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으로 떠오른 메트로놈 시티가 기우뚱한다. 유리 성당의 첨탑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꺾였다. 엔진의 심장부는 타오르는 열기로 가득했다. 세라는 그 중심에서 푸른 빛을 내뿜는다. 신경계는 이미 구리선과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녀의 눈동자가 엔진의 핵과 같은 색으로 빚어진다. 빅토르는 무너지는 천장 아래 버티고 서 있었다. 그의 반신은 이미 기계 덩어리에 불과했다. 금속성 마찰음이 엔진실 내부를 날카롭게 긁는다. 공명력이 역류하며 세라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목 안쪽이 타들어 가는 감각에 그녀는 헛구역질을 했다. 입술을 깨물자 비릿한 금속 맛이 혀끝을 적신다. 빅토르가 비틀거리는 손으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낡은 피아노의 해머가 담겨 있었다. 세라의 부모가 갈려 들어간 최후의 잔해였다. 나무 마디마다 죽은 자의 원망이 서려 있다. 세라의 눈동자가 금속성 광택을 내며 떨렸다. 공명 수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 나무껍질이 툭툭 터져 나간다. 굳어버린 관절이 비명을 지르며 뒤틀리고 있었다. 부모의 파편이 내뿜는 진동은 독약처럼 스며들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메트로놈처럼 요동친다. 폐부 깊숙이 뜨거운 증기가 차올라 숨을 막았다. 빅토르의 입가가 비틀리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해머를 쥔 손에 힘을 주어 으스러뜨렸다. 부서진 나무 가루가 엔진의 회전축으로 흘러든다. 세라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소름이 돋아났다. 그녀는 자신의 팔에 박힌 구리선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엔진의 동력을 자신의 신경계로 강제 전이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통증보다 배신감이 더 컸다. 광장에서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카이가 부서진 시계탑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리 대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시민들이 하나둘 그 수신호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심박수를 맞추는 저항이다. 불협화음이 아닌 거대한 정적이 파동을 쳤다. 빅토르의 기계 팔이 불꽃을 튀기며 꺾였다. 제어 장치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간다. 시스템의 강제 동기화가 정적 앞에 무너졌다. 세라는 묶여 있던 신경줄을 강제로 끊어냈다. 등 뒤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닮은 날개가 솟았다. 금속 날개가 서로 마찰하며 기괴한 음을 낸다. 날개 깃마다 서린 공명력이 대기를 잘게 찢었다. 찢어진 옷 틈으로 금속 재질의 피부가 드러났다. 세라는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짓이겨 쥐었다. 손아귀 힘에 금속 깃털이 비틀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뭉그러진 날개 조각을 기어 틈에 박아 넣었다. 거대한 폭발이 엔진의 핵을 관통하며 솟구쳤다. 하늘을 부유하던 도구가 중력을 되찾는다. 도시는 지상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부서진 날개 가루가 눈처럼 흩날리며 내린다. 그 파편이 닿는 곳마다 짓무른 상처가 아물었다. 세라는 추락하는 중심에서 검게 타버린 기어를 붙잡았다. 엔진의 마지막 축이 굉음과 함께 멈춰 섰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일제히 하늘을 보았다. 세라는 피가 섞인 기름을 토해내며 손을 뻗었다. 빅토르의 안구가 힘없이 돌아가며 초점을 잃었다. 도시의 밑바닥이 지면과 맞닿으며 진동을 일으켰다. 세라는 무너지는 잔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자욱한 연기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엘라라가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피 묻은 지휘봉이 들려 있었다. 세라의 시선이 엘라라의 발치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카이가 가슴을 관통당한 채 쓰러져 있었다. 엘라라가 차가운 눈으로 지휘봉을 세라에게 겨눴다.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며 작게 움직였다. "이제 네 차례야, 나의 유일한 악기." 엘라라가 지휘봉을 허공으로 세게 휘둘렀다. 멈췄던 엔진이 붉은 빛을 내며 다시 돌았다. 카이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엔진으로 흡수됐다. 세라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악기처럼 꺾였다. 엘라라는 광기에 찬 눈으로 세라를 내려다보았다. "너를 부수고서라도 나는 영원히 연주할 거야." 엘라라가 세라의 목에 날카로운 지휘봉을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