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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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건 쉽다. 잡힌 손을 '보이게' 하는 게 어렵다.
오전 10시. 블랙홀 본사 지하 주차장. 이준의 차. 오늘은 첫 공식 동선 리허설이었다. '연애'가 아니라 '촬영'처럼 정확한 타이밍으로 움직여야 하는 날. 이준은 그런 날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15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정확한 타이밍으로 움직여 왔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혼자가 아니었다.
조수석에 서은아가 앉아 있었다. 검은 코트, 흰 니트, 청바지. 어제 숙소에서 본 얼굴과 같은 — 아니, 이준은 어제 서은아의 숙소에 간 적이 없었다. 화상으로 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얼굴이 익숙했다. 두 번 본 것뿐인데.
서은아가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동작이 익숙했다. 매니저 차를 타는 것에 익숙한 사람의 동작. 아이돌은 차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스케줄과 스케줄 사이의 이동 시간이 유일한 자유 시간. 서은아도 7년 동안 그렇게 살았을 것이었다.
도윤이 태블릿을 들고 운전석에서 설명했다.
"오늘 동선입니다. 본사 출발 → 청담동 카페 도착 → 도보 이동 100미터 → 차 탑승. 카페에서 30분. 나올 때 손잡기. 차까지 걸을 때 대화. 자연스럽게."
도윤이 '자연스럽게'라는 단어를 말할 때 목소리가 어색했다. 7년 동안 이준의 '자연스러움'을 옆에서 봐온 사람이었다. 이준의 자연스러움이 전부 설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손잡기 타이밍은요?"
서은아가 물었다. 목소리가 사무적이었다. 프로의 질문이었다. 이준은 그것을 인정했다. 아이돌 7년 차.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는 법을 아는 사람.
"카페 문 나서면서요. 이준 씨가 먼저 나오고, 뒤에서 은아 씨가 나올 때 손을 내밀어주세요. 은아 씨가 잡으면 그대로 걸으시면 됩니다."
"잡는 시간은?"
"차까지 100미터. 1분이면 충분합니다."
1분. 손을 잡고 100미터를 걷는 시간. 이준은 1분의 무게를 재었다. 15년 동안 누군가의 손을 잡고 카메라 앞을 걸은 적이 없었다. 드라마 촬영에서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본이 있었고, 감독이 있었고, '컷'이 있었다. 오늘은 대본도 감독도 컷도 없었다. 있는 것은 계약서뿐이었다.
"한 번 해보죠."
이준이 말했다.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의 차가운 공기. 서은아도 내렸다. 도윤이 차에서 내려 100미터 앞에 섰다. 카페 출구 역할이었다.
"시작."
도윤이 말했다. 이준이 앞서 걸었다. 3걸음 후 뒤를 돌아보았다. 서은아가 따라오고 있었다. 이준이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 서은아가 왼손으로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1월이니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차가운 것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손이 작았다. 코트 소매 끝에서 나온 손가락이 가늘었다. 마이크를 잡던 손. 계약서에 서명하던 손. 지금 그 손이 이준의 손 안에 있었다.
100미터를 걸었다. 도윤이 서 있는 곳까지. 1분 12초. 이준이 시간을 쟀다. 습관이었다.
"됐습니다. 한 번이면 됐어요."
이준이 손을 놓았다. 서은아도 놓았다. 동시였다. 3초의 오차도 없이. 프로 두 명의 리허설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한 가지를 알아챘다. 놓는 순간, 서은아의 손가락이 — 아주 미세하게 — 오므라들었다는 것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반사였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피부의 반사. 하지만 이준은 그것을 기억해두었다.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기억하는 습관이 생기고 있었다.
청담동 카페. 오전 11시.
실전이었다. 리허설이 아니라. 카페 안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 이준은 블랙, 서은아는 아이스. 1월에 아이스를 마시는 사람. 누아르에서도 그랬다. 이준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아직 파파라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준은 4화에서 그것을 배웠다. 카페의 구석이든 골목의 모퉁이든, 카메라는 어딘가에 있었다.
"긴장되시나요."
이준이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서은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오늘 동선의 품질에 영향을 미쳤다. 긴장한 사람의 손잡기는 어색해진다. 어색함은 사진에 찍힌다. 사진에 찍히면 기사가 된다.
"아뇨."
