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흰 돌
백반.
에스텔라는 하얀 돌을 빛에 비추어 보았다. 반투명한 결정이 손 안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가볍고, 부서지기 쉽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 주워서 들지 않았으면 자갈인 줄 알고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돌의 가치는 금과 맞먹는다. 아니, 금보다 나을 수도 있다. 금은 장식이지만, 백반은 산업이니까.
섬유를 염색할 때 색이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매염제. 이것이 없으면 고급 직물을 만들 수 없다. 역사 속에서 교황청이 독점했고, 메디치 가문이 유통을 맡았고, 대륙 전역의 직물 산업이 그 둘의 손아귀에 놓였다.
카르테시아 영지 밑에 백반 광맥이 있다.
아드리안에게 은밀히 감정을 의뢰했다. 카일이 직접 호위하여 샘플을 전달했다. 돌을 천으로 감싸고, 그 위에 곡물 포대를 덮었다. 겉으로 보면 밀을 실어 나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토마스에게도요.」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 질문은 없었다. 말이 적은 사람은 비밀도 적게 흘린다. 이 남자의 침묵은 성격이 아니라 능력.
이틀 뒤, 아드리안이 직접 왔다.
마차의 장식이 없었다. 금박 천칭 문장도 가려져 있었다. 금테 안경 대신 평범한 철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위장은 서투른 편. 안경만 바꾼다고 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저 녹색 눈과 입꼬리의 각도를 바꾸지 않으면 누가 봐도 아드리안 메디치안이다. 하지만 의도는 읽혔다. 기록에 남겨서는 안 되는 방문.
집무실에 셋만 남았다. 카일이 직접 복도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문을 닫았다. 창문도 닫았다.
아드리안이 하얀 돌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 작은 돌 위에 모였다.
「백반입니다.」
「순도는요?」
「높습니다. 제가 본 것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합니다.」
아드리안이 안경을 벗고 닦았다. 이번에는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고르는 동작. 다음에 나올 말이 무거울 때, 사람은 손으로 다른 일을 한다.
「독점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에스텔라가 대답했다.
「대공 레오폴트.」
아드리안이 안경을 썼다.
「대공의 영지에 제국 유일의 백반 광산이 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백반으로 남부 섬유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죠. 남부의 모든 염색 공방이 대공의 백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것이 대공의 진짜 힘입니다. 군대가 아니라 백반이요.」
에스텔라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대공이 이 영지를 집요하게 노린 이유. 집사를 매수하고, 자산을 빼돌리고, 파산으로 몰아넣은 이유. 사형까지 추진한 이유.
땅이 아니라 땅 밑을 노렸어. 파산시켜서 싸게 삼키려 한 거야. 두 번째 광맥이 발견되면 독점이 깨진다. 가격 결정권이 공급자에서 시장으로 넘어간다.
독점은 절대적인 것 같지만, 하나의 균열로 무너진다. 카르테시아의 백반이 그 균열이 될 수 있다.
에스텔라가 숨을 내쉬었다. 원래의 에스텔라를 사형대에 세운 진짜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횡령과 방탕이 아니라, 땅 밑의 광물. 죄를 지어서 죽을 뻔한 것이 아니다. 앉아 있는 자리가 너무 비싸서 죽을 뻔한 것이다.
카일의 얼굴이 굳었다. 같은 결론에 도달한 표정. 경제의 세부 사항은 이해하지 못해도, 적이 왜 공격하는지는 읽을 수 있는 남자.
「……전쟁이 됩니다. 대공이 이걸 알면.」
「그래서 알기 전에 방어를 세워야 합니다.」
「이 사실은 우리 셋만 압니다. 기사단장님, 아드리안, 그리고 저.」
아드리안이 물었다.
「셋이서 독점하자는 겁니까?」
「아닙니다. 공개 시점을 통제하자는 겁니다. 너무 빨리 공개하면 대공이 무력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너무 늦게 공개하면 황실의 보호를 받기 전에 당하고요.」
에스텔라가 하얀 돌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 빛이 결정 사이로 스며들어 손 안에서 빛났다.
「카드는 꺼내는 타이밍이 전부예요.」
아드리안이 돌을 바라보았다. 철테 안경 너머의 눈이 계산하고 있었다. 광맥의 규모, 채굴 비용, 시장 가격, 대공의 반응.
카일이 입을 열었다.
「보안을 강화하겠습니다. 수로 공사 구역을 통제하고, 병사를 배치합니다.」
「부탁합니다. 그리고 수로에서 나온 돌은 전부 따로 모아주세요. 광맥의 범위를 파악해야 합니다.」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아드리안이 외투를 여미며 일어섰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네.」
「이 사실을 황실에 보고할 생각입니까?」
에스텔라가 아드리안을 보았다. 상인의 눈 뒤에서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황실에 보고하면 백반은 국유화된다. 보고하지 않으면 세 사람이 쥐고 있게 된다.
「보고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타이밍이군요.」
「타이밍입니다.」
아드리안이 웃었다. 철테 안경 너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이 남자도 같은 답을 내린 것이다.
그날 밤, 에스텔라는 잠들지 못했다.
장부를 펼쳤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백반. 대공. 파산의 설계자.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카일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오늘은 병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서 있었다. 갑옷 소리가 나지 않았다. 맨옷 차림. 하지만 검은 차고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말을 안 해도 곁에 있다.
새벽 무렵, 창밖으로 본관 뒤쪽에서 불빛이 스쳤다. 미세한 빛. 눈을 가늘게 뜨지 않으면 놓칠 만큼 작은 빛.
누군가 방에서 나와 마구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에스텔라가 창가에서 몸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구부정한 등이 보였다.
토마스.
손에 양피지를 들고 있었다. 마구간에서 잠시 멈춘 뒤, 안장 밑에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잠든 영지의 어둠 속에서, 노인의 눈이 유난히 밝았다. 아는 것을 넘기는 사람의 눈.
에스텔라의 눈이 좁아졌다.
……편지.
이전부터 느꼈던 미묘한 시선. 허리를 숙이는 각도가 얕아졌던 것. 전부 이어져 있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자르지 않은 건 실수였다. 증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르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 노인은 이 영지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고, 장부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하인이다. 감정과 효율 사이에서 감정을 선택한 것.
하지만 자르지 않는다. 아직은. 이유를 알아야 대응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에스텔라는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창밖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에 회색빛이 번지고, 닭이 울었다. 문밖의 카일은 여전히 서 있었다. 밤새 서 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