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승인
공명(Resonance)의 시대
아침이었다. 월요일. 정기 가이딩 스케줄의 첫 번째 날.
도하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이딩 방식 사전 승인 양식. 이틀 전 KCA 재검증실에서 서명한 것. 체크 목록이 인쇄되어 있었다. 접촉식 안정화, 표준 주파수. 방사형 가이딩, 고대역. 멘탈 멜트, 사전 허가 필수.
모든 항목이 8,000Hz 이상이었다.
도하의 주파수는 120Hz 이하. 이 양식 안에 도하의 자리는 없었다.
서류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려다 멈추었다. 에덴에서 배정 거절 서류를 네 번 접었던 습관이 손에 나왔다가 사라졌다. 접지 않았다. 그냥 들고 나갔다.
가이딩 공간은 거실에서 떨어진 별도의 방이었다. 간접등. 흡음재 벽. 생체 모니터가 벽에 부착되어 있었다. 심박수, 뇌파, 감각 부하 지수. 그리고 이틀 전부터 추가된 것.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작은 아이콘 하나. 실시간 KCA 전송 표시. 초록색 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데이터가 중앙 서버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
강진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허리를 세운 자세.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가이딩 직전의 자세. 도하를 보지 않았다. 통유리 너머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도하가 맞은편에 앉았다.
"시작하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도하를 보았다. 뭔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손바닥을 뒤집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도하가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닿았다.
파동을 보냈다.
표준 주파수. 8,000Hz. 에덴 교본 제3장에 명시된 대역. 양식에 승인된 방식. 도하의 것이 아닌 주파수. 몸에서 억지로 끌어올린 파동이 손끝을 타고 나갔다.
강진의 방어기제에 부딪혔다.
튕겨 나왔다.
생체 모니터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심박수 86. 감각 부하 지수 높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18명의 가이드가 실패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보냈다. 8,000Hz. 더 강하게. 벽에 돌을 던지는 것처럼. 돌이 부서졌다. 벽은 그대로였다.
10초. 20초. 30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진이 눈을 감고 있었다.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두통이 오고 있었다. 가이딩은 안 되고, 자극만 쌓이는 중이었다.
도하가 손을 뗐다.
"안 되죠."
강진이 눈을 떴다. 도하를 보았다. 목소리에 실망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얼굴.
"알고 있었어?"
"네."
"그런데 왜 했어."
"해봐야 했습니다."
"누구한테?"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진이 맞았다. KCA한테. 기록한테. 양식한테. 이 주파수로는 안 된다는 것을 데이터로 남겨야 했다.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증명하는 일. 에덴에서 11년 동안 해온 것이었다.
도하는 승인 양식을 꺼냈다. 테이블 위에 놓았다. 체크 목록이 위를 향했다. 접촉식 안정화, 표준 주파수. 승인됨. 강진의 시선이 서류 위에 멈추었다.
"이 양식에 승인된 방식은 전부 고대역입니다."
"알아."
"제 주파수는 여기 없습니다."
강진의 눈이 서류에서 도하에게로 옮겨갔다.
"그래서?"
"승인된 방식으로 해봤습니다. 안 됩니다."
도하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팩트를 읽는 톤이었다. 하지만 도하의 담담함에는 한 겹이 더 있었다. 그 아래에 무언가를 누르고 있는 사람의 건조함.
강진이 서류를 집었다. 읽었다. 3초. 눈이 체크 목록에서 멈추었다. 아래쪽의 작은 글씨까지. '미승인 방식 사용 시 계약 위반으로 간주됩니다.'
강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종이가 찢어졌다.
한 번에. 위에서 아래로. 양식이 두 조각이 되었다. 강진이 두 조각을 다시 잡았다. 네 조각이 되었다. 테이블 위에 떨어뜨렸다.
"이건 내 몸이야."
낮은 목소리였다.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단정함. 요청이 아니라 선언.
"KCA 양식은 상관없어."
도하는 찢어진 종이를 보았다. 네 조각. 에덴에서 서류를 네 번 접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도하가 접었다. 이번에는 강진이 찢었다. 접는 것과 찢는 것은 달랐다. 접는 것은 보관이고, 찢는 것은 거부였다.
"강진 씨."
"뭐."
"찢어도 새로 옵니다."
"또 찢으면 돼."
"기록은 남습니다."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찢는 것과 기록은 다른 문제였다. 종이는 찢을 수 있지만 데이터는 찢을 수 없었다. 벽에 부착된 모니터의 초록색 점이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기록되면 어때."
강진이 말했다.
"두통이 멈추면 돼."
도하는 강진을 보았다. 이 사람은 단순했다. 아프면 고치고, 막으면 부수고, 기록되면 상관없다. S급 에스퍼의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시스템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
하지만 E급에게는 달랐다. 기록이 쌓이면 위약금이 갔다. 도하에게. 강진이 아니라 도하에게. 시스템은 에스퍼를 보호하고, 가이드를 교체한다. 에덴에서 배운 것이 그것이었다.
