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빗나간 수
곽현이 구금된 지 사흘이 지났다.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세가의 변화를 읽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경비의 걸음이었다. 전에는 초소 앞에서 서성이는 경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정해진 루트를 돌고 있었다. 교대 시간도 바뀌었다. 전에는 일정했던 교대가 불규칙해졌다. 외부에서 교대 시간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운이 아침에 와서 말했다.
"사공자. 달리기 루트 중 경비 초소 앞을 지나는 구간이 있는데, 당분간 그쪽은 피해주십시오."
"왜입니까?"
"경비 재편 중이라 동선이 복잡합니다. 사공자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다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비 동선을 읽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운은 내가 경비 동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안전 조치인가.
"알겠습니다."
루트를 바꿨다. 하지만 바꾼 루트에서도 보이는 것은 있다.
세가의 경비가 전면 재편되었다. 운이 경비 총책을 겸임하게 되면서, 야간 경비의 교대 시간과 동선이 모두 바뀌었다. 새 동선은 내가 달리면서 발견했던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아버지가 지시했거나, 운이 독자적으로 판단했거나.
문도들 사이에 동요가 퍼지고 있었다.
달리기 중에 경비 교대를 마친 문도 둘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
"10년 된 사람도 못 믿는데, 우리는 뭐냐."
"언제 뒤에서 칼이 올지 모르겠다."
"가주님이 직접 나서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달리기를 마치고 운을 찾아갔다. 경비 숙소 앞이었다.
"운. 문도들 사이에 불안이 퍼지고 있습니다."
"……사공자께서 그걸 어찌."
"달리다 들렸습니다."
"가주님도 알고 계십니다."
"어떻게 잡으실 겁니까?"
"경비 재편이 끝나면 가주님께서 직접 문도들 앞에 서실 겁니다. 보여주시는 겁니다. 가주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존재로요."
운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예. 그렇습니다."
동요는 배신보다 느리지만 배신보다 넓게 번진다. 곽현 한 명의 배신이 수십 명의 불신을 낳고 있었다.
이 동요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전생이라면 답은 명확했다. 본보기. 곽현을 공개 처형하고, 나머지에게 충성의 대가를 보여준다. 당근과 채찍.
하지만 아버지는 곽현을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 회의에서만 밝혔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곽현의 선을 추적하는 동안 소란을 피하려는 것이거나, 아니면 — 공개 처형이 오히려 외부 세력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거나.
후자다. 곽현이 잡혔다는 사실을 밖에 알리면, 외부 세력은 즉시 다른 루트를 찾는다. 모르게 해야 미끼로 쓸 수 있다.
이 판단이 맞다면, 아버지는 이미 다음 수를 두고 있다.
서고에서 둘째를 만났다. 기초편 복습이 끝난 뒤, 둘째에게 내 추론을 전달했다.
"이형. 곽현을 매수한 세력이 흑점을 통해 접근했다면, 흑점은 중개만 한 것이겠지요."
둘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진짜 의뢰인은 천룡세가의 비전을 탐내는 경쟁 세가일 것입니다. 같은 급의 정파 세가가, 같은 급의 세가를 견제하는 것이 가장 흔한 구도이니까요."
왕궁의 논리. 같은 급의 세력이 서로를 견제한다. 조선의 조정에서 삼사(三司)가 의정부를 견제하고, 의정부가 삼사를 견제하는 것과 같은 구조. 무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둘째가 잠시 나를 보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올렸다. 함께.
아버지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서재에서 보고를 마친 뒤, 아버지가 탁자 위에 무언가를 꺼내놓았다. 죽통 속에 들어 있던 밀서의 종이. 그리고 그 옆에 세가의 일반 서신용 종이.
"비교해봐라."
둘 다 한지(韓紙)였다. 하지만 질감이 달랐다. 세가의 서신용 종이는 부드럽고 흰 데 비해, 밀서의 종이는 거칠고 누르스름했다. 제조 방식이 다르다.
"먹도 봐라."
밀서의 먹을 손끝으로 만져봤다. 건조된 먹의 결이 중원 남부산 먹과 달랐다. 더 거칠고, 향이 다르다. 전생에서 수만 번 만져본 조선의 먹과도, 명나라의 먹과도 달랐다.
아버지가 말했다.
