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금이 가다
한 달이 지났다.
서른 바퀴를 넘은 것이 닷새 전이다. 운이 측정을 마치고 아버지에게 보고했다. 다음 날 아버지가 직접 달리기를 지켜봤다. 서재 창문에서. 한 바퀴도 빠짐없이. 마흔 바퀴를 돌았을 때 아버지가 창문을 닫았다. 그것이 합격의 신호였다.
운이 그날 저녁 와서 말했다.
"내일부터 기초 보법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서두르지 마십시오. 보법은 달리기와 다릅니다. 달리기는 앞으로 가는 것이지만, 보법은 모든 방향입니다."
"모든 방향이요?"
"진, 퇴, 좌, 우. 그리고 위와 아래. 여섯 방향입니다."
"위와 아래도 보법에 포함됩니까?"
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신술의 기초가 보법에 있습니다. 땅을 딛는 법을 알아야 땅을 떠나는 법도 압니다."
경신술. 곽현이 발소리를 지우며 사라졌던 그것. 담장 밖의 네 발가락이 쓰는 그것. 기초 보법이 그 시작이라면 — 언젠가 나도 그것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달리기는 마흔다섯 바퀴까지 늘었다. 처음 스무 바퀴에 쓰러지던 몸이 거짓말처럼 달라져 있었다. 7세의 육신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계 안에서 채울 수 있는 것은 채웠다. 폐활량이 늘었고, 다리에 근육이 붙었고, 호흡이 고르다. 기감은 집중하면 열두 호흡 안에 잡혔다. 놓쳐도 세 호흡 안에 다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삼류 완숙 직전이라고 해도 될 상태였다.
운이 기초 체력 측정을 했다. 달리기 후 맥을 짚고 호흡 회복 시간을 쟀다.
"첫 주에는 회복에 열 호흡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네 호흡입니다."
"빠릅니까?"
"빠릅니다. 성인 문도 중에도 이보다 늦은 자가 있습니다."
"서른 바퀴는 됩니까?"
"됩니다. 어제 서른두 바퀴까지 무리 없이 도셨습니다."
아침 달리기 후 정좌호흡이 루틴으로 자리잡았다. 아버지가 마련해준 작은 방에서 유시에 한 시진, 자기 전에 반 시진. 기초편을 이미 세 번 읽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처음과 달리 읽혔다. 같은 글자인데 뜻이 달라졌다.
서고에서 둘째가 처음으로 중급편의 일부를 보여주었다.
"이건 기초편을 뗀 뒤에 보는 것이다. 네가 이걸 볼 때가 된 것 같아서."
중급편의 첫 장에는 내공 순환의 기초 도식이 그려져 있었다. 인체의 경맥(經脈)을 따라 기가 흐르는 경로가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임맥(任脈)에서 시작하여 독맥(督脈)으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는 대순환(大循環)의 도식.
도식을 보는 순간, 전생의 기억이 겹쳤다.
진형도(陣形圖).
전장에서 병력을 배치할 때 쓰는 진형 배치도와 이 순환 도식의 구조가 닮아 있었다. 병력이 전선을 따라 이동하고, 보급로를 따라 물자가 흐르고, 지휘부에서 전령이 오가는 구조. 기가 경맥을 따라 흐르고, 단전에서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다시 내려오는 구조.
"이 순환 도식은……"
멈추었다. 말하려다 삼켰다. '진형도와 같다'고 하면, 전장을 겪어본 자의 말이 된다.
"……복잡합니다."
"처음엔 다 그렇다. 이건 외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다. 정좌호흡이 깊어지면 이 도식이 몸 안에서 그려진다."
"도식을 따라 기가 흐르는 건 언제쯤 가능합니까?"
"삼류 상위에서 이류 하위 사이에 첫 순환이 일어난다. 아직은 이르다."
"이형. 같은 글인데 세 번 다 다릅니다."
"그게 맞다. 네 번째에도 다를 거다."
"언제까지 달라집니까?"
"평생."
둘째가 웃었다. "그래. 처음엔 다 그렇다."
오후. 연무장에서 큰형과 셋째가 모의 비무를 했다.
나는 관람석에 앉아 기감을 열고 지켜봤다. 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히는 것을 느껴보려 했다.
큰형의 검이 내려갔다. 기운이 직선으로 뻗었다. 안정적이고, 묵직하고,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셋째의 검이 파고들었다. 기운이 곡선으로 흘렀다. 빠르고, 날카롭고, 예측하기 어렵다.
