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르크 공작가의 서재는 한낮에도 어두웠다.
양피지 끝이 손끝에 닿았다. 차가웠다. 세라는 킬리안이 두고 간 서류 뭉치를 넘기면서 손가락 마디 안쪽으로 전해지는 그 서늘함을 느꼈다. 맥박이 뛰는 자리가 조용히 조여들었다. 북쪽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납빛 하늘을 그대로 담아 방 안에 번졌고, 서가의 가죽 장정들은 오래된 기름과 냉기를 동시에 풍겼다.
결계 유지 보고서였다. 수치들이 빼곡했다.
노스페라 고원의 마력 밀도가 지난 석 달 사이 십이 퍼센트 감소했다. 몽정석 소비량은 역대 최고치. 하단에 킬리안의 서명이 짤막하게 찍혀 있었는데, 글씨의 끝이 평소보다 조금 더 눌려 있었다. 세라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서류를 원래 위치에 정확히 돌려놓았다.
드레스 안쪽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작은 수정 병이었다. 투명한 유리 안에 희미하게 빛나는 파편이 세 조각 들어 있었다. 몽정석 원석이 아니었다. 꿈의 잔해가 굳어 만들어진 것, 제국 용어로는 잔몽편이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세라가 십 년간 매일 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침대 시트에서 발견한 것들을 모아온 것이었다. 꿈속에서 킬리안의 손이 닿았던 부위가 식으면서 굳어 남기는 잔재.
아르테미스 상단의 감정사가 한 번 감정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병을 들어 빛에 비춰보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런 밀도는 처음 봤다고. 보통 잔몽편은 반투명 회색인데, 이것들은 왜 이렇게 선명한 청백색이냐고.
세라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병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유리가 차가웠다. 오늘 아침에도 꿈을 꿨다. 킬리안이 서재 창가에 서 있었고,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먼저 불렀다. 세라. 딱 한 음절씩 끊어서. 마치 그 이름을 오래 연습한 사람처럼.
깨고 나서 침대 시트에 파편이 없었다.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서재 문이 열렸다.
킬리안이 들어오면서 장갑을 벗었다. 장갑 끝이 손목뼈 위에서 빠지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또렷했다. 그는 세라가 탁자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일 초 멈췄다가 걸음을 이었다.
"여기 있었군."
"서류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결계 보고서는 공작부인의 열람 범위가 아니오."
세라는 병을 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킬리안의 시선이 그 동작을 따라왔다가, 떠났다.
"그럼 제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가 서가 앞으로 걸어가 서류 한 묶음을 꺼냈다. 혼인 계약서 부속 문서였다. 마력 결속 계약의 세부 조항. 두꺼운 양피지가 탁자에 놓이는 소리가 납작하게 울렸다.
"이것이오."
세라는 문서를 펼쳤다. 조항이 스물두 개. 열한 번째 조항 앞에서 손이 멈췄다.
'결속 당사자 중 일방이 꿈의 연결을 의도적으로 차단할 경우, 상대방의 몽환마법 수행 능력이 삼분의 일로 제한된다.'
"공작님."
킬리안이 창가에 서 있었다. 납빛 하늘이 그의 뒤에 있었다.
"열한 번째 조항을 언제 확인하셨습니까."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말했다.
"계약 전이오."
"꿈의 연결을 차단한다는 조항입니다."
"알고 있소."
세라는 문서를 덮었다. 양피지가 접히는 소리가 서재 안을 가로질렀다. 킬리안 쪽으로 걸었다. 그가 그제야 몸을 돌렸다. 두 사람 사이에 두 발자국이 남았다.
"당신은 꿈을 꾸지 않습니까."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킬리안의 표정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이 소매 끝을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모든 사람이 꿈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오."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꾸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의 손이 소매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수정 병이 탁자 위에 놓였다. 파편들이 서재의 약한 빛을 받아 청백색으로 일렁였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킬리안이 병을 내려다봤다. 그의 눈이 파편의 색을 읽었다. 읽고 나서, 멈췄다.
잔몽편이 저 색을 내려면 꿈의 연결이 쌍방향이어야 한다. 한 사람의 꿈에서 일방적으로 생성되는 잔재는 회색이다. 청백색은 두 개의 꿈이 같은 공간에 겹쳐 있을 때만 나타난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제국 귀족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기초 지식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꿈을 꾸지 않는다.
킬리안이 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라는 그 눈을 보고 있었다.
"십 년입니다."
목소리가 낮았다.
"십 년 동안 매일 밤 꿈속에서 같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얼굴이 흐릿했고, 나중엔 목소리가 먼저 왔습니다. 이 파편들이 쌓인 기간이 그만큼입니다."
킬리안이 병을 집어 들었다. 손 안에서 유리가 빛을 흡수했다.
"당신이 꿈을 꾸지 않는다면," 세라가 말을 이었다. "이 색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침묵이 서재를 채우는 동안, 세라는 킬리안의 손이 병을 쥔 방식을 보고 있었다. 조심스럽지 않았다. 단단히. 마치 그 안의 것이 깨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나는," 킬리안이 말했다. 멈췄다.
세라가 기다렸다.
"꿈을 꾼 적이 없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서재에 바람이 들지 않았는데 세라의 어깨 위 머리카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한 발자국 더 걸었다. 이제 한 발자국이 남았다.
"그런데 저 파편들은."
"알 수 없소."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모른다고 했소."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라는 그 변화를 들었다. 낮아진 것이 아니라, 눌린 것이었다.
병 안의 파편이 갑자기 밝아졌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내려다봤다. 유리 안에서 청백색 빛이 천장까지 얇게 뻗어 올라갔다가 사그라들었다. 잔몽편이 외부 자극 없이 발광하는 현상은 기록된 사례가 없었다. 세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킬리안도 알고 있었다.
그가 병을 세라의 손에 돌려주었다.
손이 닿았다. 장갑을 벗은 손이었다.
세라의 손끝이 차가운 유리를 통해 그의 체온을 받았다. 뜨겁지 않았다. 그런데 손목 안쪽 맥박이 뛰는 자리가 단단해졌다.
킬리안이 손을 거두지 않았다.
"세라."
한 음절씩. 마치 오래 연습한 사람처럼.
세라의 무릎 뒤쪽이 굳었다.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였다. 오늘 아침, 그가 서재 창가에 서서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의 바로 그 음색이었다.
"당신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소."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그렇게 부릅니까."
킬리안이 대답하기 전에, 서재 문이 열렸다.
공작가 수석 집사 헬무트가 문간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헬무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손한 미소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공작님. 북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킬리안이 몸을 돌렸다.
"결계 감지석이 반응했습니다." 헬무트가 말을 이었다. "오늘 새벽 세 시부터 지금까지, 총 열두 차례."
창밖의 납빛 하늘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세라는 수정 병을 손안에 쥐었다. 유리가 아까보다 차가웠다.
"열두 차례라면," 킬리안이 낮게 말했다. "단순 변동이 아니오."
"예." 헬무트가 고개를 숙였다. "북방 결계의 핵심 마석 중 하나가 오늘 새벽 소멸했습니다. 기록상 최초입니다."
킬리안이 외투를 집었다.
세라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헬무트를 보았다. 집사가 세라 앞으로 반 걸음 비껴 서며 퇴로를 좁혔다. 미소가 없는 얼굴이 그녀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빛이 고요했다. 그 고요함 안에 무언가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공작부인께서도," 헬무트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 오후 일정을 취소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