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0각의 마력학
교수의 설명이 틀려 있었다.
마력학 기초 강의실. 계단식 좌석이 반원형으로 펼쳐진 넓은 공간이다. 천장에 매달린 마력등이 칠판을 비추고 있었다. 분필 가루가 공기 중에 떠다니며 빛줄기 안에서 반짝인다. 교수가 성흔 공명도를 그리고 있었다. 7각 성흔의 파동이 동시에 진동할 때 발생하는 공명 한계에 대한 이론. 원형 도표 위에 일곱 개의 점이 찍혀 있었다.
"성흔 공명의 상한은 7각입니다. 이론상으로도, 실측으로도 7각 이상의 동시 공명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 성흔 체계의 근본적 한계로, 대용사 시대 이후---"
카이락스는 맨 뒷줄에 앉아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와 교복 위에 비스듬한 줄무늬를 만든다.
오류 일곱 개.
첫째, 공명의 상한은 7각이 아니라 성흔 회로의 용량에 따라 결정된다. 7각이 한계인 것은 인간의 회로가 7개 이상의 각인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공명 자체의 물리적 한계가 아니다. 둘째, 동시 공명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인간이 7각 이상의 존재를 관측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측 불가와 존재 불가는 다르다. 셋째, 도표의 파동 간섭 계산에 위상차 보정이 빠져 있다.
넷째부터 일곱째까지는 셈하는 것도 귀찮다. 어차피 인간의 학문에서 이 오류들이 수정되려면 수백 년이 필요하다. 백오십 년을 살아도 인간의 학문이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앞줄에서 필기하는 소리가 바스락거렸다. 대부분의 학생은 교수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분필이 칠판에 긁히는 소리. 잉크가 종이에 스미는 소리. 백오십 년 전에도 같은 소리가 났다. 가르치는 자가 틀리고, 배우는 자가 그것을 받아 적는 구조. 변하지 않는 풍경. 칠판의 분필 가루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오래된 양피지와는 다른, 건조하고 가벼운 냄새.
옆 줄에서 A급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그럼 이론상 8각의 존재가 나타나면 공명 체계 자체가 깨지는 건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8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흔 체계는 인간의 한계를 반영하니까요."
카이락스는 창밖을 보았다.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교수가 분필을 내려놓고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실습입니다. 파트너와 성흔 파동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A가 파동을 보내면 B가 수신하고, 감응의 정도를 체크 시트에 기록하세요. 감응도가 높을수록 회로 간 호환성이 좋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이 짝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등급별로 모인다. A급은 A급끼리, C급은 C급끼리. 가까운 등급의 파동이 공명하기 쉽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서열 의식이다. 높은 등급의 학생이 낮은 등급과 짝을 지으면 '손해 본다'는 인식. 인간 사회의 위계질서는 학당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F급 좌석에 남은 것은 카이락스와 카일뿐이었다.
카일이 마주 앉았다. 의자를 끌어당기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0각이랑 파동 교환이 되기는 하는 거야?"
"보내봐."
카일이 숨을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기대 없는 동작이다. 성흔 2각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미약했다. 주변 C급 파트너들의 파동과 비교하면 촛불과 횃불의 차이. 하지만 카이락스가 읽은 것은 강도가 아니라 결이다.
불안정한 진동이 섞여 있었다. 흐름이 중간에 꺾이고, 꺾인 곳에서 파동이 산란되었다. 결이 맞지 않는 천을 잡아당기는 느낌. 직물의 씨실이 끊어진 곳에서 올이 풀리는 것처럼.
카이락스에게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당연하다. 허무의 근원은 성흔과 공명하지 않는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듯이.
카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봐. 안 되잖아. 0이야 0. 시간 낭비야."
"손 거두지 마라."
"왜? 반응도 없는데."
"네 파동에 관심이 있다."
카일의 눈이 의아함으로 변했다. '0각이 내 파동에 무슨 관심이 있어'라는 말이 입 밖까지 올라왔다가 삼켜졌다. 기숙사에서 '본래 잠재력은 3각'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는 표정.
카이락스는 카일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이 아니라 --- 손 너머 흐르는 파동의 결을.
