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97구
연습경기 첫 번째 등판.
상대는 상원고. 지역 중상위권 팀이다. 전생에서 들었던 이름이었다.
우리 팀 선발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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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40분 전. 불펜.
팔꿈치를 체크했다. 통증 없음. 가동 범위 정상. 철수가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왔다. 마스크를 내리면서 앉았다.
워밍업 5구. 139. 140. 141. 141. 142. 속도가 붙고 있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몇 구야."
포수가 그걸 묻는다. 철수가 사인을 통해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
"105."
철수가 마스크를 내렸다.
"알았어."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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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닝. 투구수 8. 삼진 2, 내야 땅볼 1.
2이닝. 투구수 11. 1번 타자가 안타를 쳤다. 다음 타자는 슬라이더로 병살.
3이닝. 투구수 9. 누적 28구.
이닝마다 팔꿈치를 체크했다. 피로가 쌓이는 속도를 모니터링했다. 7이닝까지는 안전하다. 8이닝부터는 매 이닝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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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이닝. 연속 안타 2개. 주자 1·2루.
멈추지 않았다. 한 타자만 잡는다. 지금 앞에 있는 타자만.
포심으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로 마무리했다. 내야 땅볼. 병살.
5이닝 합계 투구수 16. 누적 56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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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이닝. 누적 80구.
마운드에 올랐다. 팔꿈치를 체크했다. 피로가 경계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통증이 아니었다. 아직. 하지만 신호는 알고 있다.
이 이닝에서 끝낸다.
세 타자를 연속으로 잡았다. 투구수 7. 누적 87구.
더그아웃으로 내려왔다. 감독이 이쪽을 봤다. 87구. 아무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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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이닝 초.
마운드에 올랐다.
팔꿈치를 체크했다. 피로. 경계 바로 아래.
세 타자. 투구수 10. 누적 97구.
마지막 타자를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2-0. 경기 종료.
투구수 97구.
감독이 더그아웃 입구에 서 있었다. 시선이 전광판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수가 마스크를 들고 나왔다. 나란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좋은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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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이 꺼지기 전에, 스탠드 오른쪽 끝을 한 번 봤다.
점퍼를 입은 사람이 혼자 앉아 있었다. 메모지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경기 결과를 적는 사람이 있다. 구속을 적는 사람이 있다. 투구수를 적는 사람은 따로 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감독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