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48시간
숫자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빨갛고 하나는 파랬다.
태현의 폰 화면. 유튜브 스튜디오 앱. 쇼츠 분석 대시보드가 화면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 왼쪽이 A곡 'Velocity' 킬링파트 클립. 빨간 테두리. 오른쪽이 B곡 'Stay' 킬링파트 클립. 파란 테두리. 업로드 후 정확히 48시간이 지났다. 오세혁이 준 시간. 이준이 요청한 시간. 결과가 나왔다.
태현이 폰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연습실이었다. 아침 10시. 안무 연습 전 30분을 이 회의에 쓰기로 했다. 서지환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가사지를 무릎 위에 펴 놓고. 두 곡 다 써져 있었다. A곡 가사와 B곡 가사. 서지환은 48시간 동안 두 곡 모두를 연습했다. 어느 쪽이 선택되든 바로 녹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이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이준은 알았다. 서지환이 새벽까지 녹음실 불을 켜둔 것. 두 곡 모두에 볼펜 메모를 단 가사지. 그것만으로 충분한 증거였다.
정우가 노트북을 열었다. 자기 분석을 이미 돌려놓은 상태였다. 이준보다 먼저. 이준은 그걸 알았다.
A곡. 조회수 83,400. 유지율 68.2%. 좋아요 4,200. 댓글 1,100. 공유 320.
B곡. 조회수 41,700. 유지율 89.1%. 좋아요 3,800. 댓글 2,300. 공유 740.
이준은 두 숫자 세트를 번갈아 봤다. 연습실 테이블 위에 자기 노트북도 펼쳐져 있었다. 스프레드시트가 열려 있었다. 이준은 숫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행에 지표를 넣고, 열에 곡을 넣고, 셀에 수치를 넣었다.
"조회수는 A가 두 배야." 태현이 화면을 가리켰다. "알고리즘이 A를 밀어줬어. 트렌디한 비트라서 추천 피드에 잘 걸린 거야. 유튜브 쇼츠 알고리즘은 초반 2시간 유입 속도가 빠른 영상을 밀어주거든. A곡은 처음 30분에 유입이 폭발했어."
"유지율은?" 정우가 물었다. 자기 분석과 대조하는 눈이었다.
"A가 68.2, B가 89.1." 태현이 답했다.
"20%포인트 차이요." 정우가 노트북을 돌렸다. "유지율 80% 이상이면 추천 피드 재진입 확률이 3배예요. B곡은 재진입 구간 안이고 A곡은 밖이에요. 48시간 뒤에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요."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회수에서 A가 이긴 건 예상 범위 안이었다. 트렌드에 맞는 곡이 노출에서 유리한 건 당연했다. 비슷한 BPM, 비슷한 드롭, 비슷한 에너지. 유튜브 알고리즘은 '비슷한 것'을 좋아한다. 시청자가 이미 좋아한 것과 비슷한 것을 밀어주는 구조.
"근데." 이준이 말했다.
"근데?" 태현이 봤다.
"공유율."
태현이 숫자를 다시 봤다. A곡 공유 320건. B곡 공유 740건. 태현의 눈이 움직였다. 계산하고 있었다. 조회수 대비 공유율. A곡 320 ÷ 83,400 = 0.38%. B곡 740 ÷ 41,700 = 1.78%.
"4.7배 차이." 태현이 말했다. 암산이었다. 이준은 태현의 암산 속도를 기억해뒀다.
"맞아. 조회수에서 A가 두 배 이겼지만, 공유율에서 B가 4.7배 이겼어. 배율이 다른 경기야."
이준은 스프레드시트에 수식을 넣었다. 14화에서 변경된 알고리즘 가중치를 적용했다. 반복 재생 ×0.7. 신규 리스너 ×1.5.
'조회수는 노출이다. 노출은 이미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공유율은 확산이다. 확산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 알고리즘이 바뀐 뒤, 모르는 사람이 와야 차트가 움직인다.'
공유 1건당 예상 신규 리스너 유입을 보수적으로 0.3명으로 잡았다. A곡: 320건 × 0.3 = 96명. B곡: 740건 × 0.3 = 222명. 차이 2.3배. 72시간 집중 기간으로 배율을 적용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준은 댓글 분석도 확인했다. 태현에게 물었다. "댓글 키워드 분류했어?"
"했어." 태현이 폰을 넘겼다. 메모 앱에 정리돼 있었다. "A곡 댓글 상위 키워드: '중독성 있다' '좋다' '비트 좋아' '한 번 더 듣고 싶다'. B곡 댓글 상위 키워드: '소름' '눈물 났다' '이 파트 무한반복' '친구한테 보내야겠다' '누구야 이 목소리'."
'친구한테 보내야겠다.'
이준은 그 키워드를 봤다. '좋다'와 '보내야겠다'는 전혀 다른 행동을 낳는다. '좋다'는 개인 감상이다. 내 안에서 끝난다. '보내야겠다'는 행동 의도다. 나에서 밖으로 나간다.
