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EBITDA로 사냥한다
사냥은 칼이 아니라 계산기로 한다.
승헌은 이카루스 길드 사무실 앞에 서서 그 문장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물론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독백 같은 짓은 악당 캐릭터의 몫이다.
문을 열었다.
회의실이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접이식 테이블 하나와 의자 여섯 개. 벽에 길드 마크가 붙어 있었다. 이카루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간 자의 이름. 이 길드에 어울리는 이름이긴 했다.
테이블 위에 반기 재무제표가 비치듯 놓여 있었다. 영업이익 마이너스. 부채비율 340%. 숫자는 정직했다. 사람들은 아니었다.
여섯 명.
이카루스 길드의 임원 전원이었다. 길드마스터 포함 여섯. 헌터 출신 넷, 행정 출신 둘. 경계심 반, 적대감 반. 예상 범위 안이었다.
마켓 아이가 반응했다.
길드마스터 박성우. C급 헌터. 47세. 전투력 하락 추세. 경영 능력 미비. 길드 지분 62%.
부길드마스터 정해린. D급. 행정 총괄. 부채 발생 주요 원인.
부채비율 340%의 주범이 눈앞에 앉아 있었다. 진단은 끝났다. 이제 수술을 할 차례다.
박성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팔 깎고 야윈 모자를 쓴 남자. 목소리가 굵었다.
"길드 사정을 잡아주고 싶다는 건 감사하지만. 각성 등급이 어떻게 되시나?"
예상했다. 헌터 업계에서 첫 번째로 물어보는 것은 항상 각성 등급이다. 힘이 곧 신용인 세계.
"미각성입니다."
테이블 위에 웃음이 번졌다. 미각성. 헌터도 아닌 사람이 헌터 길드를 인수하겠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정해린이 끼어들었다.
"실례지만, 우리 길드는 헌터들이 목숨 걸고 만든 곳입니다. 경영학 전공한 사람이 와서---"
"목숨을 걸었는데 적자가 난다는 건, 목숨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정해린의 입이 닫혔다.
승헌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평소와 같은 톤으로, 평소와 같은 속도로 말했다.
"수치로 말씀드리죠."
승헌은 테이블 위의 재무제표를 들었다. 한 장씩 넘겨갔다.
"연간 던전 공략 23회. 이 중 수익이 나는 공략은 14회." 재무제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머지 9회는 비용만 발생하고 수익은 제로."
박성우의 표정이 굳었다.
"D급 이하 던전에 헌터 인건비의 39%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신입 훈련용이라고 하겠죠?"
"그건---"
"훈련 후 등급 상향 달성률. 12%입니다." 승헌이 끊었다. "9회의 훈련 던전 공략에서 등급 상향에 성공한 헌터는 1명. 훈련이 아니라 낭비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반박할 숫자가 없었다.
승헌은 재무제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소리가 났다. 크지 않았지만 기묘하게 울렸다.
"당신들 길드는 적자가 아닙니다."
멈췄다.
"운영이 멍청할 뿐이죠."
의자가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헌터 출신 임원 하나가 일어섰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승헌은 그를 봤다.
C급 헌터. 마력 총량 중하. 감정 통제 미흡. 충동 확률 78%.
충동 확률 78%. 마켓 아이는 사람의 감정도 수치로 바꿔놓았다. 편리한 스킬이었다.
"멍청하다고 했습니다."
헌터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테이블 모서리를 잡았다. 예상 범위 안이었다. 승헌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말은 안 끝났습니다."
승헌은 테이블 위의 재무제표 옆에 태블릿을 놓았다. 은설이 준비해준 자료였다. 실사 보고서.
"현재 이카루스 길드의 던전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공략 23회 중 수익성 있는 던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접근 권한만 유지합니다." 잠깐 멈췄다. "절감되는 연간 비용 5.2억."
일어섰던 헌터가 다시 천천히 앉았다. 주먹이 풀렸다.
숫자 앞에서 분노는 방향을 잃는다.
"헌터 재배치. 활동 9명 중 공략 실적 상위 5명을 수익 던전에 집중 배치. 나머지 4명은 지원과 후방." 승헌이 계속했다. "이것만으로 헌터 당 수익률 2.3배 상승."
박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건---"
승헌이 한 박자 빠르게 말했다. "장비. 현재 길드 소유 장비 자산 6억 어치. 실제 활용률 40% 미만. 나머지는 창고에 잠자고 있습니다."
정해린이 끼어들었다. "장비 임대는 전례가---"
"청룡 길드가 작년부터 하고 있습니다. 장비 임대 플랫폼 '던전기어' 통해서. 검색해보시면 나옵니다."
정해린의 입이 다물었다.