도하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었다.
"하겠습니다."
손끝이 닿았다.
저주파를 보냈다. 120Hz 이하. 양식에 없는 주파수. 승인되지 않은 파동. 도하의 것. 도하만의 것.
벽을 넘지 않았다. 아래로 갔다. 강진의 방어기제가 인식하지 못하는 깊이로. 암반 아래의 물처럼.
생체 모니터가 움직였다.
심박수가 86에서 79로. 감각 부하 지수가 한 단계 내려갔다. 강진의 미간이 풀렸다. 호흡이 깊어졌다. 어깨가 내려갔다.
30분이 지났다.
도하가 손을 뗐다. 강진의 눈이 감겨 있었다. 두통이 멈춘 얼굴. 심박수 68. 감각 부하 지수 정상.
도하는 조용히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 오른쪽 상단. 실시간 전송 아이콘 옆에 새로운 알림이 떠 있었다.
[비승인 가이딩 기록 — 자동 전송 완료]
작은 글씨. 붉은색. 초록 점 옆에서 깜빡이다 사라졌다.
도하는 그것을 보았다. 강진은 눈을 감고 있었으므로 보지 못했다. 보지 못하는 것과 상관없는 것은 달랐다. 강진에게는 상관없었다. 도하에게는 달랐다.
계약서 제23조. 가이드의 가이딩 방식이 KCA 승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계약 위반으로 간주되며, 가이드에게 위약금이 부과된다. 위약금 산정 기준: 잔여 계약 기간 × 월 가이딩 수당의 150%.
비승인 기록이 한 건 쌓였다.
이것이 쌓이면, 도하가 떠나야 한다. 강진이 아니라 도하가. 할당된 자리에서 벗어나면,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도하는 모니터에서 눈을 거두었다.
강진이 눈을 떴다.
"됐어?"
"네. 끝났습니다."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도하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도하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늘 그랬듯이. 단정하고 평평한 표면.
"괜찮아?"
강진이 물었다. 가이딩이 끝나면 강진이 묻고, 도하가 답하는 순서. 도하가 무릎을 꿇고 폭주를 멈춘 날 이후 생긴 순서.
"괜찮습니다."
강진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도하의 손끝을 보았다. 떨리지 않았다. 오늘은 과사용이 아니었으니까.
강진이 일어섰다. 문 앞에서 멈추었다. 돌아보지 않은 채.
"도하."
"네."
"그 양식 때문에 못 하게 되면."
강진이 잠깐 멈추었다.
"말해."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진이 나갔다.
도하는 가이딩 공간에 혼자 남았다.
모니터의 초록 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데이터가 흘러가고 있었다. 도하의 저주파 기록이. KCA 중앙 서버로. 비승인이라는 태그와 함께.
찢어진 양식의 네 조각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강진이 찢은 것. 하지만 데이터는 찢어지지 않았다.
도하는 네 조각을 모았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가볍고 작은 종이. 이 종이보다 가볍지만 이 종이보다 무거운 것이 서버 어딘가에 쌓이고 있었다.
도하는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자신의 방에 돌아왔다. 교본이 책상 위에 있었다. 그 사이에 에덴 사진. 꺼내지 않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세린의 연락처를 보았다. 어제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누르지 않았다.
대신 KCA 담당관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울리고 연결되었다.
"이도하 가이드입니다. 문의가 있습니다."
사무적인 목소리가 돌아왔다. "네, 말씀하세요."
"비승인 기록 누적 시, 위약금 기준이 어떻게 됩니까."
잠깐 침묵이 흘렀다.
"3건 이상 누적 시 경고입니다."
"경고 이후는요?"
"5건 누적 시 위약금 산정 절차가 개시됩니다."
"산정 기준은 계약서 제23조 그대로입니까."
"네. 잔여 계약 기간 곱하기 월 수당의 150%입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5건.
월, 수, 금. 주 3회 정기 가이딩. 전부 저주파를 쓰면, 2주도 되지 않아 5건이 찬다. 강진은 표준 주파수를 받지 못한다. 도하의 저주파만 된다. 양식에 없는 주파수만.
도하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세이프 존의 오후가 보였다. 맑은 하늘. 먼 곳의 차폐벽. 서치라이트가 꺼져 있었다. 낮이니까. 밤이 되면 다시 돌 것이었다.
시스템이 도하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었다.
이 사람을 안정시켜라. 하지만 네 방식으로는 하지 마라.
이 사람에게 닿아라. 하지만 기록은 남긴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언가가 쌓인다. 가이딩을 하면 비승인 기록이 쌓이고, 하지 않으면 강진의 두통이 쌓인다.
파동이 흘렀다. 120Hz. 이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는 양식 안에서, 도하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시스템의 결함인지, 도하의 결함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