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제주에서 온 뉴스
제주에서 돌아온 다음 날.
이카루스 사무실. 책상 위에 부상 헌터 치료비 영수증이 놓여 있었다. 320만 원. 이카루스의 한 달 치 의료 예산의 절반이었다. 영수증 옆에 박성우의 진단서가 놓여 있었다. 왼팔 열상. 전치 2주. 2주 동안 선두 탱이 빠진다는 뜻이다.
어제 마켓 아이가 틀렸다. 시장에 없는 변수는 계산할 수 없다고 했다. 오늘은 그 변수가 뉴스에 나왔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주 블랙 존 D구역에서 비정상적 마나 농도 변동이 감지되었습니다. 헌터관리국은 해당 구역의 등급 재조사에 착수했으며…”
승헌은 TV를 봤다. 앙커가 마나 농도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었다. D구역의 선이 급격하게 올라가 있었다. 어제 승헌이 따떠하기 전의 데이터였다.
뉴스 자막: ‘제주 블랙 존, 10년 만에 마나 농도 이상 — 전문가 "추이 관찰 필요"’.
전문가들은 항상 '추이 관찰'이라고 한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니까.
화면이 바뀌었다. 전문가 인터뷰. 마나공학 교수. 안경을 쓴 50대 남성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시적 변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구역은 10년간 안정적이었고, 기존 관측 데이터상 이런 급변은 전례가 없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전례가 없다. 맞다. 전례가 없으니까 아무도 준비하지 않는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10년 후에 수만 명이 죽었다.
하지만 승헌은 결론을 알고 있다. 10년 후, 이 땅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게이트 브레이크가 발생한다.
TV를 께다.
▶ 오후 1시. 엘리시움 사무실.
태경이 들어왔다.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하나를 승헌 앞에 놓았다.
“제주 뉴스 봤지?”
“봤습니다.”
“마나 농도 이상. 네가 어제 호위하던 바로 그 구역이지?”
“맞습니다.”
태경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안경 너머로 승헌을 봤다.
“부상자가 나왔다면서?”
“박성우 대리. 왼팔 열상. 전치 2주.”
태경이 두 번째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 속도가 빠랐다. 생각이 많을 때의 버릇이다.
“제주 서귀포 해안 일대 부동산 매입을 검토하고 싶습니다.”
태경의 커피잔이 테이블에 닿았다. 소리가 났다.
“지금?”
“네.”
“이카루스 LBO 이자 갚기도 빠듯한데 부동산을?”
“장기 투자입니다.”
“장기가 얼마인데?”
“5년.”
태경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봤다. 3초.
“강승헌 씨, 당신 투자자지 예언가는 아니잖아.”
맞다. 투자자다. 예언가가 아니라. 하지만 투자자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다.
“현재 자금으로는 불가능한 건 알고 있습니다. 블랙 먼데이 포지션이 실현되면 그때 매입합니다.”
“2년 뒤에?”
“2년 뒤에.”
태경이 한숨을 쉬었다.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두 번. 느린 리듬.
“알았어. 일단 부동산 시세 조사는 해둘게. 매입은 자금 확보 후.”
태경이 일어섰다. 문 앞에서 멈겷다.
“그리고 하나 더.” 태경이 돌아봤다. “어제 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이카루스 헌터가 다쳤다는 건 알겠는데, 마나 농도 이상하고 시간대가 격쳐.”
태경은 숫자의 우연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우연입니다.”
“우연. 그래.” 태경이 문을 열었다. “우연치고 많네, 요즘.”
문이 닫혔다.
7년 뒤, 이 땅의 가격은 100배가 된다. 방어 요새 부지. SSS급 게이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지형.
하지만 지금은 먼저 이카루스를 살려야 한다.
▶ 오후 3시. 이카루스 사무실.
은설이 들어왔다.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표정이 평소보다 단단했다. 나컄 소식을 전할 때의 표정.
“LBO 관련 긴급 건입니다.”
“뛑니까?”
“담보 자산 감정가가 하향 조정됐습니다. 서울 감정원에서 이카루스 보유 부동산과 장비의 감정가를 15% 낮겴습니다.”
“사유는?”
“C급 길드 경영 불안정에 따른 리스크 반영이라고 합니다.”
형이다.
