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황제의 밤
카일루스의 개인 서재에 들어선 것은 해가 완전히 진 뒤였다.
잉크와 양피지와 밀랍 봉인의 냄새가 문을 여는 순간 밀려왔다. 서재의 촛불이 여러 개 켜져 있었다. 평소보다 많았다. 이 남자가 촛불을 많이 켜는 것은 오래 일할 생각이라는 뜻이거나, 상대의 얼굴을 더 잘 보려는 뜻이었다. 전에도 같은 공간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공기가 달랐다. 그때는 카일루스가 탐색하고 있었다. 지금은 기다리고 있었다.
카일루스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평상복이었다. 셔츠 소매가 팔목까지 걷혀 있었고, 팔뚝에 금빛 에테르 인장 문양이 희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서류를 읽고 있었는데, 엘리제가 들어오자 서류를 뒤집었다. 읽히지 않게.
「앉으시오.」
엘리제는 3초 뒤에 앉았다. 바로 앉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카일루스가 뒤집은 서류 위에 팔꿈치를 올렸다. 엘리제의 눈이 서류 가장자리를 스쳤다. 블랙챔버 인장이 보였다.
「광산 이야기를 하겠소.」
직접적이었다. 전생의 카일루스는 대화를 우회시켜 함정으로 이끄는 유형이었다. 질문을 던지고 답변의 빈틈을 찾고, 그 빈틈으로 칼을 밀어 넣었다. 지금은 정면으로 왔다.
엘리제는 소매에서 접은 지도를 꺼냈다. 에델슈타인 봉토 남동쪽. 루카스가 정밀하게 그린 지형도 위에 갱도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마정석 광맥입니다. 현재 확인된 규모만으로 제국 연간 마정석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카일루스가 지도를 받았다. 검을 잡던 손이 갱도 입구, 광맥 방향, 지표면 잔류물 분포를 따라갔다. 2초. 내려놓았다.
「짐의 블랙챔버가 무능하다고 생각했소?」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이미 알고 있었다.
카일루스가 뒤집어 놓았던 서류를 들어 올렸다. 블랙챔버 보고서였다.
「토양 분석 보고서가 두 달 전에 올라왔소. 마정석 잔류물의 농도가 자연 배경치의 세 배를 넘었소.」 카일루스가 엘리제를 보았다. 「짐은 황후가 직접 말하기를 기다린 것이오.」
시험이었다. 처음부터 시험이었다. '직접 오시오'라는 한 줄의 답신은 솔직함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숨기면 적이 되고, 솔직하면 거래가 시작된다.
엘리제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장갑 낀 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그래서 직접 왔습니다.」
「거래를 하겠소.」 카일루스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광산 수익의 30%를 황실 내탕금에 귀속하시오. 운영권은 황후가 유지하되, 연간 감사를 받으시오.」
「30%와 연간 감사. 받아들이겠습니다.」
카일루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즉시 수락한 것에 대한 의심이었다. 거래에서 상대가 즉시 수락하면, 그 거래는 상대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 남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조건이 있소?」
엘리제는 1초간 멈추었다. 다음 말이 이 서재의 공기를 바꿀 것을 알고 있었다.
「추밀원 서약권입니다.」
카일루스의 몸에서 에테르 인장이 미세하게 반응했다. 금빛 맥동이 가슴팍에서 한 번 강하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추밀원은 짐의 것이오.」
「제국의 것이기도 합니다.」
침묵이 왔다. 밀랍이 타는 냄새가 서재에 짙었다.
「추밀원 서약권은 포기하시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카일루스가 천천히 등을 의자에 기댔다. 나무가 삐걱거렸다. 이 남자가 등을 기대는 것은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기울면 공격이고, 뒤로 기대면 계산이었다.
「짐이 황후를 잃는 것과 추밀원을 잃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아직 계산 중이오.」
목소리가 낮아졌다. 전생에서 이 톤은 위험 신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위험이 아니라 고백에 가까운 무게가 실려 있었다. 잃는다는 단어를 이 남자의 입에서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엘리제는 답하지 않았다.
카일루스가 일어섰다. 창가로 걸어갔다. 등을 보였다. 넓은 어깨가 창문의 달빛에 실루엣으로 잠겼다.
「생각하겠소.」
거절도 수락도 아닌, 시간을 산 것이었다. 전생에서 이 남자는 항상 즉결이었다. 화형 명령도, 가문 멸문 명령도, 결정에 하루 이상 걸린 적이 없었다. 이번 생에서 이 남자가 망설이고 있었다.
엘리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서재를 나서는 순간, 연대기의 눈이 불수의적으로 발동했다. 엘리제의 의지가 아니었다.
【카일루스 루멘 솔라리스 --- 감정 판독: 실패. 심박수 이상 감지. 원인: 불명】
이 남자의 심장이 흔들렸다. 이유를 모른 채로.
문양이 꺼지며 왼쪽 어깨가 차가워졌다. 무언가가 사라졌다.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만 울렸다. 등 뒤에서 서재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느꼈다. 카일루스가 문을 닫지 않은 것이었다. 열린 문 너머로 촛불 빛이 복도에 길게 누웠다.
엘리제는 돌아보지 않았다.
* * *
침전에 돌아와 장갑을 벗었다. 손등을 보았다. 흰 피부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전생의 화형대 흉터는 이번 생의 몸에는 없었다. 그런데도 카일루스를 떠올릴 때 거기가 저려왔다.
이번 생에서 이 남자가 뭔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었다. 적이라고 정하면 거래를 놓치고, 동맹이라고 정하면 경계를 놓친다. 유보. 그것이 카일루스를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광산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추밀원 서약권은 유보. 그리고 카일루스라는 남자는 --- 아직 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