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변곡점
세상은 칭찬보다 조롱에 더 빨리 반응했다.
광고 인증샷이 올라간 건 새벽 1시였다. 태현의 쇼츠가 붙었다. '우리 시작이 여기야'. 조회수가 붙는 속도가 달랐다. 이준은 숫자를 봤다. 6시간 만에 11만.
그리고 링크가 왔다.
정우가 보냈다. 메시지 한 줄: '봐요.'
이준이 링크를 열었다.
게시판은 더쿠 같은 곳이었다. 제목이 두 개였다. 위쪽은 '노바 지하철 광고 실물ㄷㄷ 팬덤 결집력 미쳤다'. 아래쪽은 '팬 돈 뜯어서 차트 조작하는 신생 아이돌 근황'.
두 글이 동시에 올라와 있었다. 조회수는 아래쪽이 두 배였다.
'욕도 유입이다.'
이준은 아래쪽 글을 끝까지 읽었다. '차트 조작' '팬심 착취' '투명한 척 모금'이라는 단어들이 반복됐다. 논리는 없었다. 감정은 많았다.
문제는 논리가 없는 프레임이 더 빠르게 퍼진다는 거였다.
이준이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 서지환이 폰을 들고 있었다.
"형…" 서지환이 화면을 보여줬다. 댓글 창이었다. '조작' 키워드가 복사·붙여넣기 된 것처럼 반복됐다. "이거… 우리가 욕 먹는 거잖아."
"욕도 유입이야." 이준이 말했다. "다만 '프레임'이 문제야."
서지환이 폰을 내렸다. "그게 무슨 차이야."
"욕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 프레임은 그 사람들이 뭘 보는지를 결정해. 지금 프레임이 '팬 착취'야. 그걸 바꿔야 해."
서지환은 말이 없었다. 이준은 계속했다.
"사과하면 끝나. 우린 끝나면 안 돼."
태현이 유튜브 스튜디오를 열었다. 쇼츠 분석 화면이었다. 유지율 72.3%. 평균 시청 시간 13.8초. 댓글 1,247개. 그 안에 '조작' 키워드가 섞여 들어오고 있었다.
"댓글 고정문구 바꿀게." 태현이 말했다. 이준을 보지 않고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모금 규칙 링크 붙인다. 공지 페이지 연결."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이 먼저 제안했다. 그게 중요했다.
"유지율은?" 이준이 물었다.
"72. 목표치 넘었어."
"그럼 2탄 올려. 구도 같게."
태현이 화면을 봤다. "언제?"
"오늘 23:40."
팬카페 공지 초안은 이준이 직접 썼다. 민하에게 넘기기 전에 다섯 번 고쳤다.
초안 1: '오해가 있어서 해명드립니다' — 삭제. 해명 프레임은 죄인 프레임이다.
초안 2: '저희도 많이 힘들어요' — 삭제. 감정 호소는 '불쌍팔이' 프레임을 강화한다.
초안 3: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 유지.
최종안은 세 줄이었다.
모금 총액: [금액]. 사용처: 건대입구역 스크린도어 광고 1일 집행. 정산 영수증: 첨부.
감정 없이. 팩트만. 숫자만.
민하에게 파일을 넘겼다. 민하가 수신 확인을 눌렀다. 잠시 후 타이핑 중 표시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했다. 이준은 기다렸다. 민하의 답장이 왔다. '올릴게요.' 그게 전부였다.
23:30. 정우가 트렌드 그래프를 화면에 띄웠다.
"23~01시 구간이 피크예요." 정우가 말했다. "지금 올리면 잡혀요. 23:40이 골든타임이에요."
"왜 40분?"
"트렌드 집계 주기가 있어요. 40분에 올리면 자정 갱신 때 반영돼요."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가 데이터로 말할 때는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두 번 맞았다.
"업로드 예약 셋업 해."
"했어요. 공지, 트윗, 쇼츠 동시."
이준은 시계를 봤다. 23:33.
23:40. 정확하게.
태현의 쇼츠 2탄이 올라갔다. 동시에 민하의 공지가 갱신됐다. 영수증 파일이 첨부됐다. 정우의 트윗이 올라갔다. 해시태그 하나.
이준은 화면을 보면서 숫자를 봤다. 조회수. 리트윗. 언급량.
23:58. 정우가 화면을 가리켰다. "올라가고 있어요."
트렌드 창이 움직였다. '노바 지하철 광고'라는 키워드가 올라가고 있었다.
00:03. 트렌드 11위.
00:05. 7위.
서지환이 숨을 들이켰다. 태현이 화면을 들고 걸어 다녔다. 정우가 키보드 위에서 손을 멈췄다.
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단어를 우리 쪽 링크로 끌어와." 이준이 말했다. "'차트 조작'을 검색하면 우리 팩트 공지가 먼저 나오게."
"어떻게요?" 정우가 물었다.
"태현이 댓글 고정. 공지 링크 걸어둔 거 맞지?"
"응."
"그럼 검색 알고리즘이 링크를 따라가. 시간이 좀 걸리는데 방향은 맞아."
정우가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화면을 봤다.
00:07. 트렌드 5위.
서지환이 말했다. "형."
이준이 봤다.
"이거… 되는 거야?"
이준은 트렌드 화면을 봤다. 5위. 숫자였다. 숫자는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00:30에 차트 갱신 봐. 거기서 알 수 있어.'
서지환이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실시간 검색어 7위에, 노바가 찍혔다.
이제부터는 팬이 아니라, 대중이 버튼을 누른다.
*
그 시각. 더쿠 '차트 조작' 글의 작성자가 댓글을 하나 달았다. 익명이었다. '생각보다 빠른데.' 그리고 화면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