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비교
공명(Resonance)의 시대
화요일 오전. 핸드폰이 울렸다. KCA 발신.
"이도하 가이드님. 가이딩 효율 비교 테스트가 예정되었습니다."
도하의 손이 멈추었다.
"비교 대상은 S급 가이드 백서윤입니다."
잠깐 멈추었다.
"금일 14:00. KCA 8층 테스트실."
전화가 끊겼다.
도하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비교 테스트. 도하와 백서윤이 같은 에스퍼를 가이딩하고, 결과를 비교하는 것. KCA가 도하의 비승인 기록 5건을 근거로 '가이드 적합성 재평가'를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비교 대상이 S급이라는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교체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실에서 강진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도하가 나왔다.
"오늘 KCA에서 테스트가 있습니다."
"뭔 테스트."
"가이딩 비교요. 저하고 백서윤 가이드."
강진의 컵이 멈추었다. 입에서 떨어지는 데 1초.
"비교?"
"같은 에스퍼한테 가이딩해서 결과를 비교하는 겁니다."
"같은 에스퍼가 나야?"
"네."
강진이 컵을 내려놓았다. 소리가 났다. 세게 내려놓은 건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무게가 있었다.
"안 해."
"계약 조항입니다."
"내 몸이야."
승인 양식을 찢을 때와 같은 톤이었다. 하지만 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제 문제입니다."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비승인 기록 5건이에요. 위약금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그건 내가—"
"이 테스트가 제가 여기 남을 수 있는지를 결정합니다."
강진의 입이 닫혔다. '여기 남을 수 있는지'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S급에게 '남을 수 없다'는 개념은 낯선 것이었을 것이다.
"…가자."
강진이 일어섰다.
KCA 8층. 테스트실.
매칭실보다 넓었다. 중앙에 소파 하나. 양쪽에 모니터. 한쪽 벽에 관찰 유리창이 있었다. 유리 너머에 KCA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재검증관 송지은이 보였다.
강진이 중앙 소파에 앉았다. 허리를 세운 자세. 가이딩 직전의 자세.
도하는 왼쪽에 섰다. 오른쪽에 백서윤이 서 있었다.
백서윤이 도하를 보았다. 면담실에서와 다른 눈이었다. 데이터를 읽는 눈이 아니었다. 측정하는 눈이었다. 지금부터 같은 사람 앞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결과로 비교당하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의 눈.
"백서윤 가이드. 먼저 시작하세요."
테스트 관리관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렸다.
백서윤이 강진 앞에 앉았다. 손을 내밀었다.
"시작합니다."
백서윤의 목소리가 정확했다. 손끝이 강진의 손에 닿았다. 파동을 보냈다. 고대역. 8,000Hz 이상. S급 가이드의 파동이었다. 교과서적이었다. 에덴 교본의 이상적인 형태. 강하고, 안정적이고, 일정한 출력.
모니터가 반응했다. 백서윤의 파동 그래프가 올라갔다. 높은 대역. 깨끗한 파형.
강진의 방어기제가 닫혔다.
그래프가 벽에 부딪혔다. 백서윤의 파동이 강진의 신경계 앞에서 튕겨 나왔다. 강하게 밀어 넣을수록 벽이 단단해졌다. 18명의 가이드가 실패한 것과 같은 패턴. S급 가이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1분. 2분. 5분.
강진의 심박수가 변하지 않았다. 감각 부하 지수가 변하지 않았다. 미간의 주름이 그대로였다.
백서윤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미세하게. S급 가이드가 5분간 전력으로 파동을 보내고 있었다. 출력이 높았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중단합니다."
관리관의 목소리. 백서윤이 손을 뗐다. 호흡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
모니터의 결과가 떴다. 에스퍼 안정화 수치: 변동 없음.
백서윤이 모니터를 보았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유리 같은 눈에 균열이 갔다. 면담실에서 봤던 것보다 깊은 균열.
"이도하 가이드. 시작하세요."
도하가 앞으로 걸었다. 백서윤이 비켜섰다. 스쳐 지나갔다. 백서윤의 눈이 도하를 따라갔다.
도하가 강진 앞에 앉았다.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관찰 유리 너머의 시선들 앞에서. 강진의 눈에 무언가가 있었다. 긴장이 아니었다. 신뢰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사람이 닿을 것을 아는 사람의 눈.
손바닥이 뒤집혔다. 무릎 위. 말 대신 손.
도하가 손을 올렸다. 손끝이 닿았다.
저주파를 보냈다. 120Hz 이하.
아래로 갔다. 방어기제를 넘지 않았다. 그 아래를. 벽의 틈을 타고. 암반 아래의 물처럼.
3초.
모니터가 움직였다.
심박수가 내려갔다. 감각 부하 지수가 내려갔다. 강진의 미간이 풀렸다. 어깨가 내려갔다. 호흡이 깊어졌다.
5초.
안정화 수치가 녹색 범위로 들어갔다.