승헌은 태블릿을 들어 화면을 보여줬다.
"비활용 장비 임대 전환 시 월 3,500만 원 추가 수익." 승헌이 말했다. "연간 4.2억."
"구조조정 후 예상 EBITDA. 화면을 봐주십시오."
화면에 숫자가 떴다.
연간 수익 예상 18.4억. 영업비용 절감 후 8.9억. EBITDA 9.5억.
적자 길드가 연 9.5억의 EBITDA를 만든다.
"불가능합니다." 박성우가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숫자가 너무 구체적이었다. 반박하려면 근거가 필요했고, 이 테이블 위에 근거를 가진 사람은 승헌뿐이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승헌은 일어섰다.
"보유 던전 좌표 세 개. 이 중 '무영-7'의 마석 잔량을 분석했습니다."
박성우의 눈이 변했다. 무영-7. 분명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무영-7은 D급 이하로---"
"현재는요." 승헌이 말했다. "하지만 지하 200미터 마석층의 진동 파형이 B급 이상 광맥 전조 패턴과 94% 일치합니다. HMB 2년 전 탐사 보고서 데이터 기반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다른 종류의 조용함이었다.
"만약 광맥이 터지면." 승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무영-7 하나만으로 연간 추정 수익 800억 이상. 현재 길드 전체 부채 41억의 스무 배."
스무 배.
그 숫자가 회의실에 떨어졌다.
헌터들은 숫자에 약하다. 던전에서는 몬스터의 등급과 마석의 무게로 세상을 읽는다. 하지만 EBITDA와 수익률과 부채비율로 세상을 읽는 사람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검증당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박성우가 처음으로 등을 의자에 기댔다.
"...근거가 확실합니까?"
톤이 바뀌어 있었다. 5분 전의 적대감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반신반의와 불안. 그리고 아주 미세한 기대.
"확실하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승헌은 임원들을 둘러봤다. 하나하나 얼굴을 읽었다.
이미 운영이 멍청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해결책을 보여줬다. 미래를 보여줬다.
남은 건 하나.
"구조조정 후 예상 수익률. 무영-7 광맥 반영 전 기준으로도 78%입니다."
78%.
임원들의 얼굴에서 적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한 가지 감정이었다.
경악.
숫자가 뿜어내는 현실 앞에서, 헌터의 자존심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박성우가 말했다.
"...조건이 뭐죠?"
항복의 질문이었다. 승헌은 창 밖을 봤다. C급 길드 사무실의 창으로는 별 게 보이지 않았다. 5층짜리 빌딩의 창. 길 건너 편의점과 벌써 문을 닫은 세탁소가 보였다.
승헌은 돌아섰다.
"경영권 이전. 저에게."
침묵.
"내일 공개매수 들어갑니다."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승헌은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 서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엘리시움에 전화를 걸었다. 은설이 받았다.
"주식양수도 계약 준비해주세요. 공개매수 조건, 행사가 기준가의 1.3배. 이행 기간 일주일."
"...내일요?"
"내일입니다."
전화를 끊었다.
복도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평범한 저녁. 평범한 거리.
하지만 이카루스 길드의 회의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묵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숫자 앞에서 침묵하는 사람들. 그것이 승헌이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었다.
수익률 78%. 충분해.
병원에서 나온 지 이틀. 28세의 각성 실패자가, 첫 번째 길드의 문을 두드렸다.
전생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번에는 검이 아니라 재무제표를 들고 들어갔다는 것.
*
복도를 걷는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문자였다. 미확인 번호.
[이카루스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 미래그룹 전략기획팀]
승헌은 세 걸음을 더 걷다가 멈췄다.
형광등 불빛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평범한 저녁. 평범한 5층 건물.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봤다. 미래그룹 전략기획팀. 형이 직접 올 리는 없다.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손을 쓰는 방식이 달랐다. 조용히, 먼저, 그리고 선점.
이미 알고 있다.
10년 전에도 이랬다. 형은 항상 먼저 알고 있었다.
승헌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마켓 아이가 새로운 수치를 올렸다.
경쟁 변수 등장. 인수 성공 확률 재산정 중... 54%.
72%에서 54%.
18% 하락.
하지만 0%는 아니다.
승헌은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빌딩 출구.
밖으로 나서자 3월의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차가웠다.
전생에서 형과의 싸움은 항상 졌다. 자본이 없었으니까. 힘도, 인맥도, 정보도 후발주자였으니까.
이번에는 달랐다.
승헌에게는 형이 모르는 정보가 있다. 무영-7. 3년 후의 광맥. 아무도 모르는 수치.
54%. 충분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내일 공개매수가 시작된다.
그리고 형과의 두 번째 싸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