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진단
도어벨이 울렸다.
네스트에 도어벨이 있다는 것을 도현은 처음 알았다. 이틀간 이 공간에서 들은 외부 발생 소리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짧고, 건조한, 전자음. 어깨가 먼저 반응했다. 굳었다가 풀렸다. 아직 몸이 외부 자극에 과민하다는 증거.
이준이 먼저 문 앞에 섰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고 도현을 보았다. 열어도 되겠느냐는 뜻.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들어왔다.
30대 초반. 단발.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 정장이 아니라 카디건과 슬랙스. 서류 가방 대신 노트 한 권과 펜을 들고 있었다. 현관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는 동작이 정확했다. 낯선 공간에서 당혹하지 않는 사람. 거실을 한 바퀴 훑는 방식이 이준과 달랐다. 이준은 위협을 읽는다. 이 여자는 구조를 읽고 있었다.
도현이 예상한 '아버지의 감시자'는 50대 남성 정신과 전문의였다. 넥타이를 매고, 수첩 대신 태블릿을 들고, 진단명을 무기처럼 쓰는 사람. 눈앞의 인물은 그 예상의 바깥에 있었다.
"한서윤입니다. 화성 의료재단 소속."
악수를 내밀었다. 도현이 받았다. 손이 차가웠다. 건조하고 정확한 악수. 2초 뒤 서윤이 먼저 놓았다. 악수의 주도권을 쥔 쪽은 먼저 놓는 쪽이라는 것을 도현은 알고 있었다. 이 여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거실 소파에 마주 앉았다. 도현이 직접 내린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준에게 시키지 않은 것이다. 상담사 앞에서 경호원이 커피를 가져오는 장면은 관계의 구조를 보여주니까.
서윤은 커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노트를 펼치고 펜을 쥐었다. 왼손잡이. 도현과 같은. 그 사소한 공통점이 시야에 걸렸다.
"표준 선별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서윤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넣고 빼는 종류의 평탄함. "수면 장애가 있습니까?"
도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컵 손잡이 각도를 45도로 맞추었다. 대답 전에 시간을 만드는 동작. 이 습관의 의미를 이 여자가 읽을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수면의 정의가 뭡니까? REM 진입 기준입니까, 총 시간 기준입니까?"
서윤의 펜이 멈추지 않았다. 적고 있었다. 도현의 대답이 아니라 도현의 반응 패턴을. 질문에 질문으로 대응한다는 것. 분석으로 방어한다는 것.
이 여자는 내 대답이 아니라 대답하는 방식을 보고 있다.
"그러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어젯밤, 잠은 드셨습니까?"
직접적으로 왔다. 도현은 컵을 내려놓았다.
"5시간."
"그 전날은?"
"4시간 반."
"납치 이전에는?"
"3시간에서 4시간."
서윤의 펜이 멈추었다. 고개를 들어 도현을 보았다.
"납치 이전보다 이후에 수면이 늘었습니까?"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여자가 발견한 것은 도현 자신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납치 이후에 더 잘 잔다. 이준이 옆에 있으니까. 병원 이전에는 3시간이 한계였고, 이준과 같은 방을 쓴 뒤부터 4시간을 넘겼고, 어젯밤은 5시간. 회복이 아니라 조건이 바뀐 것이다.
"악몽의 빈도는요?"
"빈도를 세려면 잠이 들어야 하는데, 첫 질문의 정의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죠."
도현은 자신의 대답이 방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질문을 분석하는 것이 감정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서윤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는 순간, 72시간이 돌아올 수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안이 올라옵니까?"
"엘리베이터는 아직 불편합니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분석이 아니라 사실이 나왔다. 서윤의 질문이 패턴을 바꾼 것이다. 추상적 질문에는 분석으로 막고, 구체적 질문에는 사실이 새어 나온다. 이 여자는 그 경로를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요?"
"타워에서. 퇴근길에."
"혼자였습니까?"
도현의 손가락이 컵 손잡이 위에서 멈추었다.
혼자였다. 15화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숫자를 세어 겨우 버텼다. 이준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대답하면 의존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 여자는 침묵에서 답을 읽을 것이다.
"차 실장님."
"예."
"지금 제 질문을 분석하고 계시죠."
도현의 커피잔이 입술에 닿은 채 멈추었다. 컵 손잡이에 걸린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었다. 스스로 인지했다.
