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관찰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늘 좋은 소식으로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예고된 방문이었다. 강진이 현관 인터폰을 열었을 때, 화면에는 KCA 로고와 함께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 흰 셔츠에 KCA 배지. 장비 케이스를 각각 하나씩 들고 있었다. 공손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선이 달랐다. 사람을 보지 않고 대상을 보는 눈.
강진이 문을 열었다.
"차강진 씨, 이상 안정화 사례 정기 모니터링 차 방문드렸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들어오세요."
두 글자. 강진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거슬림이 없는 톤이었다. 하지만 도하는 알 수 있었다. 강진이 이 목소리를 쓸 때는, 상대를 이미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KCA 직원들이 들어왔다. 장비 케이스를 현관에 내려놓지 않았다. 안고 들어왔다. 케이스에 붙은 스티커가 보였다. '생체신호 수집 장치 / KCA 표준형 A'. 도하는 그것을 보았다. 에덴에서 같은 장비를 본 적이 있었다. 에스퍼 훈련생들의 신호를 수집하던 것. 아크에 설치하면 상시 수집이 된다. 24시간.
"거실 모서리와 가이딩 공간 내부에 각 1기씩 설치 예정입니다. 계약서 부속 조항 제3조에 명시된 사항입니다."
직원이 말했다. 태블릿을 들고 조항을 읽어 내려갔다. 도하는 계약서 부속 조항 제3조를 기억했다. 42쪽짜리 계약서의 부속 문서. 도하가 세 번 읽었을 때 이미 읽었던 것이었다. '거주 공간 내 모니터링 장치 설치에 동의한다.' 도하는 그때 그 조항 앞에서 잠깐 멈추었다가, 서명했다.
그 조항이 지금 이렇게 실행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거부할 수 있습니까."
강진이 물었다. 물음표가 없는 질문이었다.
"제3조에 사전 동의가 명시되어 있어서요."
"사전 동의와 현장 거부는 다릅니다."
직원이 잠깐 멈추었다. 태블릿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올렸다.
"거부 시 계약 위반으로 간주되며, 전투 임무 배치 제한이 발동될 수 있습니다."
강진의 눈이 좁아졌다. 미세하게.
임무 배치 제한. 섹터 0 전투원에게 그것은 단순한 패널티가 아니었다. 이마고가 언노운 존에서 경계를 넘어오는 밤마다, S급 에스퍼가 없으면 세이프 존의 차폐가 버텨내지 못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인질로 쓰는 것이었다. 공손한 말투로.
"설치하세요."
강진이 말했다.
직원들이 케이스를 열었다. 도하는 거실 한쪽에 서 있었다. 이 공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도하였다. 42쪽. 제3조.
도하는 손끝을 쥐었다 폈다. 버릇이었다.
직원 한 명이 케이스를 열면서 도하를 보았다. 시선이 머물렀다. 도하의 손끝에서.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에서. 직원이 태블릿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기록이었다.
도하는 손을 내렸다. 주머니 안으로. 시선이 따라왔다. 그것도 기록될 것이었다. 손을 숨기는 행동. 특이 반응.
에덴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 기록되는 공간에서는 아무것도 특이하지 않게 행동하는 법. 감정을 지우는 법. 표정을 지우는 법. 도하는 그것을 8년 동안 배웠다. 그런데 지금, 손끝이 주머니 안에서 떨렸다.
설치가 진행되는 동안 강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보고서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태블릿 화면이 같은 페이지에 멈춰 있었다. 도하는 그것을 보았다. 강진이 보고서를 읽고 있지 않다는 것을.
설치가 완료되었다. 직원이 장비의 전원을 켰다. 낮은 전자음이 울렸다. 대기 상태.
그 순간 장비의 센서등이 주황색으로 한 번 깜빡였다. 직원이 태블릿을 확인했다. 손이 멈추었다.
"…파동 잔류가 감지되네요."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가이딩 공간이 아닌 곳에서요?"
"거실입니다. 저주파 대역. 잔류 시간이… 길어요."
도하는 그 대화를 들었다. 얼굴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오늘 가이딩 공간이 아닌 거실에서 비접촉으로 강진의 상태를 감지했을 때, 도하의 저주파가 공간에 남은 것이었다. 장비가 켜지자마자 잡아낸 것이었다.
직원이 태블릿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기록이었다. 또 다른 기록.
