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복도 끝, 창문 너머로 노스페라 고원의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세라는 그 창가에 서서 손바닥을 유리에 댔다. 차가웠다. 손가락 마디까지 냉기가 스며들었고, 그 감각이 오히려 정신을 붙들었다.
어제 킬리안이 한 말이 아직 귀 안쪽에 걸려 있었다.
"아이젠 부인이 델마르크의 결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그는 물음표 없이 말했다. 궁금하다면서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것이 경고였는지, 아니면 진짜 의문이었는지, 세라는 아직도 구분하지 못했다.
손을 창에서 뗐다. 손바닥에 흰 서리가 얕게 맺혔다가 금방 사라졌다.
결계 시찰은 오늘 오전 중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공작령 북단의 제1거점, 혹한의 결계가 시작되는 지점. 세라는 어젯밤 내내 공작가 문서고에서 꺼내 온 지도 사본을 들여다봤다. 에테르 라인이 교차하는 지점마다 몽정석 소비량이 기록되어 있었고, 작년 수치와 올해 수치 사이에 미세한 불일치가 있었다. 누군가 수치를 고쳤다. 아주 능숙하게,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게.
그 지도 사본은 지금 세라의 외투 안쪽 주머니에 접혀 들어가 있었다. 종이 모서리가 갈비뼈 아래를 눌렀다. 그 무게가 신기하게도 발걸음을 안정시켰다.
복도에 발소리가 들렸다.
킬리안이었다. 검은 외투에 공작가 문장이 박힌 브로치 하나. 장갑은 이미 낀 상태였다. 시찰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였다.
그는 세라를 보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나치면서 한 마디를 떨어뜨렸다.
"늦으면 두고 갑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세라는 그의 등을 향해 대답했다. 킬리안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찰대는 여섯 명이었다. 킬리안, 세라, 부관 레나르트, 그리고 결계 기사 셋. 마차가 아니었다. 북단으로 가는 길은 마차가 다닐 수 없었다. 설원 위에 에테르 라인이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 강하게 발광하는 구간이 있었고, 그 위로는 어떤 금속 차체도 공명 현상을 일으켰다.
걸어야 했다.
세라는 공작령 지급 외투를 입었다. 두껍고 거칠었다. 플로렌티아 화원의 가벼운 실크 망토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이쪽이 나았다. 바람이 칼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레나르트가 세라 옆에 붙었다. 그는 지도를 펼쳐 들고 경로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라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부인, 북단 제1거점까지는 약 두 시간입니다. 에테르 라인 위를 지나는 구간이 세 곳 있는데, 그 구간에서는 몽환마법 계통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마력 사용은 삼가시는 게 좋습니다."
"결계 기사들은 어떻게 합니까."
"기사들은 방어 마법에만 한정해서 사용합니다. 공격 계통을 쓰면 라인이 과부하를 일으킵니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밑 눈의 밀도를 가늠했다. 단단했다. 눈 위에 얼음이 한 겹 더 얹혀 있었다. 미끄럽지는 않았지만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킬리안은 선두에서 걸었다. 일정한 속도로, 흔들림 없이. 설원의 바람이 그의 흑발을 옆으로 쓸었다. 그는 바람에 반응하지 않았다.
세라는 시선을 거뒀다.
두 번째 에테르 라인 구간에 들어섰을 때였다. 발밑 눈이 푸르스름하게 발광했다. 눈 결정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떨렸고, 그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무릎까지 올라왔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꿈의 경계에 서 있을 때, 현실이 흐릿해지기 직전의 그 감각과 닮아 있었다.
세라는 걸음을 유지했다.
그러다 멈췄다.
에테르 라인이 갈라지는 지점. 원래 지도에는 단일 선으로 표시된 구간이었다. 그런데 눈 아래로 보이는 발광이 두 갈래였다. 한 갈래는 북쪽으로, 다른 한 갈래는 북동쪽으로.
세라는 외투 안쪽에서 지도 사본을 꺼냈다. 접힌 부분을 폈다. 손가락이 해당 좌표를 짚었다.
역시. 지도에는 분기가 없었다.
"공작님."
킬리안이 돌아봤다. 표정은 없었다.
"이 지점에서 에테르 라인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알고 있습니다."
"공작가 지도에는 단일 선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생겼다.
킬리안이 세라 쪽으로 걸어왔다. 지도 사본을 내려다봤다. 그의 시선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장갑 낀 손가락이 분기 지점을 짚었다.
"어디서 입수했습니까."
"문서고입니다. 공개 열람 가능한 서류들입니다."
