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심연의 눈
달빛이, 눈동자에 걸렸다.
연무장. 밤. 카이락스는 혼자 서 있었다. 발자국 두 개를 남긴 채 나가려다 — 멈추었다.
파편의 공명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배후가 그것을 트리거로 삼았다는 것은 분명했다. 공명의 강도가 예상보다 컸다.
파편이 임계에 더 가까워졌다.
방향을 바꿨다. 돌아섰다.
결계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루시안이 거기 있었다.
나가지 않았다. 결계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락스가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눈을 보여라."
낮은 목소리. 요구가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
카이락스는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의 발자국 위에 다시 발자국을 냈다.
루시안이 따라 들어왔다. 자세를 잡지 않았다. 공격 의사가 없었다. 그냥 — 보려는 것이었다.
루시안 앞 두 걸음에 멈추었다.
루시안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성흔 파동을 순간 증폭하는 방식이었다. 짧고 강하게. 의지로 방향을 잡아 누르는 방식의 공격.
카이락스는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황태자는 공포를 보고도 포기하지 않는다. 두 종류였다. 어리석어서 두려움을 모르는 자. 아니면 — 두려움보다 목적이 무거운 자.
루시안은 두 번째였다.
파동이 왔다.
카이락스는 피하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루시안의 파동이 닿기 직전 — 발끝을 살짝 앞으로 뻗었다.
루시안의 발이 걸렸다.
발끝 하나. 루시안의 전진 궤도 위에 정확히 놓인 발.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0.3초에 카이락스의 손이 루시안의 어깨 위에 얹혔다.
아무 힘도 없었다.
하지만 루시안의 다리가 완전히 멈추었다.
고개를 들었다.
카이락스의 눈이 텅 비어 있었다.
*
어둠이 아니었다.
검지 않았다. 색이 없었다. 공백. 심연이라는 단어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것. 그것이 눈동자 안에 있었다.
루시안의 성흔이 반응했다. 거부 반응. 6각의 성흔이 카이락스의 눈동자 앞에서 — 후퇴했다. 빛이 공백 앞에서 물러나는 방식. 맞설 대상이 없었다.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시안의 무릎이 내려갔다.
0.3초. 이를 악물었다. 버텼다. 무릎이 완전히 바닥에 닿지 않았다. 반쯤 꺾인 자세에서 고개를 들었다.
눈이 꺾이지 않았다.
카이락스는 그것을 보았다. 0.5초. 무릎이 꺾여도 눈이 꺾이지 않는 자. 백오십 년 동안 그런 자를 많이 보지 못했다.
처음은 알테리온의 부하들이었다. 북부 전선. 팔이 잘려도 달려드는 병사들. 그때는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카이락스가 손을 뗐다. 눈동자의 공백이 닫혔다. 한 번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그리고 다시 보통의 눈이 되었다.
루시안이 천천히 일어섰다. 손을 쓰지 않고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지만.
"넌... 인간이 아니다."
확인이었다. 선고가 아니었다.
카이락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
회랑 위.
세르한이 난간에서 손을 뗐다. 손가락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루시안의 무릎이 꺾였다. 6각이. 이 학당에서 6각에 무릎을 꿇린 자는 — 없었다. 역사에.
세르한은 손바닥을 보았다. 어제 회의실에서 파동을 보냈을 때 그 공백을 처음 느꼈다. 오늘 또 느꼈다.
결투를 보는 동안 — 한 번도 '감히'라는 단어가 올라오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세르한은 계단을 내려갔다. 발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조금 느렸다.
*
더 멀리.
리아가 회랑 끝 기둥 뒤에 서 있었다. 파동이 왔다. 안광이 열렸을 때의 그것.
리아는 눈을 감았다.
예언서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아래, 어제 밤 이후 새롭게 나타난 것이.
'성녀의 빛이 군주의 공백을 읽는다.'
'읽는 순간, 선택이 시작된다.'
읽는 것이 능력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읽으면 —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 카이락스의 눈에서. 안광이 닫히기 직전. 0.1초.
흥미라는 감정이었다.
공백 안에서 흥미가 있다. 허무가 허무에만 머물지 않는다.
리아는 기둥에서 손을 뗐다.
*
연무장.
루시안과 카이락스. 두 사람만 남았다.
루시안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 가지만 묻겠다."
"들어보지."
"지금 이 학당에 있는 이유."
카이락스는 루시안을 보았다. 2초.
진실의 일부만 말했다.
"볼 것이 있어서."
"무엇을."
"아직 다 보지 못했다."
루시안이 그 대답을 받았다. 잠시 침묵. 결론을 내리려다가 —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루시안이 결계 밖으로 나가면서.
"다 볼 때까지 죽지 마라."
카이락스는 그 등을 보았다.
백오십 년. 자신에게 그 말을 한 자가 있었던가. 죽지 마라는 말이 아니라 — 아직 볼 것이 남아있다는 말이.
루시안이 나갔다.
*
그리고 같은 시각.
월식의 숲이 한 번 더 맥동했다.
방향이 있었다. 단순한 맥동이 아니었다. 파편이 — 무언가를 향해 기울었다. 표적이 생긴 것이었다.
카이락스는 눈을 감았다.
허무의 실을 가늘게 늘어뜨렸다. 파편이 기울고 있는 방향을 읽었다.
