녀에게 뭔가를 확인하고 싶을 때였다. 낙인이 번졌는지. 신의 은총이 아직 그녀 안에 살아 있는지. 그리고 이미 성수를 받아 정화를 마쳤다는 사실을, 교황은 오리온에게 확인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복 자락이 바닥을 쓸었다. 창 아래로 지상이 보였다. 루인스의 지붕들 사이로 이끼 낀 벽이 얼룩덜룩했다. 그 아래를 걷는 이들은 오늘도 정화되지 않은 공기를 폐 안으로 들이켰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늘 저녁 신탁 의식을 통과해야 했다. 검은 반점을 들키지 않고. 그러려면 낙인을 어떻게든 억눌러야 했다. 성수 없이. 성소 지하에 뭔가가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 있었다. 금지된 구역. 성기사단조차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단 하나의 문. 고위 사제들이 그 앞을 지나칠 때 눈을 피한다는 것도. 세라핀은 외투를 집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성소 서편에 있었다. 낮에는 사제들의 이동이 잦았지만 저녁 의식 준비가 시작되면 한 시간 가량 인기척이 끊겼다. 그 틈이 있었다. 서편 복도는 대리석으로 마감된 다른 구역과 달리 벽이 검은 화강암이었다. 촛대 사이의 간격이 넓어 그림자가 길게 깔렸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의 성질이 달라졌다. 위에서는 감지되지 않는 무거운 기운이 폐 안에서 가라앉았다. 성휘가 거의 없는 공간에서 나타나는 감각이었다. 맨 아래에 문이 있었다. 철제 자물쇠가 두 개. 위아래로 잠겨 있었다. 문 자체는 짙은 목재였지만 경첩은 금속이었고, 표면에는 세라핀이 알아볼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어도 아니었다. 마계의 문자도 아니었다. 세라핀은 허리에서 작은 핀을 꺼냈다. 예복의 단에 꿰어두었던 것이었다. 자물쇠 구조를 눈으로 살핀 뒤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동작이었다. 어디서 익혔는지는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층 도시 루인스의 아이들이 그린 낙서를 흉내 내며 보낸 어린 시절에 틈틈이 배운 것들 중 하나였다. 첫 번째 자물쇠가 열렸다. 두 번째도. 세라핀은 문을 밀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쳤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냉기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천장 가까이 걸린 마석 하나가 희미하게 빛을 냈다. 그 빛이 닿는 바닥에 두꺼운 사슬이 벽에 박힌 쇠고리에 연결되어 있었다. 사슬 끝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가. 머리칼이 검었다. 어깨가 넓었다. 양 손목과 목에 사슬이 감겨 있었고, 무릎을 꿇은 자세였지만 등이 꺾이지 않았다. 고개가 천천히 올라왔다. 눈이 빛났다. 마석의 희미한 광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금빛이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눈. 그 눈이 세라핀을 보았다. 문을 열기 전 상상했던 어떤 장면도 이것이 아니었다. 성소 지하 봉인실. 사슬. 그리고 그 안에서 무릎을 꿇고도 꺾이지 않는 존재. 세라핀의 사고가 일순 정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소리 없이, 조용하게. 무릎을 꿇은 존재의 입술이 움직였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오래 쓰지 않아 약간 갈라진 것처럼. "늦게 왔군." 세라핀은 대답하지 않았다. 금빛 눈이 그녀의 쇄골 아래를 향했다. 예복 위로. 정확히 낙인이 자리한 그 지점을. "그것 때문에 왔다면." 존재가 사슬이 허락하는 만큼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금빛 눈이 마석의 빛을 삼켜 더 짙어졌다. "나는 네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다." 끊어진 말끝이 냉기 속에 떠 있었다.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는 묻지 않겠다. 어차피 넌 이미 치르고 있으니까." 세라핀의 손가락이 예복 깃 위에서 멈추었다.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내려오는 박자. 하나, 둘, 셋. 단단한 가죽 바닥창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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