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상인의 첫 번째 질문
아드리안 메디치안은 안경을 닦는 데 30초를 썼다.
그 30초 동안 에스텔라는 이 남자가 장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인지, 장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탁자 위의 양피지를 비추고 있었다. 먼지가 빛 속에서 느리게 떠다녔다.
집무실 탁자 위에 양피지 열다섯 장이 펼쳐져 있었다. 에스텔라가 지난 일주일간 정비한 카르테시아 영지의 재무 장부. 수입과 지출이 양편으로 나뉘어 적혀 있고, 각 항목에는 날짜와 증빙이 달려 있었다. 잉크가 번진 자국, 깃펜으로 긁어 지운 수정 흔적, 양피지 가장자리에 적어둔 메모들. 그 사이에 한 줄짜리 자조가 끼어 있었다. '이 세계에 엑셀이 있었으면.' 아무도 읽을 수 없는 문장.
아드리안이 안경을 쓰고 첫 페이지를 넘겼다. 손가락이 숫자 위를 미끄러졌다. 읽는 속도가 빨랐다. 두 번째 페이지. 세 번째. 시선이 멈추지 않았다. 양피지의 모서리를 잡는 게 아니라 숫자의 흐름을 따라가는 손놀림. 오른손 검지에 잉크 자국이 배어 있었다. 직접 장부를 쓰는 사람의 손이다.
상단주가 직접 장부를 쓴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품는다. 하인에게 맡기지 못할 만큼 중요한 장부가 있거나, 하인을 믿지 않거나.
네 번째 페이지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대변과 차변을 나눠 적는 방식이군요.」
목소리에 감탄이 아니라 확인이 실려 있었다. 이 형식을 아는 사람의 반응. 감탄은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확인은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어디서 배웠습니까?」
「꿈에서요.」
아드리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착된 미소가 아니었다. 진짜 웃음에 가까운 것. 금테 안경 너머로 녹색 눈이 빛을 머금었다.
「비싼 꿈이었군요.」
다섯 번째 페이지. 여섯 번째. 에스텔라는 이 남자의 손을 관찰했다. 와인잔을 잡을 때의 각도, 양피지를 넘길 때의 힘 조절. 물건을 다루는 손버릇에는 직업이 드러난다. 검을 잡아본 적이 없는 손. 깃펜과 저울과 금화를 다루던 손.
일곱 번째 페이지에서 다시 멈췄다. 곡물 재고 항목. 에스텔라의 등이 곧게 펴졌다.
「여기.」 아드리안이 숫자를 짚었다. 「7페이지, 곡물 재고. 입고량과 소비량의 차이가 반 포대만큼 안 맞습니다.」
에스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드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금테 안경 너머의 녹색 눈이 정면을 향했다.
「일부러 틀렸죠?」
3분. 열다섯 페이지 중 일곱 번째에서, 반 포대의 오차를 잡아냈다. 에스텔라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함정. 거래 상대의 수준을 재기 위한 테스트.
「거래 상대의 눈을 먼저 봐야 하니까요.」
에스텔라가 말했다. 힘을 넣지 않은 목소리. 사실을 진술하는 톤. 아드리안이 양피지를 내려놓았다.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합격입니까, 제가?」
「시험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3분 만에 오류를 찾았어. 장부를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야. 제국에서 복식부기를 이해하는 사람은 이 남자와 나, 둘뿐일 수도 있다.'*
그것은 위험인 동시에 기회였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동맹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위험한 적이 될 수도 있다.
복도에서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카일이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자세를 고친 것이다. 집무실 안의 대화가 들렸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칼을 쓰지 않는 전쟁에서, 이 남자는 불편해하고 있었다.
에스텔라의 시선이 복도 쪽을 스쳤다. 칼집 안에 칼이 있다고 해서 항상 벨 것은 아니다. 다만 칼집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드리안이 본론을 꺼냈다.
「곡물 선물 계약을 제안합니다.」
서류 가방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계약서 초안. 잉크가 마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는 길에 작성한 것.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계약서를 써왔다. 거절을 전제로 한 제안. 상인의 기술.
「지금 가격으로 가을 수확분을 사겠습니다. 대금은 선지급. 흉작이 오든 풍년이 오든, 가격은 고정입니다.」
에스텔라가 계약서를 훑었다. 숫자는 나쁘지 않았다. 현금이 마른 영지에는 매력적인 조건. 선지급이라는 단어가 눈에 걸렸다.
「조건은요?」
「영지 내 독점 거래권. 3년.」
손이 멈췄다.
3년 독점. 소금, 곡물, 직물. 카르테시아를 드나드는 모든 물자를 한 상단이 통제하겠다는 뜻. 영지의 숨통을 한 사람이 쥐는 구조. 돈을 주겠다, 대신 경영권을 내놓아라. 살려는 주겠다, 대신 네 것은 아니다.
「3년 독점은 목줄입니다, 메디치안.」
아드리안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모르간 경의 것 하나로 충분해요. 목에 줄을 두 개 걸 생각은 없습니다.」
아드리안이 계약서를 접었다. 거절에 화를 내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만족한 듯한 표정.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간 미소.
*'예상된 거절이야. 이건 진짜 제안이 아니라 떡밥이다. 거절하게 만들고, 다음 카드를 꺼내기 위한 포석.'*
아드리안이 일어서며 외투를 여몄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집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갈라진 벽, 먼지 쌓인 선반. 감상이 아니라 견적을 내는 시선. 이 남자의 눈에는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만 알려드리죠.」
현관을 향해 걸어가다 멈췄다.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돌아보았다.
「남부에서 올라오는 소금 가격이 이번 주부터 두 배가 됩니다.」
에스텔라의 등이 굳었다. 소금. 겨울 절임의 필수품. 소금이 없으면 고기가 썩고, 채소가 무른다. 겨울 식량의 절반이 소금에 달려 있다.
「어떻게 아십니까.」
아드리안이 돌아보았다. 금테 안경 너머로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는 장착된 미소. 상인이 값을 부를 때의 표정.
「저도 장부를 읽는 사람이니까요.」
문이 닫혔다. 마차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멀어져 갔다. 먼지가 피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뒤에도 에스텔라는 현관에 서 있었다.
카일이 다가왔다.
「......믿을 수 있는 자입니까.」
「믿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필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게 다릅니까.」
에스텔라가 남쪽 하늘을 보았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풀뿌리를 먹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금이 끊기면, 저 아이는 또 굶는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가격표야. "내가 필요하다"는 뜻이지. 소금을 끊어놓고, 구원자로 나타나려는 수법이다. 먼저 주가를 떨어뜨리고, 싸게 사는 거야.'*
*'하지만 선택지가 없다. 대공이 남부를 막고 있고, 아드리안만이 그 봉쇄를 뚫을 수 있어.'*
「카일 기사단장님. 소금 비축량을 확인해주세요. 당장.」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발걸음이 평소보다 빨랐다. 위기를 감지한 군인의 보폭.
에스텔라는 현관에서 석양을 바라보았다. 영지의 황무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까마귀가 울었다.
주먹을 쥐었다. 잉크가 묻은 손가락 사이로 석양빛이 스며들었다.
*'3분 만에 장부의 오류를 찾아내는 남자.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는 남자. ……그래서 더 위험하다.'*
소금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곧 그 바람마저 끊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