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연무장에서 본 것
큰형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아침 햇살이 연무장 위로 비스듬히 내리고 있었다. 연무장의 흙바닥에 큰형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검을 들어올릴 때마다 그림자도 따라 올라갔다. 그림자의 검은 실물보다 더 날카로워 보였다.
연무장 한쪽 구석에 놓인 낮은 의자에 앉아, 나는 그 검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허가를 받은 첫 공식 관람. 운이 옆에 서서 설명을 붙이려 했다.
"사공자, 저것은 천룡세가 기본 검식의 삼초식입니다. 내려침, 올려침——"
"운. 잠시만요."
"예?"
"설명 없이 보고 싶습니다. 눈이 먼저 배우게요."
운이 고개를 기울였지만 물러섰다. 설명은 필요 없다.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큰형의 검은 곧았다. 어디서 끊어도 선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내려칠 때 곧고, 올릴 때 곧고, 돌릴 때조차 곧다. 직선을 그리되 직선으로 끝나지 않는 검. 수천 번을 반복하여 직선 자체가 몸에 스며든 사람의 검이었다.
목검이 허수아비의 목을 쳤다. 둔탁한 소리가 연무장에 울렸다. 큰형의 호흡이 한 번 끊기고, 이어서 두 번째 내려침. 세 번째. 네 번째. 간격이 일정했다. 박자가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한 것을 느꼈다.
큰형의 검이 허공을 가를 때 — 공기가 갈렸다. 당연한 말이다. 물체가 움직이면 공기가 밀린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밀림이 아니었다. 갈린 자리가 비었다. 빈 곳은 다시 채워진다. 채워지는 데 반 박자. 그 반 박자의 진공 속으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간다.
피부가 느꼈다. 눈이 아니라 피부가.
검이 공기를 가르면, 갈린 자리에 빈 곳이 생긴다. 빈 곳이 채워지는 리듬이 — 호흡과 같다.
솜털이 일제히 섰다. 팔뚝 위로 솜털이 서는 것을 느꼈다. 기감으로 잡은 것인지, 전생의 전장 감각이 보여준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 큰형의 다음 검격이 어디를 향할지 내 몸이 먼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빈 곳이 채워지는 방향. 그 방향의 반대편이 다음 검이 온다.
예측이 아니다. 읽기다.
전장에서 적의 진형에 빈 곳이 빛처럼 반짝이던 순간과 같은 감각이었다.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잊으면 돌아오는 것. 하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 기감과 몸의 감각이 겹쳐지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 교차점을 찾으면 다음 단계가 열린다.
"……뭘 본 거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재현할 수 있는지 시도해봤다. 큰형이 다시 검을 올렸다. 내려친다. 공기가 갈리고, 빈 곳이 생기고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라졌다. 방금 전의 감각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억지로 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전생의 전장에서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이 갑자기 보이는 순간. 적의 진형(陣形)에서 빈 곳이 빛처럼 반짝이는 순간.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잊으면 돌아오는 감각.
운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 "사공자, 안색이……"
"괜찮습니다. 해가 좀 따뜻해서요."
거짓말이다. 해는 구름 뒤에 있었다.
큰형이 연무를 마치고 다가왔다.
"막내. 어땠냐?"
"형의 검은 곧습니다."
큰형이 웃었다. 이빨이 드러나는 시원한 웃음.
"곧다. 아버지가 늘 그러셨다. 곧은 것이 부러지면 다시 세우기 어렵다고. 그래서 부러지지 않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고."
"부러지지 않을 만큼이란 어느 정도입니까?"
"모르겠다. 아직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으니까."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닙니까? 갈 곳이 있으니까요."
큰형이 나를 내려다봤다. 눈이 약간 커졌다.
"……네가 그런 말을 하는구나."
큰형이 내 머리를 한 번 쓸어주었다. 아버지보다 거친 손이었지만, 같은 따뜻함이 있었다.
연무가 끝난 뒤 서고로 갔다.
둘째가 2층에서 서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올라가자 자리를 펴주었다. 기초편 네 번째 장의 이어서.
