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먼지의 눈높이
본관 18층. 서아가 두 번째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이선복이 아니라 오민재가 데리고 갔다.
"본관 회의입니다."
"회의에 제가 왜 참석합니까."
"회장님 지시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같은 카펫, 같은 향. 하지만 오늘은 사람이 더 있었다. 복도에 이선복이 서 있었고, 회의실 문 앞에 검은 양복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실이 열렸다. 직사각형 테이블의 한쪽 끝에 한도윤, 오른쪽에 마상구, 왼쪽에 오민재. 맞은편 끝에 한서진이 앉았다. 의자가 여섯 개였고, 사람은 다섯이었다. 서아가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의자가 하나 부족했다.
서아는 0.5초 멈추었다. 방 안의 시선이 서아에게 향했다. 한도윤은 서류를 보고 있었고, 마상구는 서아를 봤다. 한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아는 벽 쪽에 섰다. 앉을 자리가 없으면 서는 것이었다. 등이 벽에 닿지 않았다. 기대지 않았다.
한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들어온 지 열흘이다. 적응은 됐느냐."
"적응 중입니다."
"적응 중이면 아직 안 됐다는 뜻이구나."
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도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었다.
마상구가 물었다.
"열람실을 많이 사용하더군. 뭘 보고 있느냐."
"채권 양도 기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채무의 구조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구조라. 패턴을 찾고 있다는 뜻이냐."
"네."
"찾았느냐."
"일부는 찾았습니다. 일부는 아직입니다."
마상구의 시선이 1초 머물렀다. 한도윤의 시선이 한서진에게 갔다. 한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도윤이 핵심 질문을 던졌다.
"채무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서아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답했다.
"상속 채무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했습니다. 계약 체결 전에 접수 완료된 상태입니다."
한도윤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미세했다. 눈썹 사이의 근육이 0.5초간 수축했다. 놀란 것이 아니라 계산이 바뀐 것이었다. 23억이라는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를 즉시 파악한 것이었다.
마상구가 서아를 봤다. 서아가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법이라는 절차. 마상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었다.
"채무 정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진행 중입니다.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마상구의 언어를 빌렸다. '절차.' 마상구가 서아에게 가르친 단어였다. 마상구의 눈이 0.3초 동안 변했다. 읽던 시선이 인정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절차를 밟고 있다면 그건 권리야. 의무가 아니라."
마상구의 한마디였다. 서아에게 한 말이었지만, 한도윤이 듣고 있었다.
한도윤이 말했다.
"앉아."
서아가 멈추었다. 처음 이 층에 올라왔을 때 앉히지 않았던 사람이 앉으라 했다. 하지만 빈 의자가 없었다.
이선복이 문 밖에서 보조 의자를 가져왔다. 접이식이었다. 낮았다. 마상구 옆에 놓았다. 서아가 앉았다. 테이블에서의 시선 높이가 다른 사람보다 낮았지만, 앉은 것 자체가 달랐다. 열흘 전과 달랐다.
회의가 다른 안건으로 넘어갔다. 한성회 분기 자산 보고. 수십억 단위의 숫자가 오갔다. 23억이 이 테이블에서는 작은 숫자였다.
회의가 끝났다. 서아가 먼저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었다.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나갔다.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손을 봤다. 떨리지 않았다. 처음 한도윤을 만났을 때는 떨렸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서아가 탔다. 문이 닫혔다.
18층 회의실. 서아가 나간 뒤. 한도윤이 한서진을 봤다.
"저 여자가 절차를 말했다."
"저 여자가 아니라, 제 아내입니다."
방 안의 공기가 한 도 내려갔다. 한도윤의 시선이 서늘해졌다.
"감정을 말에 넣지 마라."
한서진의 손이 테이블 아래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한도윤이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오민재만 남았다.
"수첩 건은 철수해."
"알겠습니다."
한서진이 창으로 갔다. 18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동관 3층. 302호의 불이 켜졌다. 작은 사각형의 빛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서아가 돌아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