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균열
권력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이미 안에 들어와 있다.
공식 조회가 시작되기 전, 엘리제는 그것을 알아챘다.
황후 자리는 황제 옥좌 아래 오른편이었다. 조회장의 열주 사이로 오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관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에 낯선 얼굴이 두 개 섞여 있었다.
선제후 연합 사절단이었다.
조회장에 사절단이 앉는 자리는 외빈석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귀족 관료 자리 사이에 앉아 있었다. 배치 자체가 메시지였다. 우리는 손님이 아니라 이 자리의 일원이라는.
그리고 그 사절단 맨 앞에——
발레리우스 대공이었다.
70대 초반. 은빛 머리카락. 허리가 곧았다. 나이가 그의 몸에 축적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제된 것처럼 보였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류도 없고 부채도 없었다. 무기가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
세라핀의 아버지. 전생에서 엘리제가 처형되던 날, 조회장 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엘리제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경계였다. 두려움은 빨랐고 경계는 일정했다. 지금 것은 일정했다.
자리를 잡으며 엘리제는 소매 안을 확인했다.
오늘 아침 마르타가 전달한 쪽지 한 장이 있었다. 황후궁에 도착한 문서——황제 서재 발신, 검은 인장. 엘리제는 그 문서를 읽었다.
── 황후궁 외곽 근위대 배치를 정식 명령으로 전환함. 에델슈타인 봉토 출발 시 호위대 동행 의무화. (서명: 카일루스 폰 에테르니아)
명령서였다. 허락이 아니었다. 황제는 어젯밤의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다음 수를 놓았다.
보호인지 감시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카일루스는 그 경계선 위에 정확히 서 있었다.
엘리제는 쪽지를 소매 안에 다시 접어 넣었다.
그 남자는 놓지 않고 있었다.
*
조회가 시작되자마자 발레리우스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절차상 외빈 발언은 안건 처리 후였다. 하지만 카일루스가 허가했다.
발레리우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폐하. 선제후 연합은 제국의 안정을 위해 황후 폐하의 에델슈타인 봉토에 관한 의제를 상정하고자 합니다.」
조회장이 조용해졌다.
「황후 봉토의 갑작스러운 자산 운용 확대와 외부 상단과의 계약 체결은 제국 내 경제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선제후 연합은 감찰단을 에델슈타인에 파견하여 봉토 현황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온화한 목소리였다. 거친 것이 없었다. 안정. 안전. 확인. 모두 무해한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그 단어들 속에, 광산이 있었다.
카일루스의 손이 팔걸이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쥐었다가 펴는 동작. 내부의 긴장을 누르는 습관이었다. 황제는 막고 싶었다. 하지만 막는 명분이 없었다. 봉토 현황 감찰은 제국법상 선제후 권한 중 하나였다.
엘리제가 발언권을 청했다. 카일루스가 눈으로 허가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후가 조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전생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발레리우스 대공.」
발레리우스가 고개를 돌렸다. 처음으로, 엘리제를 정면으로 보았다.
「선제후 연합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에델슈타인 봉토의 현황 확인은 당연한 절차입니다. 다만, 봉토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외부 감찰단 파견은 봉토 황후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조회장 안에서 낮은 움직임이 있었다.
「황후로서 감찰에 협조하겠습니다. 단, 감찰 시기와 범위는 황후청과 선제후 연합이 공동으로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일방적 파견은 예법과 법에 어긋납니다.」
발레리우스가 미소를 지었다. 온화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가 약점의 위치를 확인하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황후 폐하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조속한 합의를 기대합니다.」
「물론입니다.」 엘리제가 앉으며 말했다. 「에델슈타인에서 뵙겠습니다, 대공.」
발레리우스가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이번 미소에는 무언가가 더 담겼다. 경쟁자를 처음 제대로 인식하는 눈빛이었다.
*
조회가 끝나고 복도를 나서는 엘리제 곁에 발소리가 붙었다. 세라핀이었다.
오늘 조회에서 세라핀은 발언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같은 편 자리에 앉았지만, 한 번도 발레리우스를 보지 않았다.
엘리제는 열주 사이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마르타가 다른 방향을 보며 거리를 두었다.
세라핀이 낮게 말했다. 「아버지는 광산을 노립니다.」
「알고 있습니다.」
세라핀의 시선이 흔들렸다.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공녀가 오늘 아버지 쪽에 앉은 것은, 아버지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입니까.」
세라핀이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 것이 답이었다.
「공녀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선제후 연합의 동향——감찰단 구성, 파견 시기, 내부 지시 사항. 이것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저는 그 대가로 무엇을 받습니까.」
「안전입니다. 발레리우스 대공의 계획이 실패하는 날, 공녀는 그 실패에서 벗어난 자리에 있게 됩니다.」
세라핀이 잠시 침묵했다. 「아버지의 계획이 실패한다고 확신하십니까.」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률은 있습니다.」
세라핀이 복도를 보았다. 아버지가 사라진 방향. 잠시 그 방향을 보았다가, 엘리제를 돌아보았다.
「정보 하나에 안전 하나입니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세라핀이 말했다. 「다음 다회 초대장, 보내셨으면 합니다.」
엘리제는 잠시 세라핀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밤, 루카스가 보고서를 가져왔다.
「파견 시기가 2주 안쪽입니다. 감찰단 예산에 토목 조사 항목이 있습니다.」
토목 조사. 표면상 영지 인프라 점검. 실상은 지하 탐사였다.
「마르타. 에델슈타인 출발 준비를 시작하세요. 사흘 안에 떠납니다.」
마르타가 움직였다. 루카스가 장부를 집어 들며 일어섰다.
연대기의 눈이 켜졌다.
【발레리우스 폰 발레리우스 — 충성 전환 가능성: 0%】
0%.
0은 처음이었다. 세라핀이 23.7%였고, 카일루스는 읽히지 않았다. 발레리우스는 0이었다. 전환 불가. 거래 불가. 설득 불가.
전쟁 선언이었다.
문양이 꺼지며 가슴 안쪽이 당겼다. 무언가가 뽑혀나가는 감각.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사라진 뒤에는 없으니까.
출발 준비 목록 맨 아래, 손이 더 추가했다. 리나의 행방.
에델슈타인으로 간다. 광산을 찾는다. 감찰단보다 먼저 선을 긋는다.
그리고 선제후 연합 안에 박힌 리나 라인을 거기서 끊는다.
「에델슈타인에서 뵙겠습니다, 대공.」
이번엔 결단이 아니었다.
경고였다.
그리고——내일 아침, 발레리우스는 첫 수를 놓을 것이다.
에델슈타인 봉토 봉인 요청서. 감찰단 파견 전 사전 봉인은 제국 관례였다.
엘리제는 그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흘이 아니라 이틀 안에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