둘째의 해설을 들으며 기초편을 읽는데, 둘째가 허리춤의 서책을 빼들었다. 다른 서책과 대조하려는 듯했다. 그 순간 — 붉은 실이 보였다.
5화에서 처음 봤던 그 실. 서책의 책등을 감고 있는 가는 붉은 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매듭이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두 바퀴였는데, 지금은 세 바퀴. 실의 색도 미세하게 다르다. 같은 실이 아니다. 바뀌었다.
누군가와 교환한 것이거나, 내용물이 추가된 것이거나.
나는 기초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이형. 그 서책은 무엇입니까?"
둘째의 손이 찰나 멈추었다. 1초도 안 되는 정지. 하지만 나는 봤다.
"내가 정리 중인 장서 색인이다."
"색인치고는 실로 감아두셨네요."
"벌레가 들까 봐서."
"붉은 실이 방충에 효과가 있습니까?"
둘째가 나를 봤다. 길지 않지만 짧지도 않은 시선이었다.
"……어디서 그런 걸 물어보는 법을 배웠냐."
"기초편에 '관찰하되 판단을 서두르지 말라'는 구절이 있어서요."
"그건 심마 수련 구절이지 남의 서책을 캐는 구절이 아니다."
둘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처음이었다. 경고였다.
"죄송합니다, 이형."
"……아니다. 내가 예민했다."
더 파지 않았다. 둘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 장서 색인을 정리하는 것은 둘째가 실제로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장서 색인에 붉은 실을 감고 매듭 수를 바꿀 이유가 있는가. 답은 나중에 온다.
둘째가 기초편 해설을 이어가면서 "이 구절은 정좌호흡이 깊어진 뒤에 다시 오면 다르게 읽힌다"고 했다. 집중하여 들었다. 둘째의 해설 능력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복잡한 개념을 하나의 비유로 압축할 줄 안다. 하륜이 전생에서 나에게 정책을 설명할 때의 방식과 닮아 있었다.
해설이 끝나고 서고를 나서는 길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다 창문 너머 복도가 보였다. 셋째와 곽현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거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간격이 보였다.
좁았다. 반 보.
상관과 부하의 간격은 한 보 반에서 두 보다. 이 세가에서 가주의 아들과 경비 가신 사이의 거리는 최소 한 보. 반 보는 동등하거나, 은밀하거나, 둘 다거나.
셋째의 손에 작은 쪽지가 들려 있었다. 소매 안으로 사라지는 데 1초. 자연스러웠다. 숙달된 동작이다.
"셋째와 곽현."
두 이름을 이어붙이자, 그림이 한 겹 더 선명해졌다. 8화에서 곽현은 야간에 비정상 동선을 보였다. 경신술로 경비 라인을 벗어났다. 그리고 셋째와의 거리는 반 보. 쪽지를 주고받는다.
셋째가 곽현을 부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곽현이 셋째에게 붙은 것인가.
아직 판단하지 않는다.
저녁. 방에서 정좌호흡을 시도했다. 열아홉 번째 호흡에서 기감이 잡혔다. 어제보다 한 호흡 빨랐다. 진전이다. 느리지만 존재하는 진전.
기감을 유지한 채 오후에 느꼈던 감각을 떠올려보았다. 큰형의 검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빈 곳이 채워지는 리듬. 찰나였지만 분명했다. 이것이 기감의 쓰임이라면 — 기감은 단순히 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는 것이 된다.
호흡을 풀고 눈을 떴는데,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운의 걸음이었다.
"사공자. 주무시기 전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일부터 달리기 바퀴수를 스물다섯에서 서른으로 늘리겠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됩니다. 오늘 스물네 바퀴를 돌고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한 바퀴씩 늘리면 닷새면 서른입니다."
"서른 바퀴를 돌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조건이 채워지는 겁니까?"
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 보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슴이 뛰었다. 기다리던 것이다.
"운. 기초 보법은 어떤 것입니까?"
"지룡보(地龍步)라 합니다. 땅을 딛되 용의 움직임을 담은 보법입니다."
"어렵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쉽지도 않습니다. 쉬운 것이 어려운 것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운이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운의 걸음은 한결같았다. 나는 재료만 모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