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빵과 칼
베르너를 만난 것은 조회 이틀 뒤, 황후궁 정원이었다.
50대 초반. 안색이 나빴다. 눈 아래에 그늘이 졌다. 재무성 차관이라는 직위에 비해 제복이 낡아 있었다. 소매 끝이 닳아 있었고 세탁을 여러 번 한 흔적이었다. 검은 거미 보고서에 따르면, 아내가 2년째 병상에 있었다. 희귀병. 치료비가 관료 봉급의 세 배를 넘겼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빚을 지고 있었다.
베르너가 무릎을 꿇었다. 「황후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황후의 비공식 초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앉으세요, 차관.」
정원의 백장미가 오후 빛을 받고 있었다. 꽃잎이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렸다. 찻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엘리제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부인의 병환이 어떠하십니까.」
베르너의 손이 찻잔 손잡이 위에서 굳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차관의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치료비 부담이 크시지요. 개인 대부업자에게 금화 180냥의 빚이 있다는 것도.」
베르너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관료의 미신고 채무는 파면 사유입니다.」 엘리제는 찻잔을 들었다. 마시지 않았다. 들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차관을 파면시키려고 부른 것이 아닙니다.」
「......폐하.」
「황후청 복지 기금에서 치료비를 지원하겠습니다. 채무 180냥도 인수합니다. 뇌물이 아닙니다. 제국의 관료가 가정 사정 때문에 직무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황후의 의무입니다.」
베르너의 눈이 붉어졌다. 찻잔 위의 손이 풀렸다.
「대가가 있겠지요.」
솔직한 질문이었다. 이 남자는 궁정의 언어를 알고 있었다. 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회장에서 중립을 지켜주십시오. 발레리우스 편도, 황후 편도 아닌 --- 법과 절차에 따른 판단을 하시면 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중립이면 됩니까.」
「중립이면 됩니다.」
베르너가 찻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셨다. 손이 아직 떨리고 있었지만 입술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폐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엘리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차관. 부인에게 좋은 의원이 필요하시면 황후궁 의관을 소개하겠습니다. 비밀은 지켜집니다.」
베르너가 머리를 숙였다. 낮아진 고개가 한참 올라오지 않았다.
* * *
크라우스는 법무성 로비에서 만났다. 우연을 가장했다. 황후가 법률 자문을 위해 법무성을 방문하는 것은 드물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았다. 복도에서 마주쳤고, 차를 권했고, 자녀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 안에 국립 학당 추천서가 놓였다.
크라우스의 손이 3초 동안 멈추었다가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브란트는 황후궁에 불렀다. 통상국 업무 보고를 명목으로. 보고가 끝난 뒤 채무 재조정 제안을 했다. 라이트만 상단을 통해 채무를 인수하고, 상환 기한을 2년 연장. 브란트의 눈이 젖었다. 엘리제는 그 눈물을 보지 못한 척했다.
세 사람. 세 가지 다른 필요. 같은 구조. 필요를 채워주고, 빚이 아닌 의무를 심었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각자 다른 표정으로. 「조회장에서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중립이면 충분했다. 발레리우스 편에서 빠지는 것만으로도 조회장의 균형이 달라졌다.
* * *
저녁, 루카스가 세 건의 처리 내역을 기록하며 멈추었다. 이 청년이 펜을 멈추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폐하. 한 가지 여쭤도 됩니까.」
「하세요.」
「이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까. 묶는 것입니까.」
엘리제의 손이 탁자 위에서 멈추었다. 루카스를 보았다. 이 청년의 눈에는 판단이 없었다. 비난도 찬성도 아닌 순수한 질문이었다. 평민 출신의 서기가 권력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을 처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 날카롭게 닿았다.
「......둘 다입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펜을 들었다.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이 가슴에 박히는 것을 느꼈다. 전생에서는 도구로 쓰이는 쪽이었다. 이번 생에서는 쓰는 쪽이 되었다. 아르민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으로 남으십시오. 사람으로 남아 있는가. 아직은.
「루카스. 내일 밤 카일루스를 만납니다. 광산 협상 자료를 준비해 주세요. 봉토 내 자원 관리의 선례와 수익 배분 구조 초안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라이트만 상단 장부에 참고할 선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엘리제가 검은 거미 보고서를 꺼냈다. 「이사벨라 폰 크로이츠. 이 이름이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크로이츠 후작부인입니까.」
「선제후 연합과 접촉한 기록이 있습니다. 접촉 내용은 불명이지만, 그것보다 흥미로운 것이 따로 있습니다.」 엘리제가 보고서의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여자가 최근 2개월간 황궁 의관의 기록실을 세 번 방문했습니다.」
루카스의 눈이 좁아졌다. 「의관의 기록실이면......」
「남편의 사망 증명서가 있는 곳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등불이 벽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이 여자는 남편을 찾고 있었다. 죽었다고 되어 있는 남편을.
「이사벨라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파악하세요.」 엘리제가 말했다. 「이 여자를 쓸 수 있는 열쇠가 거기에 있을 겁니다.」
루카스가 보고서를 받아 소매에 넣었다. 이 청년의 소매 안에 비밀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내일 밤, 황제의 서재에서 광산의 값이 정해진다. 그리고 이사벨라라는 이름이 --- 머지않아 다시 떠오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