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0시의 전쟁
윤세아는 축하를 하지 않았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일정표가 열려 있었다. 6주라는 글자 위에 새로운 날짜가 덮여 있었다.
내일이었다.
"이사회 쪽에서 요청이 왔어요." 윤세아가 화면을 돌렸다. "트래픽 급증을 감지했대요. 중간 리뷰를 내일 오전 10시로 당겼어요."
이준은 그 화면을 봤다. 어젯밤 팬카페 접속자 수가 3,400까지 올라갔다. 그 숫자를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
'계산이 맞다면, 이건 좋은 신호다. 계산이 틀렸다면, 시간이 줄었다.'
"내일 10시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게 뭐예요?" 윤세아가 물었다.
"숫자 세 개요." 이준이 대답했다.
윤세아가 잠깐 멈췄다. "이사회는 감정 안 봐요. 숫자만 봐요."
"알아요. 그래서 숫자 세 개예요. 팬카페 트래픽, 신규 유입, 언급량."
윤세아는 노트북을 닫았다. 더 말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연습실로 돌아왔을 때 멤버들은 이미 와 있었다. 서지환이 소파 끝에 앉아 폰을 보고 있었다. 태현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정우는 노트북을 펼쳐두고 화면을 응시했다. 한도윤은 창가 쪽에 혼자였다.
이준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총공 D-6 계획, 바꾼다."
"왜요?" 서지환이 고개를 들었다.
"내일 10시에 이사회 중간 리뷰가 생겼어."
침묵이 흘렀다. 이준은 화이트보드에 숫자 세 개를 썼다. 팬카페 트래픽. 신규 유입. 언급량.
"6일짜리 계획을 24시간으로 압축해야 한다. 내일 10시까지 이 세 개를 올리면 돼. 총공은 그 수단이야."
"총공이 수단이야?" 태현이 말했다. "또 팬들한테 부탁하는 거야?"
"부탁은 민하 씨가 한다. 우리는 구조만 만든다."
태현은 입을 다물었다. 이준은 계속했다.
"0시 총공. 동시 스트리밍으로 뮤직탑 차트를 건드린다. 30분 갱신 시점이 00:30이야. 그 전에 최대치를 올려놓는 게 목표." 이준이 화이트보드에 타임라인을 그렸다. "태현이는 쇼츠. 0시 10분 업로드. 정우는 해시태그 통일. 하나만. 민하 씨는 팬카페 공지 총괄."
태현이 끼어들었다. "0시 전에 올리면 묻혀. 0시 10분에 올려."
이준이 타임라인을 고쳤다. 00:10으로.
"쇼츠 자막은 한 줄. 두 줄 이상은 끊겨." 태현이 추가했다.
이준은 받아 적었다.
정우가 화면을 넘겼다. "해시태그는 하나가 맞아. 두 개 쓰면 분산돼."
"확정." 이준이 말했다. "인증샷 양식은?"
"재생 화면이랑 시간 찍어야 돼. 스크린샷 형식으로."
정리됐다. 이준은 화이트보드를 사진으로 찍었다. 민하에게 보냈다. 메시지 한 줄: '팬이 팬에게 제안하는 구조로. 공지 초안 드릴게요.'
자정. 연습실의 조명이 절반이었다. 캔 두 개가 비어 있었다. 노트북 화면들이 켜져 있었다.
이준은 민하의 리포트를 기다렸다. 00:00:03. 실시간 접속자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폰이 진동했다. 민하였다.
"참여율 올라가고 있어요. 지금 동시 접속 500 넘었어요."
이준은 화면을 봤다. 뮤직탑 앱을 열었다. 노바 트랙을 재생했다.
00:04. 민하에게서 다시 왔다.
"오류 스샷이 올라오고 있어요. 앱이 튕긴대요."
이준은 눈을 좁혔다.
"얼마나요?"
"10명 중 4명이 안 돼요."
40% 오류율. 총공 참여자 780명 기준으로 312명이 접속을 못 하고 있었다. 312명 × 평균 스트리밍 회수 = 소실된 스트리밍 수. 계산은 바로 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체 루트 공지 올려요." 이준이 말했다. "웹버전이나 앱 재접속. 지금 당장."
민하의 답장이 왔다. 30초 후. 공지 링크가 붙어 있었다.
이준은 오류 스샷들을 폴더에 옮겼다. 시간대 순으로. 이건 나중에 쓸 데가 있다.
00:28. 멤버들이 화면을 같이 보고 있었다. 서지환이 손가락으로 새로고침을 눌렀다. 태현은 팔짱을 풀고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정우가 숨을 멈췄다.
한도윤은 자기 자리에서 폰 화면을 내리고 있었다. 차트 화면이 아니었다. 이준은 그 각도를 봤다가 다시 새로고침 버튼 위로 시선을 옮겼다.
00:30.
이준이 뮤직탑 앱을 새로고침했다.
차트가 갱신됐다.
노바. 101위.
이준은 그 숫자를 봤다. 한 번은 확인, 한 번은 각오.
화면을 캡처했다.
"우리는 101위다."
서지환이 뭔가를 말하려다 멈췄다. 태현이 뒤로 기댔다. 정우가 시선을 내렸다.
이준은 오류 폴더를 다시 열었다. 312명분의 스샷이 들어 있었다. 이게 없었다면 얼마까지 올라갔을까. 계산이 됐다. 하지만 계산은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
101위. 한 칸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