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검은 거미
돈은 가장 조용한 족쇄였다.
황후궁 뒷문은 황제도 모르는 길이었다. 연회 준비 때 식재료 납품에 쓰이는 통로. 낮에는 기사 두 명이 지켰고, 밤에는 한 명이 졌다.
밤 이경. 마르타가 가져온 명단에 이름이 하나 있었다. 파렐 남작 부인 아이리스. 39세. 남편은 3년 전 도박 채무로 영지를 통째로 팔고 사망. 두 아이를 데리고 솔라리스 변두리에 세를 얻어 살고 있다. 작위는 유지되고 있지만, 연회 초청장은 지난 2년간 오지 않았다.
엘리제는 명단을 접었다.
「들여보내세요.」
파렐 남작 부인은 뒷문으로 들어오면서도 허리를 세웠다. 낡은 비단 드레스. 목선에 맞지 않는 진주 목걸이 한 줄. 인조였다. 가까이에서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거리를 계산한 선택이었다.
「황후 폐하.」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앉으세요, 부인.」
「파렐 남작가 채무 잔액이 금화 340냥이라 들었습니다.」
아이리스의 손이 찻잔 위에서 멈추었다.
「저는 부인의 채무를 인수할 생각이 있습니다.」
침묵. 아이리스의 얼굴에서 감정이 여러 겹 지나갔다. 놀람, 의심, 희망, 다시 의심.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폐하.」
「부인은 3년간 솔라리스 귀족 부인들의 다회에 꾸준히 참석했습니다. 초청은 없었지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연회에서는 한쪽 구석에 서서도 누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건네는지 정확히 기억했습니다.」
아이리스의 어깨가 굳었다.
「그 귀를 빌리고 싶습니다.」
거래의 구조는 이랬다.
── 채무 340냥 인수. 연간 생활비 보조 금화 80냥. 두 자녀 교육비 지원.
── 대가: 귀족 부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서신 내용의 요약. 특정 가문 부인들의 동선. 파렐 남작가가 채무를 지기 전 연결되었던 대부업자 명단.
── 단, 이 거래의 존재 자체를 외부에 발설하면 황후청이 채무 전액을 즉시 청구한다. (서약서 조항)
마르타가 양피지를 내밀었다. 아이리스의 손이 양피지 위에서 흔들렸다. 잠시 뒤, 서명했다.
뒷문으로 아이리스가 나간 뒤, 루카스가 탁자 위에 종이를 폈다.
「파렐 남작가가 연결된 대부업자는 세 곳입니다. 그 중 하나, 라이트만 상단의 조력 융자는 에델슈타인 봉토 관리인 명의로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엘리제는 손을 멈추었다.
「에델슈타인 관리인이.」
「예. 융자 보증인에 관리인 인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3년 전 폐광 복구비와 같은 시점입니다.」
3년 전. 폐광 붕괴복구비 2,800냥의 이중 계상. 그리고 같은 시점에 관리인이 대부업자 융자 보증인으로 들어갔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
이틀 뒤, 루카스가 채무 네트워크 초안을 가져왔다.
종이 한 장에 이름이 열두 개 있었다. 이름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선 옆에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채무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그림이 되어 있었다.
「누구를 묶으면 누가 따라옵니까.」
루카스가 손가락으로 중앙의 이름을 짚었다. 「라이트만 상단주. 이 사람이 열두 명 중 여덟 명의 채권자입니다. 라이트만을 잡으면 여덟 줄이 따라옵니다.」
「라이트만 상단의 약점은.」
「밀수 혐의가 있습니다. 3년 전 제국 관세청 조사에서 은폐된 건.」 루카스가 종이를 내밀었다. 「공식 자료가 아닙니다. 재무성 비공식 경위서입니다. 황후 폐하의 권한 위임 각서가 있으면 열람이 가능한 자료였습니다.」
「……이미 열람했군요.」
「예.」
엘리제는 종이를 들었다. 읽었다. 밀수 경로, 관세 은폐 금액, 관련된 이름들.
