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세 개의 인장
카일루스의 개인 서재. 밤. 탁자 위에 문서 세 장이 놓여 있었다.
엘리제가 들어서자 카일루스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탁자 너머로 시선만 올렸다. 촛불이 그의 얼굴 한쪽을 비추고 있었다. 나머지 반은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빛과 어둠이 정확히 반으로 나뉜 얼굴이었다.
「앉으시오.」
엘리제가 앉았다. 이번에는 3초를 기다리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선제후 회의가 다가오고 있었다.
카일루스가 탁자 위 문서 세 장을 앞으로 밀었다. 손가락이 각 문서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났다. 체스 말을 놓는 것처럼.
「고르시오.」
엘리제는 문서를 보았다.
첫 번째 문서. 밀랍 봉인이 붉었다. '광산 수익 50% 황실 귀속. 추밀원 서약권 불허. 봉토 사법권 유지.'
두 번째 문서. 밀랍 봉인이 검었다. '광산 수익 30% 귀속. 추밀원 서약권 허가. 단, 봉토 사법권 반납.'
세 번째 문서. 봉인이 없었다. 백지.
세 개의 선택지. 카일루스가 설계한 길이었다. 첫째를 고르면 추밀원을 포기하는 것이고, 둘째를 고르면 봉토의 칼을 반납하는 것이었다. 어느 쪽을 골라도 무언가를 잃는다.
셋째는 빈 종이였다. 이 남자가 빈 종이를 놓은 것은 시험이었다. 세 번째를 고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려는.
엘리제는 셋째 문서를 집었다.
카일루스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0.5초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엘리제는 그 0.5초를 놓치지 않았다.
탁자 위 잉크병에서 펜을 들었다. 백지 위에 쓰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광산 수익 30% 황실 내탕금 귀속. 추밀원 서약권 --- 유보. 거부도 허가도 아닌 상태 유지. 봉토 사법권 유지. 대가: 선제후 연합 동향 정보를 황후가 황제에게 공유.'
펜을 내려놓았다.
카일루스가 백지를 들었다. 천천히 읽었다. 한 글자씩 읽는 것 같았다. 엘리제의 필체를 처음 보는 것처럼. 전생에서 이 남자가 황후의 글씨를 읽은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황후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으니까.
「유보라.」
한마디였다. 하지만 입가에 주름이 잡혔다. 미소가 아니라 감탄에 가까웠다.
「거절보다 잔인하군.」
유보는 거절도 수락도 아니었다. 추밀원 서약권이라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되, 뒤집지 않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줄을 쥐고 있었다. 어느 쪽도 먼저 놓지 않는 거래.
카일루스가 펜을 들었다. 백지의 아래쪽에 서명했다. 힘을 주어 쓴 서명이었다.
엘리제가 황후청 인장을 꺼냈다. 밀랍을 떨어뜨렸다. 인장이 내려왔다. 밀랍이 눌렸다. 굳었다.
그리고 소매에서 작은 인장을 하나 더 꺼냈다. 추밀원 부인장이었다. 아르민이 건네준 것. 추밀원이 이 문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는 표식이었다.
세 개의 인장이 한 문서 위에 찍혔다. 금빛, 은빛, 동빛.
카일루스가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시작이라 하셨소. 전에.」
「예, 폐하.」
「이것이 시작이라면 --- 그 끝이 어디인지, 짐이 알게 되는 날을 기다리겠소.」
엘리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서서 문을 향해 걸었다.
「황후.」
멈추었다. 돌아보지 않았다.
「세라핀 공녀를 통한 정보인 것은 --- 짐도 알고 있소.」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이 남자는 경로까지 읽고 있었다. 알고도 막지 않았다. 알고도 막지 않는 것은 허락이 아니라 감시였다.
돌아보았다.
「폐하께서 아시는 것이 많으시군요.」
「짐은 모르는 것을 견디지 못하오.」
엘리제는 소리 없이 웃었다. 입술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왔다. 닫았다.
* * *
복도 끝에서 아르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문서 묶음을 안고 있었다. 야간 근무 중인 서기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잘 되었습니까.」
「예.」
「그렇다면 --- 하나 더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르민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낡은 열쇠 하나. 금속이 어두웠다. 녹이 슨 것이 아니라 산화된 것이었다. 손때가 묻어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열쇠.
「황궁 지하 3층. 거기에 폐하도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제가 설명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직접 보셔야 합니다.」
아르민이 허리를 숙이고 복도를 걸어갔다. 발소리가 작아졌다. 사라졌다.
엘리제는 열쇠를 쥐고 서 있었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크기에 비해 무거웠다. 오래된 것은 무거웠다.
연대기의 눈이 깜빡였다.
【황궁 지하 3층 --- 수감자 1명 확인. 신원: 불명. 수감 기간: 추정 20년 이상】
수감자. 20년 이상. 황제도 모르는 존재.
문양이 꺼지며 가슴 안쪽에서 열기가 왔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보낸 서신의 종이 질감이 사라졌다. 글자는 기억나는데, 손에 닿던 느낌이 없었다. 일곱 번째 기억이 사라졌다.
엘리제는 열쇠를 소매 안에 넣었다. 황후궁으로 걸었다.
20일 동안 한 것을 세었다. 독살을 막았다. 시녀 배후를 밝혔다. 봉토를 장악했다. 광산을 찾았다. 거미줄을 놓았다. 관료를 얻었다. 황제와 거래했다. 추밀원에 닿았다. 전생에서 10년 동안 한 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잃은 것도 일곱.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이 제국을 손에 넣는다. 그것이 이번 생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내일 밤. 열쇠를 쓴다. 문을 연다. 문 뒤의 것이 무엇이든 --- 엘리제의 무기로 만든다.
제국의 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판 아래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더 깊은 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