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황후, 회귀해서 제국을 선택한다
3화. 황후의 판결
「공작부인, 제 허락 없이 의자에 앉으셨군요?」
황후궁 정원의 다회에 초대된 귀족 부인 열두 명이 동시에 숨을 멈추었다.
정원의 백장미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고 있었다. 은제 다기 세트가 빛을 받아 반짝였고, 찻잔에서는 다르질링의 향이 피어올랐다. 완벽한 오후의 다회였다. 1분 전까지는.
타우렌 백작 부인 카밀라가 의자 위에서 굳어 있었다.
40대 중반. 은회색 머리를 높이 올리고, 사파이어 목걸이를 두른 여자. 선제후 연합의 외곽 세력이자, 사라진 시녀 리나의 추천서를 작성한 인물. 엘리제의 초대에 거절할 수 없어 참석했지만, 도착한 순간부터 작은 반항을 시작했다.
황후보다 먼저 앉은 것이다.
궁정 예법에 따르면, 다회에서 착석 순서는 엄격했다. 주최자가 앉기 전에 객이 앉는 것은 주최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 백작 부인 정도의 작위라면 그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라는 것을, 정원에 있는 모든 이가 알고 있었다.
전생의 엘리제라면 넘어갔을 것이다. 마찰을 피하고, 웃으며 앉고, 차를 따랐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황후는 우습다'는 수군거림을 모른 척했을 것이다.
이번 생의 엘리제는 서 있었다. 서서, 카밀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원의 바람이 백장미 잎을 흔들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엘리제는 서두르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카밀라의 입술이 창백해지는 것이 보였다. 주변의 시선이 카밀라에게 무겁게 쌓이고 있었다. 궁정에서 침묵은 칼날이었다. 올바른 순간에 사용하면, 어떤 말보다 깊이 벤다.
5초.
10초.
카밀라의 손가락이 찻잔 손잡이 위에서 떨렸다.
엘리제가 입을 열었다.
「백작 부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제 허락 없이 앉으신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카밀라의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황후 폐하. 다리가 불편하여 —」
「다리가 불편하셨다면 시녀를 불러 부축을 받으셨어야지요.」
엘리제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냉기도 없었다. 오히려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정원에 앉은 모든 부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일어나 주십시오, 백작 부인.」
카밀라가 일어섰다. 의자가 돌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정원에 울렸다. 열한 명의 부인이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엘리제가 앉았다.
그녀가 앉은 뒤에야, 나머지 열두 명이 앉을 수 있었다. 카밀라는 마지막으로 앉았다. 의자에 닿는 순간, 그녀의 등이 미세하게 굽어 있었다.
좌석 하나로 서열을 새겼다.
엘리제는 찻잔을 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
차가 세 번 채워지는 동안, 엘리제는 다회를 장악했다.
전생에서 다회는 고통이었다. 귀족 부인들의 암묵적 무시, 형식적인 인사. 엘리제는 차를 마시고, 웃고, 견뎠다. 황후라는 직함이 모든 것을 대신해줄 것이라 믿었으니까.
이번 생에는 달랐다.
엘리제는 부인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나하나. 가문과 영지와 최근의 경조사를 정확히 언급하며.
「폰 하이덴 남작 부인, 따님의 사교계 데뷔가 다음 달이라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이덴 남작 부인의 눈이 커졌다. 황후가 변방 남작가의 딸 데뷔를 알고 있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황, 황후 폐하께서 기억해 주시다니……」
「물론이지요. 제국의 아이들은 모두 제가 기억해야 할 이름입니다.」
하이덴 남작 부인의 찻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은 계산된 것이었다.
열두 명. 셋은 선제후 연합 계열, 넷은 황제파, 다섯은 중립. 전생의 기억과 연대기의 눈이 결합하여 보여주는 정치 지형도. 다회는 차를 마시는 자리가 아니었다. 세력을 읽는 자리였다.
세 잔째 차를 따르며, 엘리제는 카밀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백작 부인.」
카밀라의 손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예, 폐하.」
「최근 새 시녀를 추천하셨다 들었습니다. 리나라는 이름의.」
정원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카밀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지는 것이 찻잔 너머로 보였다.