킬리안은 지도를 들어 올렸다. 세라는 놓지 않았다. 서로가 종이 한 장을 잡고 있는 형국이 됐다. 바람이 지도 모서리를 흔들었다.
"이건 몰수합니다."
"공개 문서입니다, 공작님. 공작님이 보시는 것과 제가 보는 것이 달라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킬리안의 눈이 좁아졌다. 세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결국 킬리안이 손을 뗐다.
레나르트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지도와 세라의 사본을 나란히 펼쳐 들고, 두 지도를 빠르게 비교했다.
"공작님. 부인 말씀이 맞습니다. 제 지도에도 이 구간은 단일 선입니다. 그런데 실제 발광 패턴은……."
레나르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 아래 발광이 다시 한번 강하게 번쩍였다. 북동쪽 갈래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세라의 발바닥이 울렸다. 이번에는 진동이 아니었다.
맥동이었다.
에테르 라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고동쳤다. 불규칙하게. 건강한 라인은 이런 식으로 뛰지 않았다. 세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꿈속에서 킬리안이 라인의 성질을 설명하던 밤을 기억했다. 그는 지도가 아니라 발바닥으로 결계를 읽는다고 했다.
그 말이 지금 이 순간 맞아들었다.
"공작님, 북동쪽 라인이 불안정합니다."
킬리안은 이미 북동쪽을 향해 서 있었다.
그의 장갑 낀 손이 천천히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검 손잡이 위에 얹혔다.
결계 기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북동쪽 방향으로 수십 보쯤 나아가더니, 무릎을 꿇고 눈 위에 손바닥을 댔다. 마력을 흘려 라인의 상태를 직접 읽는 방식이었다.
기사의 손 아래 눈이 검게 변했다.
세라는 그것을 봤다.
검은 눈. 몽정석이 고갈될 때, 에테르 라인이 역류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결계가 안쪽에서 부서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물러서십시오."
킬리안의 목소리였다. 세라를 향한 말이었다.
세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역류 구간이라면 단순한 결계 균열이 아닙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몽정석 공급을 차단했을 때 이런 패턴이 나옵니다."
"그 판단은 내가 합니다."
"공작님이 판단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확인했습니다."
바람이 잦아들었다. 설원이 잠깐 숨을 멈추는 것 같았다. 기사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봤다. 레나르트만 시선을 북동쪽에 고정한 채 손을 들어 경로를 재계산하고 있었다.
킬리안이 세라 쪽으로 한 걸음 걸어왔다.
가까워지면 그의 눈 색이 달라 보였다. 회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빛 아래에서는 흐린 청색에 가까웠다.
"아이젠 부인은 결계 전문가입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역류 패턴을 압니까."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 배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신이 가르쳐줬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킬리안의 시선이 세라의 외투 안쪽, 종이가 접혀 있던 자리로 향했다. 짧게.
"지도를 다시 보여주십시오."
이번에는 명령이 아니었다.
세라는 사본을 꺼내 펼쳤다. 킬리안은 자신의 장갑을 벗었다. 맨손으로 지도를 잡았다. 손끝이 분기 지점 위를 천천히 훑었다.
그의 손가락이 멈춘 곳. 지도 사본의 오른쪽 하단, 수치가 수정된 흔적이 있는 곳이었다.
킬리안은 그 흔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
세라는 그의 표정에서 그것을 읽었다. 표정이 없다는 것 자체가 표정이었다. 놀라지 않는 얼굴. 처음 보는 정보에 반응하지 않는 눈.
그는 알고 있었다. 수치 조작을. 분기 라인을. 역류 가능성을.
그러면서도 공개 문서에 기록하지 않았다.
설원의 발광이 다시 번쩍였다. 이번에는 붉은빛이 섞였다. 결계 기사가 뒤로 물러나면서 낮게 외쳤다.
"공작님, 역류가 시작됩니다."
북동쪽 눈 아래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소리가 먼저였다. 저음의 진동이 설원 전체를 타고 퍼졌다. 그리고 눈이 갈라졌다.
마수였다.
결계 안쪽에서 나왔다. 결계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킬리안이 검을 뽑았다.
레나르트가 동시에 세라의 팔을 잡았다. 뒤로 당기는 힘이었다. 세라는 발을 디뎠다. 물러나지 않았다.
"부인, 지금 당장 후방으로—"
"레나르트 경."
세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 마수가 결계 안쪽에서 나왔다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이미 결계 바깥입니다."
레나르트의 손이 풀렸다.
세라는 지도를 다시 접었다. 외투 안쪽에 밀어 넣었다. 갈비뼈 아래를 종이 모서리가 눌렀다.
킬리안이 마수와 맞선 채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아이젠 부인."
"네."
"살고 싶으면 움직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