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황제의 질문
황제는 질문을 할 때, 이미 답을 정해 둔다.
엘리제는 그것을 전생에서 배웠다. 카일루스의 질문은 언제나 결론을 향해 설계된 길이었다. 답변자는 그 길 위에서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황제가 미리 정해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뿐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그 길을 먼저 알고 있었다.
루카스가 말한 지 이틀이 지났다. 황제의 이름이 채무 명단 맨 위에 있다고. 그 이틀 동안 엘리제는 라이트만 채권 전매 계약을 마쳤다. 법적 귀속 처리도 완료했다. 사흘이 아니라 이틀이었다.
그리고 사흘째 밤, 카일루스가 찾아왔다.
황후궁 서재. 탁자 위에는 봉토 열람 기록 사본과 재무성 경위서 일부가 펼쳐져 있었다. 엘리제는 서류를 치우지 않았다. 치우는 것은 숨기는 것이었다. 숨기면 약해진다.
카일루스가 들어오며 서류를 보았다. 시선이 잠시 멈추었다가 엘리제에게 왔다.
「앉으시겠습니까, 폐하.」
그는 앉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밤의 백장미 정원. 불빛 없이 달빛만 있는 정원.
「짐이 묻겠소.」
「여쭈십시오.」
「황후는 봉토 자금으로 무엇을 하고 있소.」
블랙챔버의 보고서가 이미 올라왔다는 뜻이었다.
엘리제는 서류를 한 장 집어 들었다. 라이트만 채권 전매 계약서 사본이었다.
「봉토 관리를 위한 합법적 자산 운용입니다. 전매권 확보, 수송 루트 정비.」 그녀는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황후령 14조와 봉토법 시행 규칙 3항에 근거한 황후 고유 권한입니다.」
카일루스가 창에서 돌아섰다. 「그것이 전부요?」
「전부입니다.」
침묵이 왔다. 서재의 촛불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 안에서 카일루스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황후.」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짐은 황후의 봉토가 아니라 황후가 걱정되는 것이오.」
연대기의 눈이 희미하게 켜졌다가 꺼졌다. 황제를 읽으려 했지만, 다시 실패했다. 데이터 불충분. 읽히지 않는 것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감정이 없는 경우. 혹은 감정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이 남자는 전자가 아니었다.
엘리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폐하는 제국을 사랑하십니까. 아니면 저를 사랑하십니까.」
서재의 공기가 바뀌었다.
카일루스의 얼굴이 굳었다. 굳었다가,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천천히 풀렸다. 그 사이에 여러 감정이 지나갔다.
분노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엘리제가 먼저 말했다. 「질문 자체가 답이니까요.」
카일루스가 탁자를 돌아 엘리제 앞에 섰다. 촛불이 그의 얼굴 한쪽을 비추었다.
「황후는 지금 짐을 시험하는 것이오?」
「아닙니다.」 엘리제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폐하를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제국을 사랑하는 황제는, 황후의 봉토가 강해지는 것이 제국에 이득임을 압니다. 선제후 연합이 황권을 잠식하는 지금, 황후 봉토가 제3의 경제 거점이 된다면——황제는 선제후에게 기대지 않아도 됩니다.」
카일루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황제는.」 말이 잠시 멈추었다. 「저를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두어야 합니다. 서 있는 사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카일루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물러선 것이 아니었다. 생각하기 위한 거리를 만든 것이었다.
「황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감시 없는 봉토 운영입니다. 보고 내용이 봉토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으시는 것을 조건으로 요청드립니다.」
카일루스가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라이트만 채권 전매 계약서를 들었다. 읽었다. 천천히, 끝까지. 내려놓았다.
「근위대 1개 분대를 에델슈타인에 주둔시키겠소.」
「황후 보호 명목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블랙챔버는 유지하겠소.」
「폐하의 권한입니다.」
카일루스가 펜을 들었다. 빈 양피지 위에 무언가를 쓰려고 했다.
「폐하.」
펜이 멈추었다.
「조건이 아니라 선입니다.」 엘리제가 말했다. 「제가 넘지 않을 선을 폐하가 그으신다면, 저도 그 선을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그 선이 계약서 안에 갇히는 순간——저는 그 선의 주인이 아니라 폐하의 것이 됩니다.」
카일루스가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
「짐은 황후가 이해되지 않소.」
「이해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믿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저는 폐하의 적이 아닙니다.」
카일루스가 돌아섰다. 문을 향해 걸었다. 발소리가 일정했다.
문손잡이에 손이 닿는 순간——
멈추었다.
「황후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짐이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오기 전에,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엘리제는 탁자 앞에 혼자 남았다.
서명 없는 합의는, 어느 쪽도 묶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개입 명분을 남겨두었다. 동시에 엘리제도 선을 지킬 의무에서 자유로웠다. 두 사람 모두 줄을 풀어둔 채로 떠났다.
황제는 신이 아니다. 흔들리면 무너진다.
새 공문서를 펼쳤다. 에델슈타인 출발 준비.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였다.
마르타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더 무겁고 규칙적이었다. 둘 이상이었다.
기사였다.
황후궁 복도를 기사가 지나는 것은 야간 순찰이 아니었다. 황후궁 기사는 정문 배치였다. 복도 안쪽은 시녀들의 구역이었다.
마르타가 문 앞에서 말했다. 「폐하. 블랙챔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황후청 관련 보고서가 내일 아침 황제 폐하께 전달됩니다.」
「내일 아침.」
「예. 그리고——황후궁 외곽에 근위대가 배치되었습니다. 방금 확인했습니다.」
근위대.
카일루스는 문을 나서자마자 움직였다. 협상이 끝나기 전에 이미 명령을 내렸던 것이었다. 대화는 대화였고, 조치는 조치였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엘리제는 공문서를 접었다. 창가로 다가갔다. 정원 담장 너머, 횃불 하나가 새로 켜져 있었다. 황후궁 외곽을 순찰하는 불빛이었다.
감시인지. 보호인지.
둘 다였다. 그것이 카일루스라는 사람이었다.
엘리제는 다시 탁자 앞에 앉았다. 침묵 속에서, 황후는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