"그게 증상입니다."
서윤의 목소리에 무게가 달라지지 않았다. 판단이 아니라 관찰의 톤. 그런데 그 한 문장이 도현의 방어를 정확히 짚었다. 질문을 분석하는 것. 감정을 수치화하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것. 기획조정실장의 핵심 능력이 지금은 증상이라는 진단.
도현을 도현이게 하는 방식 자체가 병의 일부라니.
"그러면 뭘 하란 겁니까." 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방어가 아니라 진짜 질문이었다. "분석을 멈추란 겁니까. 세지 말란 겁니까."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서윤이 펜을 내려놓았다. 처음이었다. "다만, 분석이 유일한 도구라는 믿음을 점검하자는 겁니다."
도현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의도한 것보다 세게 닿았다. 테이블 위에서 소리가 났다.
"당신은 아버지 쪽이야?"
"저는 제 쪽입니다."
대답이 빨랐다. 준비된 문장이었다. 이 질문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 도현의 패턴을 읽고 있었다. 권력 구조를 먼저 파악하려는 습관을. 이 여자 앞에서 도현은 두 번 읽혔다. 분석이 증상이라는 것. 질문이 방어라는 것.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믿으실 필요 없습니다. 확인하시면 됩니다."
도현은 그 문장의 구조를 분해했다. '믿어 달라'가 아니라 '확인해라.' 검증을 허용하는 사람은 감출 것이 없거나, 감출 것을 검증 밖에 두었거나. 어느 쪽인지는 시간이 답할 것이다.
상담은 40분 만에 끝났다. 서윤은 진단명을 붙이지 않았다. 약도 처방하지 않았다. 노트를 닫으며 한마디만 남겼다.
"다음 주 같은 시간에 오겠습니다.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바꾸시고요."
처방이 아니라 지시. 도현은 그 톤의 차이를 포착했다. 이 여자는 요청하지 않는다.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그 지시가 논리적으로 맞다는 것이 더 불쾌했다. 카페인은 각성을 유지시키고, 각성은 분석을 유지시키고, 분석은 증상을 유지시킨다. 연쇄를 끊으려면 가장 약한 고리를 자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합리적인 사람의 합리적인 지시. 거부할 근거가 없었다.
서윤이 현관으로 향했다. 이준이 문 옆에 서 있었다. 상담 40분 동안 밖에 있었다. 복도가 아니라 현관과 복도 사이.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위치.
서윤이 나가면서 이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준도 서윤을 보았다. 경계가 아니었다. 공격성도 없었다. 인식이었다. 같은 종류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상대를 식별하는 방식. 도현은 소파에서 그 교환을 시야 끝에서 포착했다. 두 사람의 눈이 만나고 떨어지는 데 한 순간. 그 안에 정보가 오갔다. 도현이 읽을 수 없는 종류의 정보가.
처음 보는 사이인가? 아닌가?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다. 도현은 그 의문을 노트에 적지 않았다. 머릿속에만 적었다. 물음표 하나.
문이 닫혔다.
도현은 소파에 앉은 채 천장을 보았다.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빛만 남아 거실을 회색으로 채우고 있었다. 서윤이 놓고 간 것이 있었다. 40분 동안 정리된 도현의 데이터. 수면 시간, 엘리베이터 공포, 분석이라는 증상. 노트 한 권에 담긴 도현의 약점들. 그 노트가 의료재단으로 올라가면, 비서실로 갈 수 있고, 비서실에서 아버지에게 갈 수 있다. '제 쪽입니다'라는 서윤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랐다. 바라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 이준과 다른 종류로.
이준은 도현의 몸을 읽는다. 맥박과 호흡의 패턴으로. 발작의 전조를 감지하고, 30센티 안에서 온기를 전달한다. 그것은 도현이 허용한 영역이다. 서윤은 머리를 읽는다. 분석하는 행위 자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방어를 증상으로 명명하고, 대답의 속도에서 준비를 읽고, 컵을 쥐는 손의 멈춤에서 동요를 읽는다. 그것은 도현이 허용하지 않은 영역이다.
두 사람이 읽는 것이 합쳐지면, 도현에게 숨길 곳이 사라진다.
그 가능성이 공포인지 안도인지, 도현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