직선과 곡선의 충돌. 기감으로 체감한 것은 처음이었다. 시각으로 보는 것과 기감으로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검의 궤적이 아니라 기의 궤적이 보였다. 큰형의 기운은 검을 따라갔지만, 셋째의 기운은 검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의도가 기운에 먼저 실리는 것.
이것도 읽을 수 있게 되는 건가. 언젠가.
밤. 정좌호흡.
작은 방에 앉아 눈을 감았다. 오늘은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기감을 밖이 아니라 안으로. 몸 안의 기의 흐름을 느껴보기 위해.
호흡을 시작했다. 열. 기감이 잡혔다. 열둘. 안정되었다. 의식을 안으로 돌렸다.
흐름이 있었다.
처음으로 느꼈다. 몸 안에서 무언가가 도는 것을. 흐른다고 하기엔 너무 약했다. 차라리 '있다'가 정확했다. 기가 있다.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있다.
그 '있음'을 따라가려 했다.
가슴 한가운데에 닿았을 때, 무언가가 걸렸다.
흐름이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것보다 나빴다. 무언가가 잡아당겼다. 기의 흐름과 같은 길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무언가가 기어올라왔다.
어둠이 밀려왔다.
선죽교.
다리 위에 피가 번져 있었다. 달빛이 없었다. 횃불만 두 개. 그 사이에 쓰러진 남자가 있었다. 정몽주. 충절의 대명사. 내가 죽인 사람. "이런 놈이 나라를 가져서야……" 그 눈이 올라왔다. 죽어가는 자의 눈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를 저주하는 눈이었다.
장면이 바뀌었다.
왕자의 난. 이방석이 끌려왔다. 열일곱의 동생. 세자 책봉을 받은 아이. 칼이 내려갔다. 비명이 짧았다. 짧은 것이 더 끔찍했다.
숨이 끊겼다.
기가 역류한 것이 아니었다. 심마(心魔)가 기의 흐름에 기어올라온 것이었다. 전생의 죄책감이 기감이 깊어지는 바로 그 길을 따라 치밀어 올라왔다. 기초편 세 번째 장. '마음에 틈이 있으면, 기는 그 틈으로 역류한다.' 이것이 역류인가.
눈을 억지로 떴다. 정좌를 풀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이마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에서 피가 떨어졌다. 뚝. 방석 위에 붉은 점이 번졌다.
3화에서 금서각에서 심마 구절을 읽다 코피를 흘렸을 때보다 더 많았다. 손등으로 닦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이게 뭐지."
올라온 것이 전생의 기억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왜 하필 기를 따라 올라오는지는 모른다. 기감이 깊어지면 심마도 깊어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 강해질수록 더 아프다는 뜻인가.
기초편의 구절이 떠올랐다. '마음에 틈이 있으면 기는 그 틈으로 역류한다.' 틈. 내 안에 틈이 있다. 600년 전에 벌린 틈. 메우지 못한 틈.
이걸 넘지 못하면, 나는 여기서 끝이다.
코피를 닦고 침상으로 기어갔다. 이불을 덮고 누웠다. 천장이 돌아갔다.
그때, 방 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멈추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 아래 틈새로 무언가가 밀려 들어왔다. 작은 약봉지. 천에 싸인 것이 종이보다 부드러웠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볍고, 고르고, 빠른 걸음. 운의 걸음이 아니다. 셋째의 것도, 큰형의 것도 아니다.
약봉지를 집어들었다. 열었다.
지혈초(止血草). 코피를 멈추게 하는 약초.
누가 코피를 알고 있다. 이 밤에, 이 방 앞에서.
약봉지를 코에 대고 누웠다. 피가 천천히 멈추었다. 지혈초의 쓴 냄새가 코끝에 배었다.
고맙다고 느꼈다. 동시에 두려웠다.
누가 나를 보고 있다.
지혈초를 아는 사람이다. 코피가 날 것을 예상한 사람이다. 정좌호흡 중에 심마가 올라오는 것을 알고, 그것이 코피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아는 사람.
이 세가 안에서 그 정도를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약봉지의 천 재질을 만져봤다. 부드러웠다. 거친 무명이 아니라 비단에 가까운 천. 경비나 시종이 쓰는 천이 아니다. 안채 사람의 것이다.
약봉지를 베개 밑에 넣고 눈을 감았다. 이것도 점이다. 언젠가 선이 된다. 그때까지 이 약봉지는 베개 밑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