「그 시녀가 황궁에서 사라졌더군요. 혹시 소식을 들으신 것이 있습니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다회의 일상적인 화제처럼 물었다. 하지만 카밀라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일상적 화제가 아니라는 것을.
「저, 저는 추천만 했을 뿐 —」
「물론이지요.」 엘리제가 미소를 지었다. 「추천자가 추천한 사람의 행방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리 없이.
「제국법에 따르면, 시녀 추천자는 해당 시녀의 신원을 보증하는 것이 됩니다. 시녀가 범죄를 저지르면, 추천자에게도 연대 책임이 발생합니다.」
카밀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물론 리나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엘리제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여유롭게. 「아직은요.」
그 '아직'이라는 한마디가 카밀라의 몸을 관통했다. 찻잔이 받침 위에서 딸그락 소리를 냈다.
다른 부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궁정에서 귀는 눈보다 정직했다. 오늘의 다회는 해가 지기 전에 솔라리스 전체에 소문으로 퍼질 것이었다.
황후가 타우렌 백작 부인을 압박했다. 그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
다회가 끝나고 부인들이 떠났다. 카밀라가 가장 먼저 사라졌다. 도망치는 것처럼.
엘리제는 정원에 남아 마지막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후의 빛이 기울어 백장미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초대받지 않은 발소리가 들렸다.
세라핀 폰 발레리우스가 정원 입구에 서 있었다. 오늘은 부채를 들고 있지 않았다. 양손을 장갑 낀 채 앞으로 모으고, 턱을 살짝 든 자세. 전투가 아니라 관찰이었다.
「초대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초대받지 않아도 오는 것이 공작가의 딸입니다.」
세라핀이 허락 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카밀라가 앉았던 자리. 엘리제는 막지 않았다. 이 아이는 막으면 부딪치는 유형이었다.
「재미있는 다회였습니다.」 세라핀이 빈 찻잔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타우렌 백작 부인의 얼굴이 볼 만했어요.」
「구경하셨군요.」
「정원 담장 너머에서요. 도청은 궁정 예법 위반이라 하셨지만, 관찰은 위반이 아니니까요.」
어젯밤의 대화를 정확히 기억하고, 같은 구조로 되돌려주었다. 이 아이는 머리가 좋았다.
「공녀,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세라핀이 고개를 기울였다. 진홍빛 머리카락이 어깨 위에서 흘렀다.
「어젯밤, 폐하의 서재 앞에서 왜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우연이 아니었을 테지요.」
세라핀의 눈이 반짝였다. 찔려서가 아니라 흥미로워서.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허락하지요.」
「황후 폐하는 왜 갑자기 강해지신 건가요?」
직선적인 질문이었다. 아버지인 발레리우스 대공의 정치적 교활함과는 다른 종류의 날카로움.
엘리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강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잃을 것이 없어진 것입니다.」
세라핀의 표정이 변했다. 미세하게. 오만함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수면 위로 잠깐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공감이었을 수도 있고, 기억이었을 수도 있었다.
엘리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연대기의 눈이 아니라, 한 번 죽어본 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눈빛이었다.
이 아이에게도 잃은 것이 있다.
말하는 순간, 엘리제의 눈이 뜨거워졌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잃을 것이 없어진' 사람이 된다는 것의 무게가, 말로 꺼내는 순간 가슴을 짓눌렀다. 0.5초. 그녀의 눈 가장자리가 붉어졌다가, 돌아왔다. 이를 악물어 되돌린 것이었다.
세라핀이 그것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라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흥미롭군요, 황후 폐하. 잃을 것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공녀. 다음 다회에는 초대장을 보내겠습니다. 오시겠습니까?」
세라핀이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오만함이 아니라 진짜 웃음에 가까운 것.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녀가 떠난 뒤, 정원에 엘리제만 남았다. 백장미 향기와 식어가는 차의 김.
연대기의 눈이 깜빡였다.
[세라핀 폰 발레리우스 — 충성 전환 가능성: 23.7%]
23%. 낮았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0%였다. 0에서 23으로. 이틀치 대화 두 번으로.
충분했다. 시간은 있다.
