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폭풍
폭탄은 하나씩 터지지 않는다. 한꺼번에 터진다.
오전 10시 1분. 이준의 서재.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모니터 표면에 걸쳐 있었다. 화면이 켜진 채로 밤을 넘긴 모니터에서 미세한 열기가 올라왔다. 서재의 공기는 건조했고, 가습기의 물이 바닥난 지 오래였다.
기사가 올라왔다. 팩트인사이트가 아니라 '스타뉴스24'. 바이라인을 확인했다. 최지훈이 아닌 다른 기자. 다른 루트. 최지훈이 통제할 수 있는 판 바깥이다.
〔단독〕 강이준 열애 사진 속 여성, 서은아 아닌 '루나틱 전 멤버 소희' ─ 본인 제보
소희. 이준은 그 이름을 소리 내지 않았다. 소리 내면 실체가 된다. 입술이 움직이지 않도록 의식했고, 그 의식 자체가 이미 반응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사를 스크롤했다. 사진 비교 분석이 먼저 나왔다. 턱선 각도 측정 그래픽. 귀 위치 3mm 차이 분석. 8화의 유튜브 채널보다 정밀했다. 전문가 의견이 붙어 있었고, 이미지 위에 빨간 선이 겹쳐 그려져 있었다. 모니터 빛이 이준의 얼굴 위에서 푸르게 번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단.
'박소희(26세, 루나틱 전 멤버)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12월 31일 밤 강이준 씨의 차에 탔다"고 진술했다.'
본인 진술. 추측이 아니라 증언. 증언은 부인하면 법적 분쟁이 된다. 삭제할 수 없다. 기록으로 남는다.
휴대폰을 들었다. 서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째에서 거절당했다. 7번. 받으려다 멈춘 것이다. 받고 싶지 않았다면 3번 만에 끊었을 것이다.
다시 걸었다. 두 번 만에 받았다.
"...네."
목소리가 한 톤 낮았다. 떨림을 누르고 있었다.
"소희 기사 보셨습니까."
"...봤어요."
"소희가 누구인지 알고 계셨죠."
10초의 침묵. 전화 너머로 호흡만 들렸다. 들숨이 길고 날숨이 짧았다. 울음을 참는 호흡. 이준은 그 리듬을 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금은 ─"
"말할 수 없다. 알고 있습니다."
이준이 먼저 끊었다. 추궁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바꾸지 않았다. 전화기를 내려놓았을 때 화면에 통화 시간이 떠 있었다. 47초.
☆
도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이민재 팀장님한테서 연락 왔어요. 차서린 인터뷰 웹 선행 공개가 앞당겨졌대요."
"몇 시."
"오늘 오후 3시요. 원래 저녁 6시였는데 3시간 당겨졌어요."
"왜?"
"소희 기사 때문인 것 같대요. 포털 메인을 소희 기사가 잡고 있으니까, 차서린 쪽에서 자기 기사가 묻힐까 봐 앞당긴 거라고."
이준은 시계를 보았다. 10시 26분. 오후 3시까지 4시간 34분. 소희 기사가 포털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차서린 인터뷰까지 같은 날 터진다. 두 개의 타이머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이민재에게 전화했다.
"팀장님, 대응 방향 잡았습니까."
"차서린 인터뷰는 침묵 유지입니다. 반박하면 키워드가 올라갑니다."
"소희 건은요."
"대표님 지시 대기 중입니다."
"대표님 연락은요."
"...안 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오늘 아침부터요. 소희 기사 올라오기 전부터."
이준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멈췄다. 기사 올라오기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 1화에서도 그랬다. 기사가 터지기 전날 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 이미 아는 사람. 혹은 ─ 기사를 예상하지 못해서 대응을 설계하느라 연락을 끊은 사람.
"알겠습니다. 변동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전화를 끊었다.
도윤이 물었다.
"형, 박 대표님이 연락 안 된다는 거... 무슨 뜻이에요?"
