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성당의 외벽이 세라의 공명력에 의해 균열이 가며 파편이 관객석으로 쏟아졌다. 정교하게 설계된 음향 패널들이 비명 같은 파열음을 내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무대 중앙의 엘라라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미친 듯이 건반을 두드렸다. 그러나 피아노에서는 우아한 선율 대신 쇠를 긁는 듯한 소음만이 터져 나왔다. 무대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던 조율사들은 자신들을 억죄던 신경선이 끊어지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들의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번졌다. 억눌렸던 침묵의 서약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기의 진동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성당 안을 휘저었다. 세라의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돋아난 나무껍질 같은 균열이 이제 팔뚝까지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갈수록 그녀가 뿜어내는 공명은 더욱 거대해졌다.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도시의 심장을 멈추게 하려는 거대한 파괴의 파동이었다. 세라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거친 나뭇결이 살점을 파고들며 혈관의 흐름을 막아세웠다. 감각이 사라진 자리에 서늘한 냉기만이 자리했다.
지하 엔진실의 철문이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찌그러졌다. 빅토르 의원이 보낸 특수 요원들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조율사들의 신경을 강제로 마비시키는 고압 전압봉이 들려 있었다. 요원 중 하나가 세라의 등을 향해 전압봉을 내리찍었다.
푸른 불꽃이 튀며 세라의 척추를 타고 극심한 고통이 몰아쳤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다. 입술을 세게 깨물자 비명 대신 붉은 선혈이 턱 끝을 타고 흘렀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세라는 정면에 띄워진 홀로그램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화면 속 엘라라는 드레스 자락이 찢긴 채 무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완벽했던 금발은 엉망으로 헝클어졌고, 자애로운 예술가의 가면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관객을 향한 연기가 아닌,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였다. 그 추악한 얼굴을 마주한 순간, 세라의 입가에 기괴한 뒤틀림이 일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승리의 희열이었다.
"이게 네가 원하던 무대지?"
세라가 핏덩이를 뱉어내며 낮게 읊조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카이가 비틀거리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옷은 이미 요원들과의 난전으로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옆구리에서 배어 나온 피가 차가운 기계 바닥을 적셨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마지막 공명 증폭기를 꺼냈다.
"정말 엉망진창이라 마음에 들어."
카이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증폭기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기계 장치로 변해가는 세라의 감각을 미세하게 일깨웠다. 증폭기가 가동되자 엔진실 전체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거대한 메트로놈 추가 미친 듯이 좌우로 요동치며 도시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바닥이 진동하며 세라의 발바닥을 타고 기계의 박동이 전해졌다.
세라의 눈동자가 차가운 금속성 광택을 띠며 빛났다. 그녀의 신경계가 메트로놈 엔진의 중추 회로와 완전히 동기화되었다. 이제 그녀는 조율사가 아니었다. 도시 그 자체가 그녀의 악기가 되어 있었다. 세라가 손을 허공으로 뻗자 엔진 주위의 전선들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녀의 팔을 감쌌다. 나뭇결처럼 변했던 피부 위로 구리선이 파고들며 회로를 형성했다.
"전부, 원래대로 돌려놓을 거야."
세라의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수천 개의 금속판이 부딪치는 듯한 금속음이 엔진실을 가득 메웠다. 빅토르 의원이 통제실에서 소리를 지르며 자폭 장치를 재촉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세라의 신체에서 뿜어져 나온 투명한 파동이 요원들의 무기를 가루로 만들며 확산되었다. 파동이 닿는 곳마다 강철 벽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마지막 공명이 도시의 중앙 타워를 정면으로 관통했다. 유리 성당의 천장이 거대한 빛의 기둥에 뚫리며 밤하늘이 드러났다. 그 순간, 원로원이 수십 년간 은폐해온 모든 데이터가 공중으로 살포되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것은 별빛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의 파편들이었다.
하늘에서 종이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엘라라가 세라를 담보로 작성한 잔혹한 신체 계약서가 바람에 나부꼈다. 조율사들을 악기 부품으로 소모해온 실험 기록들, 그리고 죽어간 이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가 달빛 아래 흩날렸다. 광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허공에서 떨어진 종이를 집어 들었다. 경악과 분노 섞인 웅성거림이 도시 전체로 번져나갔다.
세라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엔진실 벽면에 설치된 자폭 장치의 카운트다운이 0을 향해 치달았다. 거대한 폭발이 발밑에서부터 차오르며 세라와 카이의 신체를 집어삼켰다. 화염이 모든 것을 덮치기 직전, 세라는 카이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그의 손가락 끝 역시 딱딱한 건반 재질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몸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검게 타지 않았다. 대신 눈부시게 맑은 투명한 공명 결정체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육체의 고통도, 배신의 기억도 조각난 결정이 되어 도시의 대기 속으로 녹아들었다. 폭발음이 멎은 자리에는 지독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무너진 중앙 타워 너머로 도시의 전력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폐허가 된 엔진실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먼지를 털어내며 바닥에 떨어진 세라의 낡은 튜닝 포크를 집어 들었다. 남자가 포크를 가볍게 튕기자, 기계적인 박동이 멈춘 도시 위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순수한 음이 울려 퍼졌다. 남자는 튜닝 포크를 주머니에 넣으며 무너진 잔해 위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폭발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그는 벽면 깊숙이 박힌 엘라라의 피아노 현을 향해 다가갔다. 현에는 아직 세라의 신경계 일부였던 구리선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남자가 그 선을 잡아당기자, 지하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기계 장치가 다시금 낮은 저음을 내뱉으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통제실의 어둠을 응시했다.
"아직 연주는 끝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