서은아의 대답은 짧았다. 이준은 그것을 읽었다. 긴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긴장을 숨기는 것이었다. 누아르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긴장을 숨기지 않는 것이 전략이었던 그때와 달리, 오늘은 숨기고 있었다. 무대 앞의 아이돌. 무대 뒤에서 떨어도 무대 위에서는 떨지 않는 사람.
서은아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빨대에 입술이 닿는 것을 이준은 보지 않으려 했다. 보지 않으려 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3초 안에 분석되지 않는 것들.
카페 안은 조용했다. 오전이라 손님이 적었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도윤이 골랐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 사진이 찍힐 때 가장 자연스러운 각도.' 7년차 매니저의 계산이었다. 이준은 그 계산에 감사했다. 누군가 대신 계산해주면 자신은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다른 것'이 맞은편에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 물어봐도 돼요?"
서은아가 말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끄덕이면 허락이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질문의 무게가 달라진다.
"찾아보라는 말… 이유가 있었어요?"
이준의 손가락이 커피잔 위에서 멈췄다. '찾아보세요.' 3화에서 서은아가 문 앞에서 던진 말. 이준은 그 말의 의미를 아직 완전히 풀지 못했다. 최지훈에게서 '서은아 궤도 안의 인물'이라는 단서를 얻었지만, 그것은 정체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왜 물어봅니까."
"찾아보셨을 것 같아서요."
맞았다. 찾아보았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서은아는 이준이 찾아보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직접 말하지 않았다. 왜?
이준은 서은아를 보았다. 카페의 자연광이 얼굴에 닿아 있었다. 누아르의 어두운 조명과 달랐다. 자연광 아래의 서은아는 — 이준은 형용사를 찾지 못했다. 형용사를 찾지 못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15년 동안 사람을 3초 안에 정리해왔는데.
"아직 못 찾았습니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두 번째 솔직한 대답. 첫 번째는 누아르에서 '모릅니다'라고 했을 때. 서은아 앞에서만 솔직해지는 것이 불편했다. 솔직함은 통제의 반대편이니까.
서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이준은 그 침묵이 편했다. 편하다는 것이 또 불편했다.
카페를 나섰다. 오전 11시 32분.
이준이 먼저 문을 열고 나왔다. 3걸음. 뒤를 돌아보았다. 손을 내밀었다. 리허설 그대로. 서은아가 왼손으로 잡았다. 손이 아까보다 따뜻했다. 카페 안에서 커피잔을 감싸고 있었으니까. 이준은 그 온도의 차이를 알아챘다. 알아채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걸었다. 100미터. 청담동의 겨울 햇살이 두 사람 위에 떨어졌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이준은 보지 않는 척했다. 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움이었다. 자연스러움이 설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거리에서 셋뿐이었다. 이준, 서은아, 그리고 20미터 뒤의 도윤.
50미터쯤 걸었을 때, 서은아가 말했다.
"프로면… 덜 아픈 건 아니잖아요."
이준의 걸음이 0.5초 느려졌다. 0.5초.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서은아가 3화에서 '루나틱'을 말할 때 눈이 달라졌던 0.5초와 같은 시간. 이준은 자신이 그 0.5초에 반응했다는 것을 알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프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해진다. 프로는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프면서 웃는 것이다. 이준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감정이 보인다. 감정이 보이면 —
"우린 프로잖아요."
0.5초. 이준은 그 0.5초를 느꼈다. 15년 동안 걸음이 느려진 적은 없었다. 레드카펫에서도, 법정에서도, 스캔들 현장에서도. 걸음은 일정했다. 그것이 이준의 방어였다. 방어에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서은아의 한마디가 만든 균열. 이준은 그 균열을 메우려 했다. 3초. 메워지지 않았다.
이준이 말했다. 말 속도가 아주 조금 느려졌다. 0.5초만큼. 서은아가 그것을 알아챘는지는 모르겠다. 서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
차에 도착했다. 도윤이 문을 열었다. 서은아가 먼저 탔다. 이준이 뒤에 탔다. 문이 닫혔다. 손이 떨어졌다. 이번에도 동시에. 하지만 이번에는 서은아의 손가락이 오므라들지 않았다. 대신 —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아까 잡혀 있던 것과 같은 모양으로.