2번째 회로가 역류하고 있었다. 성흔 각인이 3개 자리를 가지고 있는데, 2번째 자리의 파동이 정방향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흐른다. 그래서 3번째 각인이 열리지 못하는 것. 물이 많은데 관이 꺾여 있는 상태.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네 2번째 회로가 역류하고 있다."
카일의 손이 멈추었다. 거두려던 동작이 공중에서 얼었다.
"뭐?"
"파동의 두 번째 맥점. 지금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바꿔라."
"잠깐, 그걸 어떻게---"
"해봐."
카일이 입을 다물었다. 3초.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시도했다.
서툴렀다. 파동을 보내면서 특정 맥점의 방향을 의식적으로 바꾸는 것은 고급 기술이다. C급 이상에서나 교육하는 내용. F급 학생이 시도할 수준이 아니었다. 카일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손가락이 떨린다.
"안 돼. 뭘 바꾸라는 건지 감이 안 잡혀."
"손바닥 중앙에 집중해라. 두 번째 맥점은 중지 아래에 있다. 거기서 흐르는 방향만 의식해."
카일이 눈을 감았다. 입술을 깨물었다. 이마의 땀방울이 턱선을 타고 내렸다. 손바닥 위의 파동이 흔들렸다가 --- 방향이 잠깐 바뀌었다. 0.5초. 그리고 다시 역류로 돌아갔다.
"또 돌아갔어."
"괜찮다. 다시."
카일이 이를 악물었다. 세 번째 시도.
하지만 카일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본래 3각의 잠재력을 가진 회로. 역류가 생기기 전에는 정방향으로 흐르던 관. 방향을 알려주자 --- 물이 원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파동이 달라졌다.
불안정한 진동이 줄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결이 맞아들기 시작한다. 꺾여 있던 관에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처럼. 카일의 손바닥 위에서 파동의 색이 탁한 회색에서 옅은 청색으로 변했다.
카일의 입이 벌어졌다.
"뭐야 이거... 파동이 다르잖아. 이게 뭐야?"
"원래 네 파동이다. 꺾여 있던 것을 돌렸을 뿐."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주변에서 시선이 모였다. 옆 줄의 C급 학생이 고개를 돌렸다. D급 파트너가 손을 멈추고 F급 좌석을 보았다. 파동의 변화를 감지했다.
"저기 파동 색이 바뀌었어."
"F급 쪽에서? 누가?"
"카일 로덴 아니야? 그 평민 출신."
"근데 옆에 앉은 놈이 뭔가 한 것 같은데."
"레온? 0각이 뭘 해. 성흔도 없는 놈이."
속삭임이 파도처럼 번졌다. 교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C급 학생 둘이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A급 좌석에서도 시선이 날아왔다.
교수가 다가왔다. 체크 시트를 들고 F급 좌석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 구두 굽이 돌바닥에 울렸다.
"무슨 일이지--- 레온 군?"
카이락스가 올려다보았다.
"카일 로덴 학생의 파동에 변화가 있는데. 자네가 뭔가 했나?"
"아닙니다."
교수의 눈이 좁아졌다. 체크 시트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카이락스를 보았다.
"하지만 방금 2번째 회로의 역류가 교정되기 시작한 패턴이 나타났어. 역류 진단은 정밀 장치 없이는 불가능한 레벨이야. 5각 이상의 감응력이 필요하지."
교수가 카이락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어떻게 그걸 알았지?"
카이락스는 1초 동안 답을 골랐다. 설명하면 길어진다. 심연의 군주가 인간 성흔의 미세 결함을 보는 것은 전장에서 적의 갑옷 틈새를 읽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설명은 할 수 없었다.
"보이니까."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학생들의 속삭임이 멈추었다. '보인다'는 답이 가능한 것은 성흔 진단 전문가나 5각 이상의 감응력을 가진 존재뿐이다. 0각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눈이 없는 자가 색을 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0각이 뭘 본다는 건데...!"
카일이었다. 아까의 짜증이 다른 감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혼란. 자신의 파동이 실제로 변한 것을 느꼈기에 부정할 수도 없다. 카이락스가 뭔가를 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0각이 그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해놓고 태연한 얼굴. 이 룸메이트는 항상 그랬다.
