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거미줄 위의 이름
이사벨라 폰 크로이츠가 황후궁을 찾아온 것은 카일루스 면담 이틀 뒤 아침이었다.
공식 방문 요청서가 해 뜨기 전에 도착했다. '정보망 협력을 자청합니다'라는 한 줄과 함께.
「크로이츠 후작부인입니다.」 마르타가 요청서를 서재 탁자에 올려놓았다. 「사교계에서 인맥이 가장 넓은 부인 중 한 명입니다.」
엘리제는 요청서를 들었다. 인장이 정교했다. 후작가의 인장이 이 정도로 선명하려면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몰락한 가문치고는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접견실 문이 열렸다. 장미와 바닐라를 섞은 향이 먼저 들어왔다. 비싼 향이었다.
이사벨라가 들어왔다. 30대 후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낮게 올렸다. 장식 없이 머리카락의 결만으로 형태를 잡았다. 시녀 없이 혼자 했다는 뜻이었다. 드레스의 목선이 깔끔했고, 장신구는 귀걸이와 반지뿐이었지만 품질이 높았다. 절제하는 취향이거나,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익숙한 것이었다.
「황후 폐하.」 이사벨라가 인사했다. 자세가 완벽했다. 각도, 시선, 손의 위치, 허리의 깊이. 사교계에서 수십 년을 보낸 사람의 몸에 새겨진 예법이었다.
「앉으세요, 후작부인.」
이사벨라가 앉았다. 찻잔을 받았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입을 열었다.
「황후 폐하의 정보망에 제 인맥을 합치면 솔라리스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직접적이었다. 세라핀의 오만함과는 결이 달랐다. 상인의 화법이었다. 물건을 보여주고, 가격을 붙이는 것.
연대기의 눈이 반응했다.
【이사벨라 폰 크로이츠 --- 충성 전환 가능성: 61%】
높았다. 너무 높았다. 세라핀이 23.7%였고, 아르민은 수치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61%는 진심이거나, 읽히고 싶은 대로 읽히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후작부인은 편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편이 없는 사람이 황후에게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사벨라가 미소를 지었다. 「편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편이 될 수 있지요. 황후 폐하께서는 새로운 편을 만들고 계시니까요.」
「빈 자리에 앉으려면 일찍 와야 한다?」
「그렇습니다.」
「솔직하시군요.」
「솔직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것입니다, 폐하.」
엘리제는 이사벨라를 보았다. 따뜻한 미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르민의 편 없음은 원칙에 기반한 중립이었다. 이사벨라의 편 없음은 온도가 달랐다.
「협력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핵심 정보의 공유 범위는 제가 정합니다.」
「물론이지요.」
* * *
이사벨라가 떠난 뒤, 접견실에 향이 남아 있었다. 장미와 바닐라. 이 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돈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는 뜻이거나, 향이 이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뜻이었다.
루카스가 서재로 들어왔다. 손에 기록 한 장을 들고 있었다. 배경 조사 결과였다. 이 청년은 어제 밤새 재무성 기록을 뒤졌다.
「후작부인의 남편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전사했다고 들었습니다.」
「전사가 아닙니다.」 루카스가 기록을 내밀었다. 「크로이츠 후작은 8년 전 실종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전사 처리되었지만,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망 증명서는요.」
「서명란에 일반 군의관이 아닌 황궁 의관의 이름이 있습니다.」
엘리제의 손이 멈추었다.
「8년 전이라면.」
「예.」 루카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제2황자 레온의 송금이 중단된 시점과 같습니다.」
같은 시점에 세 가지가 일어났다. 선대 황제의 죽음. 레온의 송금 중단. 크로이츠 후작의 실종. 우연이라 하기에는 겹치는 것이 너무 정확했다.
「크로이츠 후작이 레온과 관련이 있었다면 --- 이사벨라가 황후에게 접근한 이유가 달라집니다.」
「남편의 행방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폐하의 정보망을 이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이사벨라는 편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이 엘리제의 목적과 겹치는 동안에는 협력할 수 있었다. 벗어나는 순간 적이 될 수 있었다. 거미줄은 양방향이었다.
엘리제는 기록을 서랍에 넣고 잠갔다.
「이 여자를 가까이 두되,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정보 공유 범위를 단계별로 설정해 두겠습니다.」
거미줄이 넓어지고 있었다. 이사벨라. 크로이츠 후작의 실종. 레온과의 연결 가능성. 황실 내탕금의 송금.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줄로 이어져 있었다. 그 줄의 끝이 어디인지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줄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줄이 있으면 당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