문양이 사라지며 통증이 왔다. 이번에는 심장이 아니라 머리였다. 엘리제는 눈을 감았다. 루벤 공작령의 정원을 떠올리려 했다. 어릴 적 뛰어놀던 장소. 봄이면 노란 꽃이 피던 —
무슨 꽃이었지?
개나리? 수선화?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색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수염 색에 이어, 정원의 꽃 이름까지. 연대기의 눈이 기억을 갉아먹고 있었다. 오래된 것부터. 가장 소중한 것부터.
엘리제의 손이 찻잔을 쥐었다.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안 돼.
전생에서 지켜내지 못한 것들을, 기억에서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복수를 완성하기 전에 복수의 이유를 잊게 된다면, 그것은 전생보다 더 잔인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연대기의 눈을 쓰지 않으면 죽는다. 쓰면 기억이 죽는다. 어느 쪽이든 결국 엘리제라는 존재가 사라진다.
시간제한이 생겼다.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
저녁 무렵, 엘리제는 황후궁 서재에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에델슈타인 봉토 관리인에게 보내는 첫 번째 서신. 전생에서 한 번도 보낸 적 없는 편지. 봉토의 현황 보고를 요청하는 공식 문서. 이 편지 한 장이 에델슈타인에 도착하는 순간, 봉토 관리인은 알게 될 것이다. 방치되었던 황후의 영지에 주인이 돌아온다는 것을.
편지를 봉인하며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타우렌 백작 부인에게 경고를 심었다. 세라핀이라는 변수에 균열을 냈다. 봉토 접근의 첫 수를 놓았다. 전생의 엘리제가 3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사흘 만에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했다. 그리고 —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르타가 아니었다. 이 시간에 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들어오세요.」
카일루스였다.
황제가 황후궁에 직접 찾아오는 것은 전생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대개는 황후를 부르는 쪽이었다. 황제가 먼저 온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였다. 화해이거나, 전쟁이거나.
카일루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전쟁이었다.
「아까 타우렌 백작 부인이 짐을 찾아왔소.」
엘리제는 편지 봉인을 마저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셨습니까.」
「황후가 자신을 협박했다고 하소.」
엘리제는 웃었다. 소리 없이, 입술만으로.
「협박이 아닙니다, 폐하. 예법을 가르친 것입니다.」
카일루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 발짝 다가왔다. 서재의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그림자가 엘리제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3일 전의 황후와 지금의 황후가 같은 사람이오?」
같은 질문.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 이 남자는 변화를 감지했지만 원인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이 남자는 견디지 못했다.
엘리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일루스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 키 차이 때문에 올려다봐야 했지만, 시선의 무게는 동등했다.
「같은 사람입니다, 폐하.」
그녀는 봉인된 편지를 들어 보였다.
「다만 이제부터, 제가 이 제국에서 어떤 자리에 앉을지는 제가 결정할 것입니다.」
카일루스가 편지를 보았다. 에델슈타인 봉토 관리인 앞으로 된 봉인을.
그의 표정이 변했다. 미소도 분노도 아닌, 엘리제가 전생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 경계. 순수한 경계. 황제가 황후를 정치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엘리제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시작의 고동이었다.
카일루스가 등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금속 위에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관절이 하얗게 질릴 만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황후.」
「예, 폐하.」
「짐의 곁에서 사라지지 마시오.」
목소리가 떨렸다. 미세하게. 문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명령이라면 돌아보며 했을 것이다. 돌아보지 못한 채 내뱉은 그 한마디는 — 간청에 가까웠다.
문이 닫혔다.
엘리제는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사라지지 마시오.' 전생에서 이 남자가 한 마지막 말은 '화형을 집행하라'였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이 남자가 한 첫 번째 부탁이 '사라지지 마시오'였다.
같은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엘리제는 창가로 다가갔다. 솔라리스의 밤이 내려앉고 있었다. 황궁의 첨탑 위로 초승달이 떠 있었다.
탁자를 세 번 두드렸다.
기억은 사라지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하지만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봉인된 편지가 탁자 위에서 촛불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에델슈타인이라는 글씨가 밀랍 아래에서 선명했다.
내일, 이 편지가 황궁을 떠나는 순간 — 에테르니아 제국의 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엘리제 루벤 폰 에델슈타인.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이 제국을 손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