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균열의 소리
세라핀의 서신이 도착한 것은 새벽이었다.
마르타가 잠에서 깨운 것은 이례적이었다. 시녀장은 황후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서신에 붉은 밀랍이 찍혀 있었다. 긴급 표식이었다. 세라핀이 이 표식을 쓴 것은 처음이었다.
뜯었다. 세라핀의 필체. 평소보다 빠르게 쓴 글씨여서 끝이 흐트러져 있었다. 이 아이의 글씨가 흐트러진 것도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선제후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의제가 황후 봉토 문제가 아닙니다. 황제 불신임입니다.'
엘리제는 서신을 내려놓았다.
황제 불신임. 선제후 연합이 카일루스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황후 봉토 문제는 빌미였다. 진짜 목표는 황권 자체였다. 그리고 그 빌미의 중심에 엘리제가 있었다. 봉토 사법권 선언, 리나 진술서, 공개 심문. 엘리제가 놓은 수 하나하나가 선제후 연합에게 명분을 주었다. 황후를 치는 것이 아니라 황후를 빌미로 황제를 치는 것. 발레리우스의 진짜 수가 보였다. 처음부터 이것이었다.
전생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전생의 엘리제는 판 위에 올라가 있으면서도 자신이 판의 일부라는 것을 몰랐다. 이번 생에서는 보였다. 보이는 것이 더 무서웠다.
「마르타.」
「예, 폐하.」
「아르민에게 연락하세요. 오늘 오후, 동쪽 정원에서.」
「문서고가 아닙니까.」
「두 번 연속 같은 곳은 위험합니다.」
* * *
오후. 황궁 동쪽 정원.
나무 벤치 위에서 문서를 읽는 서기관은 풍경의 일부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아르민이 벤치에 앉아 양피지를 넘기고 있었다. 엘리제가 옆 벤치에 앉았다. 마르타가 20보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선제후 회의 소집 소식을 들었습니다.」 엘리제가 낮게 말했다.
아르민이 시선은 문서에 둔 채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추밀원에도 사전 통보가 왔습니다. 의제가 황제 불신임이라는 것은 제국 전체의 구조가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선례가 있습니까.」
「대분열입니다.」 아르민이 문서 넘기는 손을 멈추었다. 「건국 350년. 선제후들이 황제를 불신임하고 퇴위시켰습니다. 제국이 세 조각으로 나뉘었고, 복구에 40년이 걸렸습니다. 불신임은 칼이지만, 벤 것은 황제가 아니라 제국이었습니다.」
「선제후 연합이 황제를 무너뜨리면 --- 다음은 황후입니다.」
엘리제의 손이 벤치 위에서 쥐어졌다. 전생에서는 황제가 무너지기 전에 황후가 먼저 죽었다. 이번 생에서는 순서가 바뀔 수 있었다. 황제가 먼저 무너지면, 황후는 빌미를 제공한 죄인이 된다.
「임시 동맹이 필요합니다.」
「카일루스와.」
「적의 적과 손을 잡는 것입니다.」
아르민이 문서를 닫았다. 잠시 정원의 나무를 보았다. 바람이 불어 잎이 흔들렸고, 빛이 잎 사이로 흩어졌다.
「폐하. 한 가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세요.」
「인간으로 남으십시오.」
엘리제가 고개를 돌렸다.
「권력은 도구입니다. 도구에 먹히면 사람이 아닌 것이 됩니다. 폐하께서 제국을 원하시는 이유가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면 --- 그것을 잊지 마십시오.」
빛과 그림자가 아르민의 얼굴 위에서 번갈아 지나갔다. 이 남자는 권력을 원하지 않았다. 지위도 원하지 않았다. 제국이 무너지지 않기를 원했고, 제국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눈이 뜨거워졌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0.5초. 눈 가장자리가 붉어졌다가, 이를 악물어 되돌렸다.
「잊지 않겠습니다.」
* * *
정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연대기의 눈이 깜빡였다. 루벤 공작령 정원의 계절이 사라졌다. 꽃이 피어 있었다. 노란 꽃이었다.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모르겠다. 바람의 온도가 없어졌다.
황후궁 서재에 돌아와 양피지를 꺼냈다. 카일루스에게 두 번째 서신을 썼다.
'폐하. 선제후 연합이 움직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겠습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봉인을 눌렀다. 밀랍이 굳었다.
전생에서 카일루스와 맺은 동맹은 결혼이었고, 사랑이었고, 실패였다. 이번 생에서 맺는 동맹은 서신과 인장과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구조는 감정보다 오래갔다.
적의 적과 손을 잡는다. 가장 위험한 동맹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