"서역산 먹이다."
멈추었다.
"경쟁 세가가 아니다. 무림맹이나 오대세가가 서역산 먹을 쓸 이유가 없다. 서역. 사파 쪽이다."
추론이 틀렸다.
전생에서는 세력 간 경쟁의 논리가 왕궁의 논리와 같았다. 같은 급의 권력이 서로를 견제한다. 영의정이 좌의정을 경계하고, 좌의정이 우의정을 경계하는 것. 하지만 무림은 달랐다. 관직의 위계가 아니라, 이합집산이 일상인 세계. 천룡세가의 비전을 노리는 것이 반드시 같은 급의 정파일 필요가 없다. 사파가 정파의 비전을 탐하는 것은, 무림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왕궁의 논리를 무림에 그대로 씌웠다. 56년의 경험이 오히려 눈을 가린 것이다.
"……제가 틀렸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봤다. 꾸짖는 눈이 아니었다.
"틀린 것은 나쁘지 않다. 틀렸는데 모르는 것이 나쁘다. 너는 알았다. 그걸로 됐다."
"아버지. 제가 틀린 이유를 말해도 됩니까?"
"말해봐라."
"왕궁의……아니, 조정의 논리를 무림에 씌웠습니다. 같은 급의 세력이 서로를 견제한다는 것은 관직의 논리입니다. 무림은 다릅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사파와 정파의 차이를 기억해라. 정파는 체면이 있어 정면에서 온다. 사파는 체면이 없으니 어디서든 온다."
아버지가 나를 봤다. 꾸짖는 눈이 아니었다.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속도를 보는 눈이었다.
둘째도 나를 봤다. 같은 추론을 했던 둘째의 눈에 당혹이 스쳤다가, 고개를 숙였다.
"저도 틀렸습니다."
"둘이 같이 틀린 거다. 그건 하나만 틀린 것보다 낫다."
아버지의 말에 둘째와 내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처음 보는 미소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보는 아버지의 미소였다.
서재를 나왔다. 복도를 걸으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56년간 쌓은 판이 한 줄에 무너졌다. 왕의 눈은 왕궁에서만 통한다. 여긴 무림이다.
처음부터 배운다.
그때, 아버지가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서재 문이 닫히기 직전에.
"막내야."
멈추었다.
"서역 사파라면 흑점이 중개했겠지. 그런데 곽현이 죽통을 받은 건 정기 약재 상인 편이었다."
한 박자.
"그 상인은 15년째 세가에 출입하고 있다."
15년.
곽현의 3년보다 훨씬 긴 시간. 상인이 단순 중개인이 아니라 정보 통로 자체라면 — 이 판은 3년이 아니라 15년 전부터 짜여 있었다.
서재의 문이 닫혔다. 나는 복도에 서서, 닫힌 문을 보았다.
15년. 이 세가의 막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밤. 정좌호흡을 하면서 틀린 추론을 되짚었다.
왕궁의 논리가 실패한 지점. 같은 급의 세력이 아니라 다른 급의 세력. 예측 가능한 적이 아니라 예측 밖의 적. 56년의 경험이 편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배웠다.
열여덟 번째 호흡에서 기감이 잡혔다. 어제보다 두 호흡 빨랐다.
틀린 뒤에 기감이 더 맑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아마 오만이 한 겹 벗겨진 탓일 것이다. 안다고 생각한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면, 감각이 열린다. 알면 닫히고, 모르면 열린다.
기초편 네 번째 장. '거울이 흐리면 비추는 것도 흐리다.' 오만은 거울 위의 먼지다. 먼지를 닦으면 비추는 것이 선명해진다.
호흡을 풀고 침상에 누웠다.
뿌리가 깊으면 바람에 안 쓰러진다고 했다. 하지만 뿌리 안에 벌레가 있다면, 벌레도 뿌리만큼 깊이 파고든 것이다.
밤. 침상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왕궁의 논리가 실패한 날이다. 하지만 실패 덕분에 무림의 논리를 한 겹 배웠다. 아버지의 서역산 먹 한 줄이 56년의 편견을 깨뜨렸다. 배움은 아픈 것이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배움은 몸에 남지 않는다. 오늘의 아픔은 내일의 눈이 된다. 틀린 만큼 더 넓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