테스트실이 조용해졌다.
관찰 유리 너머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송지은이 태블릿을 들어 올리는 것. 옆 사람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백서윤이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도하의 파동 그래프. 낮은 대역. 100Hz 부근. 미미한 출력. 하지만 안정화 수치는 녹색이었다.
10분이 지났다. 관리관이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다. 결과가 너무 명확해서 더 볼 필요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보고 있었다.
도하가 손을 뗐다.
강진의 눈이 열렸다. 도하를 보았다. 짧게. 그리고 관찰 유리를 보았다. 유리 너머의 사람들을 보는 강진의 눈이 차가웠다. '봤으니 됐지'라는 눈이었다.
모니터에 최종 결과가 떴다.
[테스트 A - 백서윤(S급 가이드): 안정화 수치 변동 없음]
[테스트 B - 이도하(E급 가이드): 안정화 수치 정상 범위 달성. 소요 시간 5초]
도하는 결과를 읽지 않았다. 일어섰다. 강진도 일어섰다.
테스트실을 나왔다. 복도.
강진이 먼저 걸어갔다. 도하가 따라걸었다. 강진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도하 쪽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도하 쪽으로 반 걸음 기울어져 있었다. 무의식적인 거리. 행사장에서 반 걸음 다가왔던 것과 같은.
"먼저 가 있어."
강진이 말했다.
"같이 안 가세요?"
"화장실."
강진이 걸어갔다. 도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버튼이 깜빡이고 있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왔다.
"이도하."
도하가 돌아보았다.
백서윤이 서 있었다. 테스트실 쪽 복도에서 걸어온 것이었다. 이마의 땀이 마른 뒤였다. 표정이 정리되어 있었다. 유리 같은 눈이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금이 간 채로 돌아온 눈이었다.
백서윤이 다가왔다. 도하 앞에 섰다. 가까웠다. 1미터.
"나는 S급이야."
백서윤이 말했다. 낮게.
"10년을 훈련했어. 에덴에서 1등으로 졸업했어."
목소리가 떨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의 정확함이 빠져 있었다.
"어떤 에스퍼든 안정시킬 수 있어."
도하는 백서윤을 보았다. 이 사람의 눈에 있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경멸이 아니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 앞에 선 사람의 눈. 10년간 쌓아온 것이 5초 만에 무너지는 것을 본 사람의 눈.
"당신은 E급이잖아."
도하는 대답했다. 담담하게.
"등급이 안정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백서윤의 눈이 흔들렸다.
"뭐가 다른 거야."
경멸이 빠진 목소리. 처음이었다. 백서윤이 도하에게 경멸 없이 말하는 것. "E급이 S급을 안정시킨다고?" 이후 처음으로. 남은 것은 질문이었다. 순수한 질문. 이해하고 싶다는 것에 가까운.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도하도 몰랐으니까. 왜 120Hz가 S급에게 닿는지. 왜 교본에 없는 방식이 작동하는지.
백서윤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하나 더."
목소리가 낮아졌다. 주변을 확인하는 눈빛이 있었다. 복도에 사람이 없었다.
"7년 전 에덴 사고의 수혜자."
도하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내가 찾았어."
도하의 호흡이 멈추었다.
백서윤이 도하의 눈을 보았다. 유리 같은 눈. 금이 간 유리. 그 틈 사이로 무언가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보를 쥔 사람의 무게.
"여기선 안 돼."
백서윤이 뒤로 물러섰다.
"내일. 면담실. 14시."
백서윤이 돌아섰다. 걸어갔다.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았다. 사라졌다.
도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손을 쥐었다. 파동이 흔들리고 있었다. 120Hz가 불안정하게 진동했다. 도하의 파동이 흔들리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에덴에서도 거의 없었다. 감정이 파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교본 제6장에 기술되어 있었다. '감정 과부하 시 가이드 파동의 불안정화가 발생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강진이 안에 서 있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도하를 보았다. 그리고 도하의 손을 보았다. 쥐어져 있었다.
강진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비켜섰다. 도하가 탔다. 문이 닫혔다.
내려가는 동안 강진이 물었다. 앞을 보면서.
"누구랑 얘기했어."
"…백서윤 가이드요."
"뭐래."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진이 돌아보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알면 말해'의 규칙이 여전히 있었으니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로비의 빛이 들어왔다.
도하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일 14시. 면담실. 백서윤이 찾았다는 것. 7년 전. 에덴. 구하려다 파동이 뭉개진 날. 수혜자의 이름. 보고서에서 삭제된 이름. 백서윤이 그것을 찾았다.
그 이름이 뭔지.
도하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내일이면 알게 된다.
손을 폈다. 파동이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강진이 옆에서 걸었다. 말없이. 반 걸음 앞에서.
차가 왔다. 탔다. 아크로.
창밖으로 세이프 존의 오후가 지나갔다. 도하는 창을 보았다. 강진은 앞을 보았다.
내일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