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잘 연마된 플루트처럼 매끄러운 푸른빛을 띠었다. 메트로놈 시티의 아침은 거대한 기계 장치가 맞물리는 소리로 시작되었다. 지면을 타고 흐르는 진동은 규칙적이었고, 시민들은 익숙하게 손목의 계측기를 확인했다. 공명의 날이 밝았다. 1년 중 가장 완벽한 화음이 도시를 지배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유리 성당의 첨탑은 태양 빛을 받아 날카롭게 산란했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인파는 고요했다.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어 정적의 화음을 깨뜨리지 않았다. 오직 전광판에 표시되는 실시간 조율 수치만이 도시의 생동감을 증명했다. 99.8퍼센트. 완벽에 가까운 수치였다.
도시 지하의 하수도는 지상과 전혀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습기는 눅눅했고 기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세라는 거대한 구리 파이프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그녀의 시선은 정면에 놓인 메인 엔진으로 향했다. 도시의 심장이라 불리는 거대한 메트로놈 엔진이 불규칙한 박동을 내뱉고 있었다.
세라의 손가락 끝은 이제 제법 단단해졌다. 살점의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거친 나무껍질 같은 질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낡은 연결선을 꺼냈다. 자신의 척추 신경과 엔진의 입력 단자를 직접 잇는 전선이었다. 가느다란 바늘이 목덜미를 파고들자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입술을 깨물어 막았다. 비릿한 쇠 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엔진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팔뚝의 핏줄이 검게 솟아올랐다. 세라는 떨리는 손으로 단자를 꽉 쥐었다. 자신의 생명력이 기계의 동력과 섞이는 기괴한 감각이 전신을 훑었다.
상층부의 통제실에서는 빅토르 의원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일정한 주기로 책상을 두드렸다. 화면 속 조율 수치가 미세하게 요동쳤다. 0.1퍼센트의 오차. 그것은 그에게 있어 용납할 수 없는 불량의 신호였다. 그는 곁에 선 비서의 맥박을 짚었다.
비서의 심장 박동은 공포로 인해 빨라져 있었다. 빅토르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거칠게 비서의 팔을 뿌리쳤다. 불쾌한 소음이라도 들은 표정이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도시 전체에 방송을 내보냈다. 계엄령 선포였다.
도시의 모든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광장의 시민들은 당혹감에 술렁였다. 무장한 집행관들이 골목마다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손에 든 공명 탐지기를 휘두르며 무공명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축제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운 감옥의 공기로 변했다.
엔진실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에 카이가 서 있었다. 그는 입안의 껌을 느릿하게 씹으며 다가오는 집행관들을 바라봤다. 그의 등 뒤에는 암시장에서 긁어모은 고철 더미가 쌓여 있었다. 집행관들의 무기가 공명력을 내뿜으며 빛을 발했다. 카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지 주머니에서 펜치를 꺼냈다.
첫 번째 집행관이 휘두른 진동검이 카이의 머리 위를 스쳤다. 카이는 고개를 까닥여 피하며 상대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무공명자 특유의 중화 능력이 발동했다. 집행관의 갑옷에서 흐르던 푸른 빛이 순식간에 꺼졌다. 당황한 집행관의 눈동자가 커졌다.
카이는 무방비해진 상대의 무릎을 걷어찼다. 둔탁한 타격음이 지하 도수로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대여섯 명의 집행관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카이의 신형은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움직였다. 그는 소리를 지우는 법을 알았다. 소리가 없는 곳에서 그의 힘은 극대화되었다.
집행관들의 무기가 서로 부딪히며 불꽃을 튀겼다. 카이는 그 혼란을 틈타 장치들의 전선을 끊어버렸다. 어둠 속에서 비명과 금속음이 뒤섞였다. 카이의 뺨 위로 튄 붉은 액체가 차갑게 식어갔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엔진실의 육중한 철문을 등지고 물러나지 않았다.
세라의 눈앞이 번쩍거렸다. 엔진과 연결된 신경을 통해 도시의 모든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시민들의 호흡 소리, 분수의 물줄기 소리, 그리고 유리 성당 무대 뒤에서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는 엘라라의 목소리까지. 세라의 눈동자가 엔진의 핵심 결정체와 같은 청백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의 나무껍질이 이제는 손목까지 타고 올라왔다. 피부가 갈라지며 그 사이로 푸른 광채가 흘러나왔다. 고통은 이미 감각의 임계점을 넘어서 있었다. 세라는 자신의 존재가 거대한 악기의 부품으로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엔진의 주파수를 비틀었다.
오늘, 이 도시의 모든 가짜 선율을 멈춰주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엔진의 진동이 되어 도시 지하를 타고 퍼져나갔다. 메트로놈의 추는 이제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있었다. 지상의 건물들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리 성당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비명을 지르듯 낮은 저음을 토해냈다.
엘라라는 무대 뒤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 그녀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세라를 잃은 뒤로 그녀의 연주는 조율되지 않은 현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원로원은 그녀에게 완벽을 강요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 감긴 전이 장치를 조였다. 누군가의 고통을 뺏어올 준비는 끝났다.
커튼이 올라가고 엘라라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기계적으로 일정했다. 그녀는 우아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았다. 건반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첫 음을 누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세라는 엔진의 핵심 밸브를 완전히 개방했다. 자신의 심장 박동을 엔진의 주파수에 고정했다. 신체가 악기화되는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그녀의 몸은 지면에서 한 뼘 정도 떠올랐다. 등 뒤로 뻗어 나온 신경 선들이 마치 광륜처럼 푸른 빛을 내뿜었다.
엘라라의 손가락이 건반을 강하게 눌렀다. 그러나 성당을 채운 것은 맑은 피아노 소리가 아니었다. 고막을 찢는 듯한 불협화음이 스피커를 타고 도시 전체로 퍼졌다. 동시에 유리 성당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일제히 꺼졌다. 암흑이 관객석을 덮쳤다.
도시의 모든 가로등과 전광판이 점멸했다. 메트로놈 엔진은 과부하로 인해 굉음을 내지르며 멈춰 섰다. 불을 뿜던 기계 장치들이 냉각수와 함께 연기를 내뿜었다. 세라의 몸은 이제 인간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빛에 휩싸여 있었다.
통제실의 빅토르 의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니터에는 오류를 알리는 붉은 경고창이 가득했다. 조율 수치는 측정 불가를 의미하는 0에 수렴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책상 아래의 숨겨진 덮개를 열었다. 그 안에는 붉은색 레버가 설치되어 있었다.
엔진실의 자폭 장치였다. 그는 광기에 어린 눈으로 화면 속 푸른 빛의 잔상을 노려보았다. 통제할 수 없는 예술은 소음일 뿐이었다. 그는 레버를 움켜쥐며 이를 갈았다.
"전부 부수어서라도 정적을 되찾겠다."
빅토르 의원의 손가락이 자폭 레버를 강하게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