본관 지하. 연구실이 있는 방향. 그리고 — 그보다 더 아래. 학당 건물의 가장 깊은 곳. 지하 3층. 설계도에 없는 층이었다.
봉인된 공간.
배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
카이락스는 연무장을 나갔다.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다. 본관 지하.
리아가 그것을 보았다. 회랑에서 연무장 쪽으로 이동하다가. 카이락스가 본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발소리 없이. 지하 방향으로.
선택이 시작된다.
리아는 3초를 서 있었다. 그리고 — 따라갔다.
*
지하 2층. 연구실 앞 복도.
카이락스는 멈추었다. 파편의 잔향이 강해졌다. 복도 끝에. 벽에 막힌 것처럼 보이는 곳.
설계도에 없는 문이 있었다.
봉인 결계. 오래된 것이었다. 학당이 건설될 때 함께 만들어진 종류. 인간의 성흔으로는 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봉인이 — 내부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파편이 아래에서 밀고 있었다.
카이락스는 손을 들었다.
봉인에 손가락 끝을 댔다. 허무의 파동을 아주 얇게 흘렸다.
0.3초.
알았다.
이 봉인 아래에 있는 것은 파편보다 오래된 것이었다. 심연 전쟁 이전. 이 세계에 심연이 처음 닿았을 때의 것.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리아였다.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숨이 가빠져 있었다.
"따라오지 말았어야 했다."
"알아요. 그래도 왔습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카이락스는 봉인에서 시선을 뗐다. 돌아보았다.
리아가 서 있었다. 흰 의복. 어둠 속에서도 은빛이 났다. 청색 눈동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 결심이 있었다.
이 소녀는 두렵다는 것을 알면서 왔다.
*
봉인이 한 번 더 흔들렸다.
균열이 소리를 냈다. 돌이 갈라지는 소리. 실금을 따라 어둠이 새어나왔다. 심연의 어둠. 빛을 흡수하는 종류의.
리아가 뒤로 반 걸음 물러섰다. 성녀의 신성력이 반응한 것이었다.
"심연입니다."
카이락스가 돌려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왜 이곳에 있습니까."
"막으러."
한 단어.
리아는 그 한 단어를 들었다. 예언서와 맞지 않았다. 심연의 군주가 봉인을 막으러 온다는 것은.
"저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카이락스가 처음으로 리아를 직접 보았다.
"봉인이 열리면 신성력으로 누르십시오. 열리기 전까지는 물러나 있으십시오."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묻지 않았다.
카이락스는 봉인에 두 손을 얹었다. 허무의 근원을 1%로 끌어올렸다.
이 학당에 온 뒤 처음으로, 가장 많은 힘이었다.
균열에 허무를 채웠다. 파편이 밀어오는 힘을 반대 방향에서 눌렀다. 같은 근원의 힘이었다. 파편이 인식했다. 맥동이 멈추었다.
균열이 닫히기 시작했다.
배후도 느꼈을 것이었다. 파편을 막고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을. 그 힘이 성흔이 아니라는 것을.
*
균열이 닫혔다.
봉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실금이 사라졌다. 복도가 다시 평범한 어둠이 되었다.
카이락스는 손을 뗐다.
뒤를 돌아보았다.
리아가 물러난 자리에 서 있었다. 신성력의 빛이 손끝에 아직 맴돌고 있었다. 열릴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리아가 먼저 말했다.
"예언서에. 심연의 군주가 학당에 들어왔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리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 뒤에 또 있습니다. 성녀의 빛이 군주의 공백을 읽는다. 읽는 순간, 선택이 시작된다."
"선택했나."
"아직요."
아직. 루시안도 아직이라고 했다. 이 학당의 인간들은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다.
번거로운 자들이었다.
"올라가십시오."
카이락스가 먼저 계단 쪽으로 걸었다. 리아가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이 지하 계단을 올랐다.
봉인이 닫혀 있었다. 파편의 맥동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 이것은 시작이었다.
배후가 다음 패를 내놓을 것이었다. 루시안이 확인을 결심했고, 리아가 선택을 시작했고, 봉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았고, 배후가 심연의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죽을 곳을 찾으러 온 학당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다.
*
1층 복도.
리아가 갈림길에서 멈추었다. 카이락스도 멈추었다.
"잘 자십시오."
카이락스는 그 인사를 받았다.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백오십 년 동안 그런 인사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
리아가 기숙사 쪽으로 돌아갔다.
카이락스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F급 기숙사. 문을 열었다. 카일이 코를 골고 있었다.
창밖으로 월식의 숲이 보였다. 조용했다. 봉인은 닫혔고, 파편은 잠들었다.
하지만 밤은 끝나지 않았다.
카이락스는 창가에 섰다. 코트를 벗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보고서를 꺼내 들여다보았다. 벨제르의 보고. 연구실 출입 기록. 지하 2층에 머문 인원 셋.
그리고 지하 3층. 설계도에 없는 층.
그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 카이락스는 문 손잡이를 보았다. 봉인이 새겨진, 오래된 금속 손잡이. 올라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
그 손잡이에는 — 자신 말고 다른 손자국이 있었다.
오래되지 않은 것이었다. 먼지가 닦여 있었다. 누군가 이 문을 최근에 만졌다.
배후는 이미 이 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 카이락스가 먼저 그 문을 열어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