감정원에 직접 압력을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 미래그룹의 거래 은행이 감정원의 주요 고객이다. 한 통화면 충분하다. 감정원 입장에서도 C급 길드의 감정가를 낮추는 건 합리적인 판단이다. 문제는 그 '합리적 판단'이 형의 전화 한 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은행 측 반응은요?”
“대출 조건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담보 부족분 추가 제공 또는 금리 2% 인상.”
금리 2% 인상 시 연간 이자 부담 1.2억 증가. 현재 현금 흐름으로는 감당 불가.
담보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카루스에 남은 담보 가치 있는 자산이 뭐가 있나.
마켓 아이를 발동했다.
이카루스 보유 자산 목록 — 부동산(사무실 임차, 담보 불가) / 장비(감정가 하향 완료) / 아티팩트 2점(D급 '방어의 반지', C급 '속도의 부적') / 마석 재고 12톤(시가 약 3억)
아티팩트를 매각하면 담보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아티팩트는 헌터들의 전투 효율에 직결된다. 박성우가 부상당한 지금, 전투력을 더 깎는 선택은 할 수 없다.
매각하면 전투력이 떨어진다. 전투력이 떨어지면 PMC 계약 이행이 어려워진다. 악순환.
다른 방법이 있다.
“은설 씨.”
“네.”
“마석 재고 12톤의 현재 시세를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
“네.”
“D급 던전 솔로 공략이 가능한 던전 목록을 뵑아주세요. 서울 근교, 마석 매장량 상위 기준으로.”
은설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태블릿을 든 손이 멈겷다.
“솔로 공략이요? 누가 합니까?”
승헌은 은설을 봤다. 3초.
“제가 합니다.”
“…각성 미분류 상태에서요?”
“D급입니다. 관리 가능합니다.”
은설은 3초간 더 봤다. 입술이 약간 움직였다. 묻고 싶은 말을 삼키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태블릿을 꺼냈다.
“목록 뵑겠습니다.”
질문하지 않았다. 승헌이 왜 솔로 공략이 가능한지, 어떻게 할 건지. 묻지 않았다.
이 사람은 질문을 참을 줄 안다. 드문 능력이다.
▶ 오후 5시. 이카루스 사무실.
은설이 나간 뒤, 승헌은 사무실 구석의 락커를 열었다. 안에 검이 있었다. 이카루스의 비품. C급 표준 검. 전생에서 쓰던 S급 특수 강화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검을 꺼냈다. 무게를 가늂했다. 가벼웠다. 전생의 몸이라면 이건 장난감이었다. S급의 근력으로는 이 검의 무게를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몸은 E급이다.
검날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날이 날카로웠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 검을 마지막으로 쓴 사람은 강민재일 것이다. 떠나가면서도 장비는 정리해 둔 사람. 헌터다운 자존심이다.
E급 신체로 D급 던전. 비효율의 극치다.
하지만 이카루스를 살리려면, 지금은 효율이 아니라 생존이다.
검을 가방에 넣었다.
사무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내일 새벽, 솔로로 던전에 들어간다.
전생에서는 검으로 세계를 바꿨다. 이번 생에서는 계산기로 바꾼다. 하지만 오늘, 검이 필요해졌다. 계산기로는 담보를 만들 수 없으니까.
스마트폰이 울렸다. 은설이었다.
“던전 목록 완료했습니다. 서울 근교 D급 3곳. 성남 '잠든 광산', 용인 '시든 샘', 안양 '회색 회랑'. 마석 매장량 상위 기준입니다.”
“'잠든 광산' 예상 매장량은?”
“1.2톤. 마석 시가 기준 약 3억 원입니다.”
3억이면 담보 부족분을 메우고 한 달 운영비가 남는다.
“내일 새벽 5시에 가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은설의 목소리에 0.5초의 간격이 있었다. 어제 채굴팀 호위에서 승헌이 돌을 던졌다는 걸 은설은 모른다. 하지만 각성 미분류자가 D급 던전에 솔로로 들어간다는 건, 이 사람이 느끼는 불안의 범위를 넓히기에 충분한 정보다.
전화를 끊었다.
마켓 아이가 수치를 올렸다.
인수 성공 확률: 46%. 형의 두 번째 수(담보 하향) 반영 완료.
48에서 44로, 44에서 46으로. 숫자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잘히면 잡혀 있다. 내일 던전을 깨면, 다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