이준은 B곡 댓글에서 행동 의도 키워드 비율을 계산했다. 2,300건 중 약 276건. 12%. A곡에서는 1,100건 중 33건. 3%. 4배 차이. 공유율 4.7배와 거의 일치하는 패턴이었다.
"'누구야 이 목소리'." 서지환이 가사지에서 눈을 들었다. 처음 입을 열었다. "이거 A곡 댓글에는 없는 거지?"
"없어." 태현이 답했다. "A곡 댓글에는 '누구'라는 단어 자체가 안 나와."
서지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시 다물었다. 하지만 가사지 위의 손가락이 B곡 가사 위에 있었다. A곡 위가 아니라.
"B곡으로 간다."
서지환이 고개를 들었다. 가사지 위의 볼펜 메모들이 보였다. A곡에도 메모가 있었고 B곡에도 메모가 있었다. 두 곡 모두를 자기 곡처럼 준비한 흔적.
"형이 B를 고른 거야?"
"데이터가 B를 골랐어." 이준이 화면을 돌렸다. 스프레드시트의 수식이 보였다. "공유율 4.7배. 행동 의도 댓글 4배. '누구야 이 목소리' 댓글 존재.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이 곡이 새로운 사람을 데려와."
서지환이 이준을 봤다. 2초. 길지 않은 시간. 하지만 이 2초 안에 12화에서 시작된 갈등이 끝나고 있었다. 12화에서 서지환은 '음악이 먼저'라고 말했다. 14화에서 이준이 처음으로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라고 했다. 17화에서 데이터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18화. 데이터가 서지환의 곡을 골랐다.
감이 맞았고 데이터도 맞았다. 같은 결론에 다른 길로 도착했다.
"네 감이 맞았어." 이준이 말했다. "근데 내가 고른 건 감이 아니라 공유율이야."
서지환이 피식 웃었다. "형다워."
그 웃음은 비꼼이 아니었다. 인정이었다. 서지환은 여전히 음악이 먼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준의 방식도 답에 도달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나 오늘 밤부터 녹음 들어갈게." 서지환이 가사지를 접었다. B곡만 남기고. A곡 가사지는 가방에 넣었다. "48시간 동안 두 곡 다 연습했으니까 준비 됐어."
"48시간 동안?" 태현이 물었다. "둘 다?"
"당연하지. 어느 쪽이든 바로 부를 수 있어야지." 서지환이 말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이준은 그 '당연하다'의 무게를 알았다. 48시간 동안 새벽까지 녹음실에 불을 켜두는 것. 두 곡의 가사에 볼펜 메모를 빼곡히 다는 것. 그게 서지환의 '당연'이었다.
오세혁에게 전화했다. "B곡 'Stay'로 갑니다."
"차트보다 팬을 택한 거야?"
"차트에 올라가는 건 곡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사람을 데려오는 곡이 차트에 올라갑니다."
오세혁이 1초 멈췄다. "좋아. 녹음 스케줄 내일부터 잡을게." 멈췄다가 덧붙였다. "C곡은 보관해둘 테니까. 나중에 쓸 거야."
나중. 이준은 그 단어를 기억해뒀다. '나중'이 있으려면 지금을 살아남아야 한다.
민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타이틀곡 확정. B곡 Stay. 예약 판매 D-14 오픈. 타이틀곡 공개는 D-10. 4일 간격이에요."
"알겠어요. 공지 준비할게요. 팬카페에 먼저 올리고 SNS는 30분 뒤에요?"
"그렇게 해요. 팬카페 선공개가 소속감을 만들어요."
"오케이."
예약 판매가 열렸다. D-14. 민하의 공지가 팬카페 상단에 고정됐다. 댓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1분에 2~3개씩. 이준은 댓글 수만 봤다. 내용은 보지 않았다. 13화 이후로 댓글 내용을 읽는 것의 위험성을 알았다. 감정이 계산을 앞서기 시작하면 판단이 흐려진다.
밤 10시. 판매 집계를 확인했다. 첫날 수치.
2,847장.
이준이 역산했다. 스프레드시트에 첫날 수치를 입력했다. 추세선을 그었다. 이 속도가 14일간 유지되면 누적 약 28,000장. 조건 48,000장까지 20,000장 부족.
이준은 화이트보드를 봤다. D-28이었던 숫자가 D-14로 바뀌어 있었다. 절반이 지났다. 시간은 절반을 썼는데 숫자는 절반에 못 미쳤다.
'아직 절반이 안 된다.'
하지만 이준은 15화에서 본 것을 기억했다. 팬의 자발적 행동. '별빛수호자'의 알리기 프로젝트. 이준의 추세선에 없는 곡선이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곡선. 측정할 수 없는 기울기. 하지만 존재하는 것.
이준은 스프레드시트의 '팬_자발행동' 탭을 열었다. 여전히 비어 있었다. A1 셀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비워뒀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