"두 가지 중 하나야. 다 알고 있거나, 처음 당하거나."
"어느 쪽이요?"
이준은 창밖을 보았다. 한남동의 오전. 맑았다. 경비실 옆 벚나무에 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위기와 상관없이 계절은 움직인다.
"그걸 모르는 게 문제야."
도윤이 입을 다물었다. 이준이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것은 7년 동안 손에 꼽았다.
☆
서재에 앉아 천장을 보았다. 두 개의 기사가 같은 날. 소희의 증언과 차서린의 인터뷰. 한쪽은 사진의 진실을 파헤치고, 한쪽은 이준의 과거를 파헤친다. 방어할 수 있는 쪽이 없다. 천장의 조명이 눈에 걸렸고, 시선을 돌리자 잔상이 남았다.
"하나를 덮으면 하나가 올라온다."
혼잣말을 했다. 서재에서 혼잣말을 하는 것은 15년 동안 세 번째다.
"그러면 둘 다 태워야지."
둘 다 태운다는 것은 두 기사보다 더 큰 이슈를 만든다는 뜻이다. 9화에서 '내 여자'가 조작 프레임을 밀어냈듯이. 하지만 '내 여자'보다 큰 카드가 무엇인가. 같은 카드를 두 번 쓰면 연기가 된다.
3초 안에 답을 찾지 못했다. 5초. 8초. 12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계 초침 소리가 서재의 정적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또렷했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박대건.
〔오후 1시. 본사. 올라와.〕
이준은 타이밍을 기록했다. 소희 기사 업로드 10시 1분. 박대건 문자 12시 23분. 2시간 22분. 1화에서는 기사보다 3시간 빨리 문자를 보낸 사람이다. 지금은 기사 후에 보냈다. 설계자가 확인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코트를 입었다. 시계를 찼다. 서재 문을 닫을 때 모니터에 소희 기사가 아직 떠 있었다. 끄지 않았다. 돌아왔을 때 상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도윤이 차 문을 열며 물었다.
"형, 본사요?"
"응."
"대표님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관리한다고 하겠지."
"...관리요?"
"5화에서는 '처리한다'고 했어. 처리는 끝내는 거고 관리는 유지하는 거야."
도윤이 시동을 걸었다. 차가 한남동을 빠져나갔다. 오르막에서 엔진 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형, 그게 무슨 차이예요?"
"소희를 끝내는 게 아니라 유지한다는 뜻이야. 소희가 박 대표한테 아직 쓸모가 있다는 뜻이고."
도윤의 손이 핸들 위에서 힘이 들어갔다. 이준은 그것을 봤다.
"걱정 마. 아직은 내가 통제할 수 있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어서.
☆
차가 블랙홀 본사 앞에 도착했다. 17층 유리창에 오후 햇살이 반사됐다. 박대건이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유리에 반사된 빛이 이준의 눈을 찔렀고, 고개를 돌리는 대신 그대로 올려다보았다.
도윤이 말했다.
"형, 오늘은... 대표님 말만 듣고 오지 마세요."
이준이 도윤을 봤다. 7년 동안 도윤이 이런 말을 한 적은 없다. '대표님 말만 듣지 마세요.' 도윤도 변하고 있다.
"안 그럴 거야."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얼굴. 통제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통제는 방향이 달랐다. 1화에서는 감정을 숨기는 통제였다. 지금은 결심을 숨기는 통제다. 같은 얼굴 아래 다른 회로가 작동하고 있었고,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이준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7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차서린 인터뷰 선행 공개까지 2시간 37분. 태블릿에 알림이 떴다. 제목만 보였다.
'강이준이 3년간 숨긴 것'
이준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멈췄다.
3년. 3년 전 영화 현장. 3년 전 끝난 차서린. 3년 전 스태프 명단의 '서은(본명)'. 모든 것이 3년 전에 교차하고 있다.
─ 아직은 보이지 않는 교차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