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잡음
진실은 고요하고, 잡음은 시끄럽다. 시끄러운 쪽이 이긴다.
17화의 화보 사진은 아직 편집 중이다. 36컷의 증거가 메모리 카드 안에서 현상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사진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른 사진이 먼저 터졌다.
김형우의 2번째 사진이 공개됐다.
아침 9시. 연예뒤통수 채널. 이준은 서재에서 태블릿 알림으로 확인했다. 알림음이 울리기 전에 도윤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도윤의 전화가 알림보다 빠르다는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독점〕 강이준 조수석 2번째 사진 ─ 소희 옆모습 최초 공개
기사를 열었다. 1번째보다 선명했다. 조수석 여성의 옆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야간 촬영이었지만 가로등 빛이 얼굴의 절반을 비추고 있었다. 턱선. 코의 라인. 귀 뒤로 넘긴 머리카락. 서은아가 아니라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했다. 서은아의 턱선은 둥글다. 이 사진 속 턱선은 날카롭다. 13화의 블랙박스에서 적외선이 잡아낸 윤곽과 같았다.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블릿을 스크롤했다. '서은아 아니잖아' '조작 아니냐' '블랙홀 해명해라' '강이준 이중 교제?' '루나틱 팬인데 소희 언니 맞다' '턱선 비교 영상 나왔음'. 댓글의 방향이 둘로 갈리고 있었다. 서은아를 지키는 쪽과, 이준을 공격하는 쪽. 그리고 소희를 알아보는 쪽. 세 번째 흐름이 가장 위험했다. 소희의 신원이 확정되면 서은아와의 관계가 드러나고, 서은아와 소희의 관계가 드러나면 위장 연애의 구조가 흔들린다.
이민재가 보고했다.
"조작 프레임 댓글 23%입니다. 30% 넘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간은요."
"이 속도면 이틀 안에 넘어요."
23%. 7%의 여유. 이틀. 48시간. 숫자가 머릿속에서 돌아갔다. 이준은 숫자로 세상을 읽는 사람이다. 7%는 여유가 아니라 마감이다. 30%를 넘으면 '강이준 조작설'이 포털 메인에 올라간다. 올라가면 광고주가 움직인다. 광고주가 움직이면 블랙홀이 움직인다. 블랙홀이 움직이면 박대건이 결정을 내린다. 도미노의 첫 번째 패가 23%이고, 마지막 패가 박대건이다. 그 결정이 이준에게 유리할 가능성은 낮았다.
전화를 끊고 태블릿을 열었다. 대응 전략이 아니라 다른 것을 검색했다. 조작 프레임 댓글이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대응이 아니라 검색을 하는 것은 우선순위의 오류다. 이준은 그것을 알면서도 검색창에 손가락을 올렸다.
팔로잉을 확인했다. 서은아. 블랙홀 공식 계정 'BH_mgmt'. 그리고 ─ 'orbit_star'라는 계정.
orbit_star. 팔로워 0명. 팔로잉 3명. 서은아, 소희, BH_mgmt. 게시물 0건. 프로필 사진 없음. 계정 생성일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세 개의 연결. 서은아와 소희와 블랙홀. orbit_star는 누구의 계정인가. 팔로워가 0명이라는 것은 아무도 이 계정을 모른다는 뜻이다. 팔로잉이 3명이라는 것은 이 계정의 주인이 세 곳만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켜보기 위해 만든 계정.
orbit. 궤도. '별의 궤도'. 루나틱의 노래 제목. star. 별. 루나틱은 달을 뜻한다. 달과 별과 궤도. 이 계정은 루나틱과 관련된 누군가가 만들었다. 소희의 부계정이 팔로우하고 있다는 것은, 소희가 이 계정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준은 화면을 캡처했다. 저장했다. 블랙박스 SD카드 옆에 하나의 증거가 더 추가됐다.
☆
서은아에게 전화했다.
"소희가 누구입니까.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에두르지 않았다. 이준의 방식이다. 에두르면 상대가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에두를 여유가 없었다. 알고 싶었다. 서은아의 세계에서 소희가 어떤 자리인지.
즉답이 돌아왔다.
"...언니예요. 피는 안 섞였지만. 언니였어요."
'였어요.' 과거형. 이준은 그 시제를 기록했다. 이 사람은 언어를 정밀하게 쓰는 사람이다.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을 선택한 것은 실수가 아니다. 소희는 지금도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을 과거형으로 부른다는 것은, 관계가 끊어졌거나 끊어야 했다는 뜻이다.
"왜 과거형입니까."
대답이 없었다. 5초. 10초. 전화 너머로 호흡만 들렸다. 서은아의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간격이 불규칙했다. 11화에서 소희 기사를 알렸을 때의 호흡과 같았다. 울음을 참는 리듬.
"서은아 씨, 억지로 묻지 않겠습니다. 때가 되면 말씀해주세요."
"...네."
"한 가지만 더요."
"네."
"소희가 업계를 떠난 이유가 돈입니까."
3초의 침묵. 서재의 시계 초침이 세 번 돌았다.
"...전부는 아니에요."
"전부가 아니면 뭐가 더 있습니까."
"이준 씨."
서은아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고요한 것은 같은데, 그 안에 단단한 것이 생겼다. 처음 듣는 톤이었다. 12화에서 '괜찮으세요?'를 보낼 때의 조심스러움도 아니고, 14화에서 소희 이야기를 할 때의 고요함도 아니었다. 경계였다. 소희를 지키려는 경계.
"그건... 소희 언니가 직접 말할 거예요. 제가 대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준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서은아도 끊지 않았다. 침묵이 전화선을 타고 흘렀다. 두 사람의 호흡만 서로에게 닿고 있었다. 말은 닿지 않는데 호흡은 닿는다. 전화의 잔인함이자 전화의 친절함이었다. 이준은 서은아의 호흡을 세고 있었다. 들숨 2초. 날숨 1.5초. 서은아도 이준의 호흡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침묵이 대화보다 많은 것을 전달하는 순간이었다.
이준은 서재 창밖을 봤다. 한남동의 오후. 가로수 사이로 빛이 흔들렸다.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기를. 서은아의 어깨가 있었다면 닿았을 거리를. 14화에서 손을 잡았던 손으로. 당연히 닿지 않았다. 전화 너머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을 멈췄다. 뻗으려다 멈춘 것이다. 15년 동안 손을 뻗은 적이 없는 사람이 손을 뻗었다. 상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것이 이준의 진심의 형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나오는 진심.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만 진짜인 사람.
전화가 끊겼다. 서은아가 먼저. 끊기 직전에 짧은 소리가 들렸다.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말하려다 멈춘 소리. 말하지 못한 것이 전화 너머에 남았다. 태블릿을 봤다. 조작 프레임 댓글이 24%로 올라 있었다. 1시간 만에 1%. 이 속도면 내일 오후에 30%를 넘긴다. 서재 서랍을 열었다. SD카드. orbit_star 캡처. 15화의 스태프 명단. 세 개의 증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직 쓸 때가 아니다. 하지만 쓸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한남동의 가로등이 하나씩 켜졌다. 이준은 뻗었다 멈춘 왼손을 봤다. 14화에서 서은아의 손을 잡았던 손. 오늘은 공기를 잡았다. 공기는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손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