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성당의 거대한 공명 장치가 진동하며 도시의 기류를 뒤흔들었다. 투명한 천장 너머로 메트로놈 시티의 금속 빛 하늘이 출렁였다. 세라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대 밑 어두운 틈새는 습기로 가득했다. 눅눅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의 하단부가 괴물처럼 머리 위를 버티고 있었다.
세라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뻗어 악기 내부의 신경선을 움켜쥐었다. 금속 실처럼 가느다란 선들이 손등 피부를 파고들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전율에 턱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물리적 결합은 신경계를 타고 뇌를 직접 타격했다. 관객들의 환호가 지진처럼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세라의 시선은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엘라라의 구두 끝에 고정되었다.
엘라라는 우아한 몸짓으로 건반 앞에 앉았다. 그녀의 드레스가 공명 장치의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세라는 숨을 멈추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건반이 눌리는 압력이 신경선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다. 첫 음이 터져 나오자 세라의 가슴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연주자가 내뱉은 소리가 아니었다. 조율사의 생명력을 깎아 만든 결정체였다.
연주가 시작되자 도시 전체의 기압이 변했다. 고층 빌딩의 공명기들이 일제히 울리며 에너지를 생산했다. 엘라라는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공격적인 템포로 곡을 몰아쳤다. 세라는 자신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혈향이 입안에 퍼졌다. 단순히 규칙을 지키기 위해 참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통의 파동을 타고 흐르는 엘라라의 연주 패턴을 정밀하게 해부하고 있었다. 어느 마디에서 호흡이 흐트러지는지, 어떤 건반에서 공명력이 과하게 새어 나가는지 집요하게 기록했다. 이 지옥 같은 연결은 엘라라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할 유일한 기회였다.
엘라라가 고의적으로 난해한 크레센도를 터뜨렸다. 건반을 내리치는 힘이 평소의 배를 넘었다. 세라의 신경계에 과부하가 걸리며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손가락 마디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피부 위로 거친 나뭇결 같은 무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악기화 현상이었다. 손끝이 갈라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세라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력을 공명 분산으로 쏟아부었다. 엘라라가 만든 불협화음이 세라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근육을 찢었다. 엘라라는 세라의 고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감각 공유 계약에 의해 세라의 비명이 건반을 통해 전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엘라라는 더욱 강하게 건반을 내리쳤다. 그녀의 눈빛에는 자비가 없었다. 오직 완벽을 위해 조율사를 쥐어짜는 광기만이 서려 있었다.
세라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나무 재질로 변하며 갈라졌다. 툭, 하는 불길한 파열음이 무대 밑의 적막을 깼다. 마디마디가 굳어갈수록 공명력은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엘라라의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유리 성당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황홀경에 빠져 눈을 감았다. 누구도 무대 밑에서 부품으로 변해가는 인간을 떠올리지 않았다.
당신의 연주가 완성될 수만 있다면.
세라는 끊어질 듯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내 손가락 따위는 부서져도 좋아.
그것은 숭고한 헌신이라기보다 차라리 저주에 가까웠다. 엘라라는 마지막 건반을 부술 듯이 내리치며 곡을 마무리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진동에 휩싸였다. 공명 결정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세라는 연결된 신경선을 강제로 뽑아냈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통증에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공연이 끝나자 폭풍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엘라라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성녀와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대 뒤로 돌아온 엘라라의 구두 소리가 세라의 귀가에 울렸다. 세라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가슴에 품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엘라라의 찬사 한 마디면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기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엘라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환희에 찬 얼굴을 순식간에 지우고 세라에게 다가왔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세라의 뺨을 내리쳤다. 고개가 거칠게 돌아갔다. 터진 입술에서 선혈이 튀어 하얀 드레스 자락을 적셨다. 세라는 충격으로 멍해진 눈을 들어 엘라라를 바라보았다.
엘라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스마트 기기를 조작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맺힌 살의는 방금 전의 선율보다 선명했다. 세라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피를 보며 떨리는 숨을 들이켰다. 손가락 끝의 나무껍질 같은 질감이 차가운 바닥에 닿아 서늘한 소리를 냈다.
조율 수치가 0.01퍼센트 흔들렸어.
엘라라의 목소리는 악기보다 정교하고 서늘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원로원에 폐기 처분 보고서를 전송했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이 세라의 얼굴을 시체처럼 비췄다. 세라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움켜쥐고 믿었던 연주자의 배신 앞에 얼어붙었다.
이제 너는 더 이상 쓸모가 없네.
엘라라가 비웃음을 머금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세라는 짓이겨진 손가락을 더듬어 품 안의 금속 조각을 쥐었다. 그것은 조율사가 연주자를 죽일 때 사용하는 파멸의 음차였다.
"내 손을 가져간 대가는 연주로 갚아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