이준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기로 했다. 보면 기억하게 되고, 기억하면 계산이 흐려지고, 계산이 흐려지면 —
휴대폰이 진동했다. 도윤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형, 치프 매니저님한테서 연락 왔어요."
치프 매니저. 블랙홀 내부에서 이준의 전체 스케줄과 과거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 박대건 바로 아래. 이준이 '조수석 여성'의 내부 기록을 확인하려 했을 때, 박대건의 차단을 느낀 루트였다.
"뭐래?"
"이준 씨의 12월 31일 차량 운행 기록을 정리했답니다. 대표님 지시로."
박대건 지시. 이준은 그 단어를 곱씹었다. 치프 매니저가 자발적으로 연락한 것이 아니라 박대건의 지시로 연락한 것이었다. 박대건이 기록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보여주는 척 숨기려는' 것인가. 박대건의 행동에는 항상 두 층위가 있었다.
"받아."
도윤이 전화를 연결했다. 치프 매니저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이준 씨, 12월 31일 오후 10시 이후 차량 운행 기록입니다. 10시 15분 청담 펄리스 출발, 10시 47분 한남동 자택 도착. 그 사이 경유지 없음."
이준은 기억을 더듬었다. 12월 31일. 시상식 뒤풀이 후. 도윤이 운전해서 집까지. 맞았다. 경유지 없음. 하지만 기사 사진은 한강 잠원지구에서 찍힌 것이었다. 잠원지구는 청담에서 한남동으로 가는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회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곳.
"잠원지구 경유 기록은요?"
"없습니다."
없다. 그러면 사진은 12월 31일이 아니거나, 차가 이준의 차가 아니거나, 운행 기록이 조작되었거나. 세 가지 중 하나였다.
이준은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았다. 청담동의 겨울 햇살. 아까 서은아와 걸었던 100미터가 차창 밖으로 지나갔다. 손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아닐 것이다. 1월의 공기는 1분이면 온기를 지운다.
그때 — 기억의 잔상이 스쳤다. 지하주차장의 조명. 조수석에 앉은 누군가의 실루엣. 웃음소리. 아니, 웃음소리가 아니라 콧노래. 낮은 멜로디. 어디서 들은 적 있는.
이준은 눈을 감았다. 잔상이 사라졌다. 0.5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기억인지 상상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잔상이 뜬 것은 서은아의 손을 놓은 직후였다.
12월 31일의 기억. 시상식 뒤풀이.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그 사이에 잠원지구를 경유한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사진은 잠원지구에서 찍혔다. 그리고 지금 머릿속에 스친 잔상 — 조수석의 실루엣과 콧노래 — 은 어떤 날의 기억인가. 12월 31일인가. 다른 날인가. 아니면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 심어놓은 이미지인가.
이준은 이마를 짚었다. 15년 동안 기억이 흐려진 적은 없었다. 기억은 이준의 무기였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누가 언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으로 사람을 읽고, 상황을 통제하고, 15년을 버텨왔다. 기억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무기에 균열이 생긴 것과 같았다.
도윤이 말했다.
"형, 오늘 밤 12시. 2차 기사 예고 썸네일이 돈대요. 최지훈 기자한테서 왔어요."
밤 12시. 이준은 시계를 보았다. 11시 48분. 12시간 12분. 그 안에 기억의 잔상을 확인해야 했고, 조수석 여성의 정체에 한 발짝 더 다가가야 했고, 2차 기사 예고에 대응해야 했다.
변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준은 변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15년 동안 변수를 제거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변수는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있었다. 서은아의 손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왼손. 0.5초 느려진 걸음. 3초 안에 정리되지 않는 형용사들.
도윤이 차를 출발시켰다. 청담동을 빠져나가는 동안 이준은 창밖을 보았다. 아까 걸었던 100미터. 손을 잡고 걸었던 100미터. 그 100미터가 창 밖으로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작아졌다. 하지만 작아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서은아가 '프로면 덜 아픈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을 때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연기는 통제지만, 습관은 통제가 아니다.
도윤이 차를 출발시켰다. 이준은 창밖을 보았다. 아까 걸었던 100미터가 사라졌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도윤.
"형, 연예뒤통수 채널에서 오늘 밤 12시 '특별 업로드' 예고했어요. 제목이 — '조수석의 진실, 풀버전 공개.'"
이준은 시계를 보았다. 오후 12시 7분. 밤 12시까지 11시간 53분.
카운트다운이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