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가짜와 진짜〉
카메라는 거짓말을 싫어하지 않았다. 들키는 거짓말만 싫어했다.
생방 스튜디오 대기실.
조명이 형광등처럼 고르게 떴다. 얼굴 결점을 숨길 그림자가 없는 종류의 조명이었다.
장미라가 설희 뒤에 서서 재킷 매무새를 정리했다. 네이비. 진주 브로치 없이. 오늘은 '감각보다 신뢰'를 입어야 했다.
서윤은 거울을 보지 않았다. 러닝타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
"생방 20분. 앞에 4분 CM. 진행자는 이선우. 유통 전문 기자 출신. 경제 인터뷰처럼 시작해서 사생활로 틀어요."
"알고 있습니다."
설희가 거울을 봤다. 자기 얼굴이 아니라 서윤 쪽을 봤다.
"즉흥 대응하지 마세요."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죠."
"어제 브리핑에서 당신이 즉흥으로 바꾼 문장. 효과가 있었지만,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비틀 겁니다. 우리가 준비한 문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서윤이 종이를 내려놓았다.
"준비한 문장은 이미 온라인에 있어요. 기자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들어갑시다."
서윤이 먼저 문 쪽으로 걸었다.
설희가 그 뒷모습을 봤다.
저 여자는 자꾸 먼저 간다.
*
스튜디오 안은 예상보다 작았다.
테이블 하나. 의자 셋. 카메라 두 대. 진행자 이선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40대 초반. 목소리보다 눈이 빠른 사람이었다.
"두 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서윤이 먼저 앉았다. 설희가 옆에 앉았다. 어깨가 거의 닿을 거리였다. 의도적인 거리였다.
"바로 시작할게요. 미래리테일과 아르테미스의 합병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합병 배경을 직접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설희가 말했다.
"두 회사의 물류 인프라와 유통 네트워크는 상호 보완 관계입니다. 미래리테일의 오프라인 거점과 아르테미스의 AI 배송 시스템을 결합하면—"
"잠깐만요."
진행자가 끼어들었다.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내용은 보도자료에 있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다른 겁니다."
카메라가 두 사람을 향했다.
"이 합병이 쇼윈도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분의 결혼이 기업 합병을 포장하기 위한 장치라는 의혹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설희가 한 박자 멈췄다. 준비한 문장이 있었다. 입 안에 있었다.
서윤이 먼저 말했다.
"쇼윈도라는 말의 뜻이 뭔지 여쭤봐도 됩니까."
진행자가 눈을 가늘게 했다.
"보여주기 위한 관계라는 뜻이죠."
"그러면 저희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도 쇼윈도입니까."
"그게 바로 의혹의 핵심 아닌가요."
"저희는 같은 방향을 봅니다."
서윤이 말했다. 그리고 설희를 봤다. 카메라가 그 시선을 담았다.
"미래리테일의 배당 정책을 아십니까. 지난 3년간 소액주주 환원율이 12퍼센트였습니다. 업종 평균의 절반입니다. 저는 그걸 바꾸겠다고 했고, 백 대표는 그게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본다는 뜻입니다."
스튜디오가 잠깐 조용해졌다.
진행자가 펜을 내려놓았다.
*
광고 브레이크.
대기실에 두 사람이 들어왔다. 장미라는 문 밖에 있었다.
설희가 먼저 말했다.
"'배당 정책'은 우리가 합의한 문장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즉흥이라고 했죠."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음 질문에서 저는 그 숫자를 방어해야 합니다. 제가 준비한 적 없는 숫자를요."
서윤이 설희를 봤다.
"3년 배당 정책 수치,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제가 알고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요."
"그러면, 당신이 즉흥으로 꺼낸 카드를 제가 준비한 척 받아야 하는 겁니다."
서윤이 한 박자 멈췄다.
"그게 잘못된 겁니까."
설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꾸 먼저 가는 방식이 설희를 뒤에 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설희가 따라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게 더 위험했다.
"다음 질문 들어갑니다."
장미라가 문을 두드렸다.
*
방송이 끝났다.
로비로 나오면서 장미라가 태블릿을 들었다.
"실시간 반응 확인됩니다."
설희가 화면을 봤다. SNS 언급 건수. 긍정 반응이 부정을 앞섰다. 배당 정책 언급이 주요 클립으로 퍼지고 있었다.
서윤이 그 숫자를 봤다.
"가짜는 연습하면 됩니다."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런데 설희를 보면서.
"문제는, 진짜가 티 나는 순간이에요."
설희가 서윤을 봤다.
"무슨 뜻이죠."
"아까 광고 브레이크에서요. 당신이 화났을 때, 숫자를 근거로 화냈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그게 더 진짜처럼 보입니다."
설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는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저 여자는, 숨기는 걸 자꾸 들춰낸다.
*
차 안. 이동 중.
장미라가 앞 좌석에서 말했다.
"방금 속보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봤다.
"'계약 결혼 의혹—기간 조항 존재?' 익명 제보 기반 기사입니다."
설희가 화면을 받았다. 기사 안에 인용된 문장이 있었다. 계약서 문구처럼 생긴 문장.
'상호 합의 하에 종료. 분쟁 시 제3자 중재.'
진짜 조항이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서윤이 설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희가 창밖을 봤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계약서 원본이 나간 겁니다."
서윤이 말했다.
"전부가 아닙니다. 일부만. 그리고 진위가 확인 안 된 상태로 나갔어요."
"일부면 충분합니다. 사람들은 맥락이 아니라 단어에 반응합니다."
차가 멈췄다. 신호등이었다. 빨간불.
설희가 그 빨간불을 봤다. 빨간불이 바뀌기 전에 댓글창이 먼저 달아올랐을 것이다. 포털 메인에 '계약 결혼'이 뜨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사 발행 후 7분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사랑을 묻지 않았다. 계약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