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거래의 온도
만남의 장소는 중립 지점이었다.
카르테시아와 남부 항구의 중간에 있는 역참 여관. 상인들이 짐을 풀고 말을 바꾸는 거점. 돌벽 표면에 하얀 소금 결정이 피어나 있었다. 바닷바람이 내륙까지 밀고 들어오는 지역이라 벽에까지 소금기가 배어 있었다. 에스텔라는 벽에 손을 대보았다. 축축하고 거칠었다. 1층 주점에서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올라왔다. 카르테시아에서는 드문 소리.
마차로 이틀이 걸렸다. 에스텔라와 카일 둘만 탔다. 호위 병사를 더 데려가자는 카일의 제안을 에스텔라가 거절했다. 영지에 남은 병사가 열 명뿐인데 절반을 빼낼 수는 없다.
「최소 세 명은 필요합니다.」
「기사단장님 한 분이면 됩니다.」
카일은 반대했지만 꺾였다. 대신 마차 바닥 아래에 단검 두 자루를 숨겨놓았다. 에스텔라는 모른 척했다. 이 남자의 '양보'란 그런 것.
아드리안은 2층 방을 통째로 빌려 있었다. 창문으로 길이 내려다보이는 자리. 들어오는 사람을 먼저 보려는 상인의 습관. 탁자 위에 와인 병과 잔 셋이 놓여 있었다.
셋.
카일의 몫까지 준비한 것. 상대의 동행자 수까지 파악하고 잔을 맞추는 남자. 세심함인지 정보력인지. 아마 둘 다.
카일이 검을 맡기라는 요구에 검만 풀고 장화 안쪽의 단검은 남겨뒀다. 에스텔라는 모른 척했다. 아드리안도 모른 척했다. 모두가 아는 비밀.
아드리안이 와인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독점권은 포기하겠습니다.」
에스텔라의 손이 와인잔 위에서 멈췄다. 이렇게 빨리 핵심을 꺼낼 줄은 몰랐다. 상인은 보통 잡담으로 분위기를 풀고 나서 본론에 들어간다. 인사를 건너뛰었다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뜻이거나, 자신감이 있다는 뜻.
「대신 원하는 건 하나.」
금테 안경을 밀어 올렸다.
「당신의 머리입니다.」
카일의 눈이 좁아졌다. 검에 손이 갔다가 멈췄다. 검이 없다는 것을 기억한 것. 대신 주먹이 쥐어졌다. 탁자 아래에서.
에스텔라가 먼저 물었다.
「비유입니까?」
「자문입니다.」
아드리안이 와인잔을 돌렸다. 붉은 액체가 잔 안에서 원을 그렸다. 이 남자의 모든 동작에는 연출이 있다. 와인을 돌리는 것조차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기술.
「제 상단의 장부 체계를 당신이 설계해주세요. 대변과 차변을 나누는 그 방식으로. 대가로 소금과 곡물의 공급을 보장하겠습니다.」
자문료 대신 현물. 화폐가 부족한 지금, 현물은 화폐보다 낫다. 소금과 곡물이 들어오면 영지민이 겨울을 넘길 수 있다. 숫자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거래.
하지만 한 가지가 걸렸다.
「장부를 설계한다는 건, 당신 상단의 속살을 본다는 뜻입니다. 어디서 돈이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 이익률이 얼마인지. 누구에게 빚이 있는지. 전부요.」
아드리안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내려놓는 손이 느렸다. 생각하는 척. 이미 결정한 뒤에 생각하는 척을 하는 연기다. 결정은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끝나 있고, 여기서는 연극만 한다. 에스텔라는 그 연기를 알아보았다. 협상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들이 자주 하던 짓.
「보여드리는 대신, 당신도 보여주셔야죠.」
눈이 마주쳤다.
「등가 교환입니다.」
서로의 비밀을 쥐면, 배신의 비용이 올라간다. 배신할 수 없게 만드는 거래.
에스텔라가 와인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셨다. 떫은맛이 혀를 감쌌다. 남부산 레드. 나쁘지 않았다.
「좋습니다. 단, 조건 하나를 추가합니다.」
「말씀하세요.」
「소금 대금을 현금이 아니라 증서로 지불하겠습니다.」
아드리안의 손가락이 와인잔 위에서 멈췄다. 처음으로 이 남자의 손이 멈추는 것을 보았다. 첫 만남에서 장부를 넘기던 손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는데. 멈춘다는 것은 예상 밖이라는 뜻.
에스텔라가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마차에서 미리 작성해 온 것. 카일이 옆에서 졸고 있는 동안,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깃펜을 잡고 썼다. 글씨가 약간 흔들렸지만 숫자는 정확했다.
「카르테시아 영지에서 발행하고, 남부 항구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증서입니다.」
한 박자 쉬었다.
「환어음이라고 합니다.」
아드리안이 양피지를 받아 읽었다.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장부를 읽을 때의 속도가 아니다. 한 줄 한 줄 씹으며 읽고 있었다.
「종이 한 장에 돈의 무게를 싣겠다?」
미소가 사라졌다. 처음. 이 남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 순간. 남은 것은 계산하는 얼굴. 진짜 얼굴.
「신용이 없는 영지의 종이를 누가 받습니까.」
「황실 칙령이 찍힌 시범 영지입니다.」
에스텔라가 양피지를 탁자 위로 밀었다.
「신용은 없지만, 보증인은 있어요.」
「……당신, 황실을 보증인으로 쓸 생각입니까. 허가도 없이?」
「허가는 성과 이후에 받는 겁니다. 이미 들어간 돈은 빼지 못하니까요.」
아드리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인은 상인의 논리를 안다. 먼저 밀어 넣고, 나중에 승인을 받는 것.
「그건 장사의 기본이지.」
「아시잖아요.」
침묵이 길었다.
아드리안이 양피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웃었다. 장착된 미소가 아니었다. 위험한 것을 앞에 둔 사람의 흥분이 묻어 있는 웃음. 도박사의 웃음.
「위험합니다. ……마음에 듭니다.」
카일이 구석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와인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임무 중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이 남자의 규율. 협상의 세부 사항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읽는 능력은 전장에서 단련된 것.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돌아오는 마차 안은 어두웠다. 등불 하나가 흔들리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던졌다.
카일이 입을 열었다.
「저 남자를 믿습니까.」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일치하는 동안은 배신하지 않아요.」
「이익이 어긋나면요?」
에스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을 보았다. 달이 없는 밤. 길 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카일도 더 묻지 않았다. 호흡이 느려졌다. 잠드는 것은 아니다. 깨어 있으면서 몸만 쉬는 군인의 기술.
에스텔라의 손 안에는 아드리안이 서명한 양피지가 들려 있었다. 잉크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카르테시아 영지의 첫 번째 환어음. 종이 한 장에 담긴 신용. 아직 빈 금고에서 발행한, 존재하지 않는 돈.
이 종이가 통하느냐 마느냐로, 이 영지의 미래가 갈린다.
마차 밖으로 별빛이 보였다. 카르테시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방앗간의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직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이틀 뒤, 에스텔라는 그 방앗간 앞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