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방앗간의 경제학
돌아온 다음 날, 에스텔라는 영지 유일의 방앗간을 찾았다.
새벽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시각. 영지 서쪽, 개울이 흐르는 곳에 방앗간이 서 있었다. 돌벽에 금이 가고, 물레방아 축이 삐걱거렸다. 물이 새는 수로에서 이끼 냄새가 올라왔다. 물레방아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축에서 비명 같은 소리.
하루 처리량은 밀 세 포대. 영지에 남은 서른 가구가 줄을 서면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
방앗간 앞에 여자 셋이 앉아 있었다. 빈 자루를 안고 순서를 기다리는 얼굴. 아이 하나가 모래 위에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해바라기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형태. 풀뿌리를 먹던 그 아이. 볼이 여전히 움푹 들어가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나아 보였다.
「사용료가 얼마입니까?」
토마스가 고개를 숙였다.
「곡물의 16분의 1입니다. 바날리테라 합니다. 방앗간은 영주 소유이고, 영지민은 반드시 이 방앗간을 이용해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빻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요.」
「16분의 1을 내면서 하루 종일 기다린다?」
에스텔라가 물레방아를 올려다보았다. 축이 돌 때마다 나무가 신음했다.
「독점이 서비스를 망쳤군요.」
경쟁이 없으면 개선할 이유도 없다. 이 방앗간은 유일하기 때문에 나쁜 것. 이전의 에스텔라라면 이 사용료를 올릴 생각만 했을 것이다. 독점이니까 올려도 누가 뭐라 하겠어? 하지만 다른 답이 있다.
카일이 방앗간 구조를 살폈다. 군사 시설을 점검하듯 벽을 두드리고 축을 흔들어 보았다. 돌벽의 두께를 손바닥으로 재고, 수로의 기울기를 눈으로 가늠했다.
「어떻습니까?」
「축은 교체해야 합니다. 나무가 삭았습니다.」
카일이 수로 쪽을 가리켰다.
「수로는 넓히면 유속이 올라갑니다. 지금 폭의 두 배면 충분합니다.」
「공사 인력은요?」
「제 병사 중에 목수 출신이 둘 있습니다.」
에스텔라가 카일을 보았다. 이 남자는 물어보기 전에 답을 준비해 온 것이다. 처음 방앗간을 봤을 때 이미 머릿속에서 설계를 그린 것.
「기사단장님. 그 병사, 빌려주시겠습니까?」
「밥을 주면 됩니다.」
짧고 확실한 대답. 이 남자의 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이틀 뒤, 수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카일의 병사 다섯 명이 삽과 도끼를 들었다. 농민 여덟 명이 합류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했다. 칼을 찬 사람과 삽을 든 사람이 나란히 서는 것은 이 영지에서 처음 있는 일. 하지만 삽을 땅에 꽂는 소리는 누가 들어도 같았다. 첫날이 지나자 경계가 풀렸다. 둘째 날에는 병사가 농민에게 도끼질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카일이 직접 수로에 들어가 돌을 옮겼다. 갑옷을 벗고 맨팔로 일했다. 팔뚝의 상처 자국이 드러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기사단장이 삽을 들자, 아무도 주저하지 않았다.
낡은 축을 뜯어내는 데 반나절. 참나무로 깎은 새 축을 끼우는 데 하루. 수로를 두 배로 넓히자 물살이 빨라졌다. 물레방아가 돌기 시작했을 때, 이전의 세 배 속도. 비명 같던 소리가 사라지고, 묵직한 회전음이 방앗간을 채웠다.
에스텔라가 방앗간 앞에 서서 선언했다.
「오늘부터 사용료를 24분의 1로 내립니다.」
토마스가 놀라 입을 벌렸다.
「줄이면…… 수입이……」
「단가를 내리고 물량을 올리면, 총수입은 늘어납니다.」
에스텔라가 양피지를 펼쳤다.