마르타가 조용히 말했다. 「허가 없이 비공식 자료를 열람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소급으로 권한 위임 각서를 작성하시면 문제가 없습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저는 법의 빈틈을 이용했습니다. 빈틈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엘리제는 각서 양식에 서명했다.
빚은 갚는 것이 아니라, 묶는 것이었다. 정보는 칼이 아니라, 값이었다.
*
나흘째 밤, 검은 거미의 윤곽이 잡혔다.
겉은 구제였다. 속은 달랐다. 채무 인수는 곧 채권 이전이었다. 채권이 있는 쪽이 채무자에게 조건을 붙일 수 있었다. 서약서가 있는 한, 거미줄 안의 사람들은 소문을 전하고, 서신을 요약하고, 동선을 보고했다.
라이트만 상단을 통해 상단·대부업 라인이 연결되었다. 밀수 혐의를 쥐고 있는 쪽이 거래 조건을 정했다. 상단은 수송 루트를 제공하고, 채권 전매권을 넘겼다.
루카스가 채무 네트워크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 「1차 거미줄 완성입니다. 연결된 정보 수집원 3명, 수송 루트 2개, 채권 전매 가능 물량 금화 환산 약 800냥입니다. 다만——」
「다만.」 엘리제가 말했다.
「이 명단에서 이상한 이름이 하나 나왔습니다.」 루카스가 새 종이를 내밀었다. 채무 흐름 표였다. 맨 위에 빈칸이 있었다. 처음부터 비워둔 것처럼.
「이 채권의 최종 채권자를 추적했더니 개인 명의가 아니라 황궁 내부 기관으로 귀속됩니다. 블랙챔버로 보입니다.」
블랙챔버.
황제 직속 정보기관. 전생에서도 그 이름을 들었다. 실체를 본 적은 없었다. 블랙챔버는 황후의 행동을 감시하고 황제에게 보고했다.
「황후 폐하의 자금 흐름이 블랙챔버에 포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라이트만 상단 밀수 혐의를 채권 쪽에서 추적하다 보면 황후청 움직임이 드러납니다.」
마르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철수하시겠습니까.」
엘리제는 종이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아닙니다.」
블랙챔버가 보고 있다는 것은, 황제가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주목받는 것은 위험이기도 했지만——증거이기도 했다. 황후가 봉토 자금을 움직이고 있다. 황제가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황제는 아직 막지 않았다.
연대기의 눈이 홍채 위에서 희미하게 켜졌다. 엘리제는 손을 들어 눈 가장자리를 짚었다. 통증이 왔다. 귀 안쪽부터였다.
【황제 카일루스 폰 에테르니아 — 현재 행동 억제 원인 분석 중 — 데이터 불충분】
수치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황제는 읽히지 않는다.
문양이 꺼지며 왼쪽 어깨 쪽 기억이 뭉텅 잘려나간 느낌이 왔다. 무엇이 사라졌는지는 사라진 뒤에는 알 수 없었다.
루카스가 말했다. 「블랙챔버가 채권 추적을 시작했다면, 이르면 사흘 안에 황후청 자금 이동에 대한 보고서가 황제 폐하께 올라갑니다.」
「사흘 안에 라이트만 채권 전매 계약을 완성하세요.」 엘리제가 말했다. 「법적으로 황후 개인 봉토 자산으로 귀속되면, 황제가 제지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가능합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다만, 황후 폐하께서도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하세요.」
그가 채무 네트워크 종이를 펼쳤다. 손가락으로 맨 위의 빈칸을 짚었다.
「이 채권의 채무자를 확인했습니다.」 잠시 멈추었다. 「황후 폐하, 이 명단의 맨 위에 황제 폐하의 이름이 있습니다.」
거미줄의 첫 줄이 당겨졌다.
그리고 그 끝에, 황금빛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