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인터뷰
타인의 입으로 듣는 자기 이야기는, 거울이 아니라 칼이다.
오후 3시. 기사가 올라왔다.
이준은 서재에서 태블릿을 켰다. 차서린의 화보 사진이 떴다. 어두운 배경에 강한 조명. 3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어떤 말보다 정확하게 그녀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인터뷰는 기록이 아니라 선전포고다.
'강이준과의 3년. 그리고 배신.'
스크롤을 시작했다. 천천히. 한 문장씩. 화면에 손끝이 닿을 때마다 문장이 올라왔고, 올라올 때마다 3년 전의 시간이 내려앉았다.
'처음에는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완벽하게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준은 그것을 인정했다. 만들어진 사람. 15년 전 박대건이 처음 한 말이 떠올랐다. '너는 원석이야. 내가 깎아줄게.' 깎인 돌은 자연석이 아니다. 차서린은 그것을 정확히 봤다. 문제는 깎인 돌이 스스로를 원석이라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감정은 변수였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전부 변수였고, 변수는 제거 대상이었다. 나도 결국 변수가 되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변수. 자신이 쓰는 단어를 차서린도 쓰고 있다. 같은 단어, 다른 방향. 이준에게 변수는 관리 대상이었고, 차서린에게 변수는 버림받는 이유였다. 같은 관계 안에서 같은 단어가 정반대의 의미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3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3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감정이 올라오면 말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돌아섰다. 항상 돌아섰다. 소리를 지른 적도 없었다.'
이준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3초간 천장을 보았다. 맞다. 소리를 지른 적이 없다. 15년 동안. 소리를 지르면 통제가 깨지고, 통제가 깨지면 무대 위의 사람이 아니라 무대 아래의 사람이 된다. 그것이 두려웠다. 차서린은 그 두려움의 이름을 '차가움'이라고 적었다. 틀리지 않았다. 두려움과 차가움은 같은 얼굴의 양면이니까.
3년 전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날이 떠올랐다. 세트장 밖 콘크리트 복도. 11월의 공기가 차가웠다. 천장의 형광등이 하나 꺼져 있어서 복도 중간이 어두웠다. 차서린이 돌아섰다.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부딪혔다. 이준은 그 뒷모습을 보지 않았다. 돌아서는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이준의 방식이었다. 보면 잡게 되고, 잡으면 계산이 무너진다. 하이힐 소리만 세었다. 12번. 복도 끝까지 12걸음.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정적.
'3년 전 영화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봤다. 그 사람은 사람이 돌아서면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이힐 소리만 콘크리트에 부딪혔다.'
차서린은 걸음 수까지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준이 세던 것을 그녀도 세고 있었다. 같은 복도에서 같은 숫자를 세면서, 서로 다른 것을 잃고 있었다.
인터뷰 전문을 다 읽는 데 7분이 걸렸다. 3,200자. 형용사가 없었다. 사실만 나열했다. 최지훈처럼. 사실만으로 구성된 글이 가장 아프다. 비유가 있으면 과장을 의심할 수 있다. 사실은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서재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가습기가 멈춰 있었고, 목이 말랐다. 물을 마시지 않았다. 마실 이유를 찾지 못했다.
도윤에게 전화했다.
"읽었어?"
"...네."
"어떻게 생각해."
"형, 저한테 물어볼 걸 물어보세요."
"어떻게 생각하냐고."
도윤이 3초간 침묵했다.
"사실이에요?"
"사실이야. 전부."
"...진짜요?"
"진짜."
도윤이 숨을 내쉬었다. 7년 동안 이준이 기사에 대해 '사실이야'라고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인도 안 하고 인정도 안 하는 것이 이준의 방식이었는데, 오늘은 그 방식이 깨졌다.
"형,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 말이 진짜가 아닌 거 알아요. 7년 됐잖아요."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의 말이 맞았다. 태블릿 화면이 자동으로 꺼졌다. 서재가 어두워졌다. 켜지 않았다. 어둠이 지금은 편했다.
☆☆
서은아의 숙소. 같은 시각.
거실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차서린 인터뷰 전문. 처음 읽는 강이준의 과거. 노트북 화면의 빛이 거실 바닥에 사각형으로 번져 있었고, 그 사각형 안에 서은아의 무릎이 들어와 있었다.
'감정은 변수였다.'
3화를 떠올렸다. 침묵을 무기로 쓰던 사람. 표정을 통제하던 사람.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서가 아니라,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닫아둔 것이다. 차서린이 그 문을 두드렸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울면 통제가 깨진다고 생각해서.'
8화가 떠올랐다. 코트를 걸쳐주면서 '여기서 울면 기사 제목이 바뀝니다'라고 한 사람. 차가운 말, 따뜻한 행동. 그 사이의 거리를 서은아는 지금에야 측정할 수 있었다. 말은 계산이었고 행동은 진심이었다. 계산과 진심이 충돌할 때, 이 사람은 행동 쪽을 택한다.
이 사람도 프로인 척하는 거구나. 프로인 척하는 것이 이 사람의 갑옷이구나.
하은이 부엌에서 물을 들고 나왔다. 발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서은아의 표정을 읽은 것이다.
"언니, 그 기사... 봤어요?"
"봤어."
"강이준 씨... 그런 사람이에요?"
"모르겠어. 아직."
"근데 코트 걸쳐주잖아요."
서은아가 하은을 봤다.
"나쁜 사람은 코트 안 걸쳐줘요. 추운 날에."
서은아는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하은의 논리는 단순했다. 단순해서 정확했다. 인터뷰 3,200자보다 하은의 한 마디가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서은아는 휴대폰을 들었다. 이준에게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기사 봤어요.' 지웠다. 건조하다. 두 번째: '힘드시죠.' 지웠다.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세 번째: '괜찮으세요? 저도 읽었어요.' 지웠다. '저도'가 불필요하다. 네 번째.
〔인터뷰 읽었어요. 괜찮으세요?〕
보냈다. 보내고 나서 숨을 내쉬었다. 화면을 뒤집어 바닥에 놓았다.
하은이 물었다.
"누구한테 보냈어요?"
"...강이준 씨."
"뭐라고요?"
"괜찮으세요? 라고."
하은이 웃었다. 작은 웃음.
"왜 웃어."
"언니가 걱정해주잖아요. 좋은 거예요."
서은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약 상대를 걱정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계약서에 '걱정 문자'는 없다. 하지만 계약서에 없는 것을 보내고 싶었다는 사실이, 서은아 자신을 놀라게 했다.
☆
이준의 서재. 문자가 도착했다.
〔인터뷰 읽었어요. 괜찮으세요?〕
화면을 3초간 봤다. 빚이 5억인 사람이, 팀이 무너지고 있는 사람이, 이준의 안부를 물었다. 자기 안부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의 안부를 묻고 있다. 그 비효율이 이준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차서린의 인터뷰에는 3,200자가 있었다. 서은아의 문자에는 14자가 있었다. 14자가 3,200자보다 오래 화면에 남아 있었다.
답하지 않았다. 태블릿을 엎었다. 문자가 화면 아래로 사라졌다.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