교수가 입을 열려다 닫았다. 더 추궁해야 할지 판단하는 표정. 결국 --- 물러섰다. 수업 중이었고,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수업 후에 이야기하지."
"예."
교수가 돌아갔다. 카이락스는 창밖을 보았다. 더 설명할 것은 없었다.
카일이 체크 시트를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변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목소리다.
"야."
"뭐."
"고마워야 하는 거야, 화내야 하는 거야."
"네가 정해라."
"둘 다인 것 같아."
"그것도 된다."
카일이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옅은 청색이 남아 있었다. 처음 보는 색. 자신의 성흔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색.
"...모르겠다."
맨 앞줄 구석에서 --- 루시안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초 마력학 강의 청강이 명목이었다. 6각 황태자가 기초 수업에 앉아 있는 이유는 하나.
금색 반점이 있는 눈이 카이락스를 관찰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카일이 먼저 나가면서 복도에서 다른 학생과 떠들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커졌다. '레온이 내 파동을 봤다', '회로 역류를 맨눈으로 진단했다', '0각이 그게 가능해?' ---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심연의 전령보다 빠르다.
번거롭군.
복도를 걸으면서 주머니 안의 손을 확인했다. 검은 얼룩은 아직 남아 있었다. 소매로 감추고 있지만, 수업 중 카일의 파동을 읽을 때 손이 미세하게 떨린 것을 느꼈다. 허무의 잔향이 반응했다. 인간의 성흔을 읽는 행위에 --- 심연의 감각이 사용되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 미세한 떨림은 사실이었다.
0각의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 가면 아래의 힘을 쓰고 있다. 위장과 정체 사이의 경계가 좁아지고 있었다.
교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루시안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은발. 금색 눈. S급 견장.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마지막 학생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는 뜻이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어질 때까지.
"마력학 교수보다 네가 더 정확했다."
"우연입니다."
"우연이 0.5도 단위로 팔꿈치 각도를 읽나."
연무장의 일이었다. 세르한의 궤도를 교정한 것. 그리고 오늘 카일의 회로를 진단한 것. 루시안은 둘을 연결하고 있었다.
이 인간은 제법 빠르군.
"설명해."
"설명할 것 없습니다."
"그래?"
루시안이 벽에서 등을 떼고 한 걸음 다가왔다. 위압이 아니었다. 순수한 의지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알고 싶다는 것. 이해하고 싶다는 것. 힘으로 누르는 대신 이해하려 하는 자. 황태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자질 --- 상대를 폭력이 아닌 호기심으로 추적하는 것.
"너는 보는 것이 아니라, 고치고 있어. 세르한의 궤도도, 카일의 회로도. 0각이 남의 성흔을 교정한다. 어떤 이론에도 없는 일이야."
카이락스는 루시안의 눈을 보았다. 금색 반점이 빛 아래서 움직인다. 흥미와 경계가 공존하는 눈. 리아의 눈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리아는 직감으로 의심하고, 루시안은 논리로 추적한다.
"그렇다면."
루시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3일 후 실기 시험에서 직접 보여줘. 네가 뭘 보는지."
카이락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시안이 복도를 걸어갔다. 은발이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반사되었다. 주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었다. 황태자의 등이 복도 끝에서 사라졌다.
3일 후. 실기 시험.
0각에게 마력 실기를 보여달라는 요청. 모순이다.
루시안은 관찰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알테리온이 전장의 직감으로 읽는다면, 루시안은 퍼즐을 맞추듯 조각을 모은다. 세르한의 궤도 교정이 첫 번째 조각. 카일의 회로 진단이 두 번째. 세 번째 조각이 모이면 --- 그림이 완성된다.
3일 후가 그 세 번째 기회.
하지만 이 학당에서 모순은 매일 늘어나고 있었다. 0각이 5각의 궤도를 꺾고, 성녀가 심연의 군주에게 인사를 하고, 교수가 전쟁을 만든 자에게 열쇠를 건넨다.
모순으로 가득한 학당이었다.
복도 끝의 창문 너머로 연무장이 보였다. 3일 뒤 저 위에 서야 한다. 루시안이 지켜보는 앞에서. 알테리온이 분석하는 앞에서. 카일이 기대하는 앞에서.
0각의 가면을 쓰고, 보여줄 것과 감출 것의 경계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 그 경계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