「하루 세 포대를 빻아서 16분의 1을 받으면, 하루 수입은 밀가루 약 3홉입니다.」
손가락으로 다음 줄을 짚었다.
「하루 열다섯 포대를 빻아서 24분의 1을 받으면, 하루 수입은 밀가루 약 10홉이에요. 단가는 줄었지만 총량이 다섯 배 늘었으니까요.」
토마스가 손가락을 꼽았다. 한참을 꼽았다. 두 손을 다 쓰고도 모자라서 처음부터 다시 꼽았다.
「……맞습니다.」
카일이 옆에서 물었다.
「싸게 팔아서 더 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하나를 적게 받고, 여럿에게 팔면 됩니다.」
이 세계의 귀족들은 단순하게 생각한다. 세금을 올리면 수입이 올라간다. 더 올리면 더 올라간다. 백성이 죽을 때까지. 그것이 이전의 에스텔라가 알던 세상.
방앗간이 돌아가자 밀가루가 나왔다. 밀가루가 나오자 빵을 구울 수 있었다. 빵 냄새가 영지에 퍼졌다. 오래간만에 맡는 종류의 냄새. 삶의 냄새.
사흘째 되는 날, 영지 밖에서 사람이 왔다. 인근 마을의 농부가 밀을 수레에 싣고 와서 카르테시아 방앗간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사용료가 싸다는 소문이 번진 것.
에스텔라는 돌려보내지 않았다. 외부 수요가 들어온다는 것은 이 영지가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다는 뜻. 방앗간은 카르테시아의 첫 번째 수출품이 되었다.
그날 저녁, 본관 현관 앞에 여자가 서 있었다.
풀뿌리 아이의 엄마. 천으로 감싼 무언가를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빵이었다. 갈색 빵 한 덩어리. 방앗간에서 빻은 밀가루로 구운, 이 영지에서 한 달 만에 나온 빵. 껍질이 갈라져 있었고 모양이 고르지 않았지만, 따뜻했다. 빵 냄새가 현관 앞을 채웠다.
여자가 빵을 내밀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에스텔라의 손이 멈췄다.
전생이 스쳤다. 구조조정을 끝내고 사무실을 나설 때, 아무도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숫자를 맞추면 끝이었다. 감사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 '인력 이탈률 47%'라고 적었다. 47%는 숫자였다. 그 숫자 뒤에는 짐을 싸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빵이 왔다. 숫자가 아니라 빵이.
여자의 손도 거칠었다. 밀을 빻고, 반죽을 치고, 장작불에 빵을 구운 손. 에스텔라의 잔재가 속삭였다. '영주에게 빵을 바치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이것은 바침이 아니라 감사다. 그 차이는 숫자로 잴 수 없다.
빵을 받았다. 손에 온기가 전해졌다. 빵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그 온기는 장부의 어떤 숫자보다 무거웠다.
「감사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 에스텔라의 잔재가 아니었다. 한서윤의 목소리.
그날 밤, 카일이 보고를 가져왔다.
방앗간 뒤편 수로를 넓히던 중, 병사가 이상한 돌을 발견했다. 흰색에 가까운, 반투명한 결정. 카일이 돌을 탁자 위에 놓았다.
「이건 광물입니다. 군 보급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에스텔라가 돌을 집어 들었다. 가볍고 부서지기 쉬운 질감.
「어디서 보셨습니까?」
「북부 기사단 보급 물자 중에 섬유 처리제가 있었습니다. 같은 돌이었습니다.」
에스텔라의 손이 멈췄다.
섬유 처리제. 매염제. 직물 염색에 필수적인 광물. 교황청과 메디치 가문이 독점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자원. 역사 속에서 읽었던 이름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백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카르테시아 영지의 땅 밑에 백반 광맥이 있다는 뜻. 이 영지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
손 안의 하얀 돌이 빛나고 있었다. 방앗간에서 시작된 하루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