직원들이 복도 쪽으로 이동했다. 케이블을 정리하는 소리가 났다. 두 직원 사이에서 낮은 대화가 오갔다. 도하는 거실에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오라클이 이 조합을 세 번 걸러냈다는데."
"세 번씩이나요?"
"접수 단계에서. 매번 부적합 플래그가 먼저 떴어. 그냥 넘어가도 됩니까, 라고 내가 물었더니 위에서 그냥 진행하라고 했거든."
"이상하지 않습니까."
짧은 침묵이 있었다.
"올릴 수 있겠어? 위에서 진행하라고 했는데."
발소리가 다시 커졌다. 직원들이 거실로 돌아왔다. 도하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감정이 없었다. 에덴에서 배운 것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오라클이 세 번 걸러냈다. 접수 단계에서. 위에서 진행하라고 했다.
세 번째였다면 그것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한 것이었다.
도하는 그 생각을 접지 않았다. 이번에는.
"설치 완료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직원들이 케이스를 들었다. 돌아서며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진은 태블릿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잠깐."
강진이 말했다.
직원들이 멈추었다.
강진이 태블릿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직원들 쪽으로 걸어갔다. 멈추지 않고. 직원 한 명 바로 앞까지. 키 차이가 있었다. 강진이 더 컸다. 직원이 뒤로 반 보 물러섰다. 의식하지 못한 동작이었다.
"내일부터 방문은 사전 48시간 통보 이후에만 허용합니다. 오늘 설치된 장비 데이터는 실시간 전송이 아니라 주 1회 수거 방식으로 변경해주세요. 이건 요청이 아니에요."
직원이 태블릿을 들었다.
"그 부분은 저희 권한 밖이라서—"
"규정이면, 사람도 규정대로 부서져요?"
낮고 평평했다.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런데 공기가 바뀌었다. 직원이 태블릿을 내렸다. 강진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지 못하고 옆을 보았다.
"…상부에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이 돌아섰다. 직원들이 나갔다. 문이 닫혔다.
강진이 소파로 돌아갔다. 앉지 않았다. 창 앞에 서서 차폐벽 쪽을 보았다. 도하는 거실 한쪽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강진이 먼저 말했다.
"들었어?"
도하는 잠깐 멈추었다.
"네."
"세 번."
"네."
강진이 창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도하를 보았다.
"무슨 생각이야."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혹은 '판단하기 이릅니다.' 그것이 에덴에서 배운 대답이었다. 선을 넘지 않는 대답.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계속 있겠습니다."
도하가 말했다.
그 말이 나온 뒤, 도하는 스스로 멈칫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무슨 생각이야'에 대한 답은 '이상합니다'이거나 '모르겠습니다'여야 했다. 그런데 도하의 입에서 나온 것은 선언이었다. 에덴에서 배운 적 없는 종류의.
강진이 도하를 보았다. 재는 시선이었다. 1화 매칭실에서 처음 마주친 시선과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는 입력값을 인식하려는 기계 같은 시선. 지금은 인식하고 있는데, 그 의미를 아직 모르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KCA가 장치를 달았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네."
강진이 도하에게서 눈을 거두었다. 소파에 앉았다. 태블릿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로 읽는 것 같았다. 페이지가 넘어갔다.
도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통보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KCA 직원이 두고 간 것이었다. 도하는 집지 않은 채 내려다보았다.
'이상 안정화 사례 정기 모니터링 실시 통보. 대상: 이도하 / 차강진. 모니터링 장치 설치 완료. 다음 정기 방문 일정: 7일 후.'
아래에 작은 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별도 통보: KCA 중앙 공개 테스트 일정 추후 전달 예정. 외부 평가관 동행 예정.'
도하는 그 문장을 읽었다. 한 번. 두 번.
외부 평가관.
종이를 집었다.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줄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백서윤. S급 가이드 평가관.
도하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창밖의 세이프 존을 보았다. 차폐벽이 멀리 서 있었다. 서치라이트가 낮에도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 이제 눈이 생겼다.
도하는 손끝을 쥐었다 폈다. 파동이 흔들렸다. 가이딩 공간의 벽 너머에서, 모니터링 장치의 대기 신호가 낮게 울리고 있었다.
계속 있겠습니다.
도하는 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에덴에서 배운 대답이 아니었다. 계약서의 어느 조항도 아니었다. 그냥 나온 말이었다.
왜 나왔는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이 — 강진의 어깨가 처음으로 내려간 그 순간의 파동이 — 어딘가에서 대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