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의 단추는 열두 개였다.
세라핀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혼자 잠갔다. 목깃이 턱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형태였고, 소매는 손등 끝까지 내려왔다. 어깨를 감싸는 이중 망토는 예식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 무게가 상당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두꺼울수록, 무거울수록. 낙인 위를 누르는 압박이 고통과 구분되지 않았다.
거울은 보지 않았다.
시종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마쳐야 했다. 세라핀은 단추 하나하나를 잠그는 동안 오른손 장갑 안쪽 흉터를 엄지 끝으로 눌렀다.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그 통증이 어깨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잠시 덮어주었다.
전날 밤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결국 다시 나지 않았다.
틈새로 스며들던 냄새도 아침이 되자 사라져 있었다. 세라핀은 그것이 환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판단하는 순간 이유를 추적하게 되고, 이유를 알게 되면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버텨야 한다.
백야제까지 사흘이 남았다.
성소 뤼미에르의 중앙 회랑은 이미 들뜬 기운으로 가득했다. 사제들이 양초 받침대를 재배치하는 소리, 여사제들이 꽃 장식을 논의하는 낮은 목소리, 멀리서 성가 연습을 하는 소년 합창단의 음색이 아치형 천장 아래에서 뒤섞였다. 세라핀은 회랑 입구에 서서 그 모든 것을 한눈에 훑었다.
"제단 위 백합은 어제 도착한 것으로 교체하십시오. 이틀 지난 꽃은 백야제에 올릴 수 없습니다."
목소리는 낮고 또렷하게 나왔다. 사제 하나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왼쪽 두 번째 기둥의 성수 봉헌함이 기울어졌습니다. 내빈이 오기 전에 수평을 맞추어 두십시오."
"알겠습니다, 성녀님."
"동쪽 복도 촛불 간격도 다시 확인하십시오. 어젯밤 바람이 불었으니 받침대가 밀렸을 겁니다."
"…동쪽 복도까지 말씀이십니까?"
사제의 목소리에 낮게 당혹감이 섞였다. 세라핀은 그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빈의 동선을 확인하시면 알 것입니다. 직접 걷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시를 내리는 동안 어깨 안쪽이 울렸다.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세라핀은 턱을 미세하게 들어올리는 것으로 그것을 삼켰다. 사제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려 있었다. 아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백색 예복이 두껍고, 그녀의 얼굴이 언제나처럼 고요했기 때문에.
준비를 지시하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 편지 묶음이 놓여 있었다. 묶음 끈이 조잡했고, 종이 가장자리가 불규칙하게 잘려 있었다. 하층 도시 루인스에서 올라오는 편지들은 늘 그랬다. 정식 봉투를 살 돈이 없는 아이들이 공터에서 주운 종이 조각에 쓴 것들이었다.
세라핀은 앉지 않고 편지를 펼쳤다.
필체가 위태로웠다. 성소의 사제들이 쓰는 반듯한 서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글자 모양만 겨우 배운 아이가 힘껏 눌러 쓴 글씨였다.
'성녀님. 어머니가 호흡 병으로 드러누웠습니다. 성수를 주실 수 있습니까. 성수 한 병에 1년치 생활비라고 들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라 씁니다.'
낙관이 없었다. 이름도 없었다.
세라핀은 편지를 접어 소매 안쪽에 넣었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도록 천천히, 귀퉁이가 어긋나지 않게 접었다. 이 편지에 답장을 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교회의 성수 배분은 태양 의회의 허가를 받은 수혜자 명단에 따라 이루어졌고, 명단 외 요청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라 씁니다.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세라핀은 눈꺼풀 안쪽에 힘을 주었다. 천장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숨을 두 번 들이켰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기도가 이그드라실의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결계 덕분에 부유도는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았다. 교황 카스틸로는 매년 백야제 연설에서 그것을 신의 자비라고 불렀다.
그 연설 단상 아래, 청중 중 단 한 명이라도 호흡 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소매를 매만지며 세라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밖으로 이그드라실의 잔해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빛이 가장 닿지 않는 곳이 루인스였다.
교황 카스틸로의 소환장은 오전 중에 도착했다.
접견실은 언제 와도 차갑게 느껴지는 방이었다. 천장이 높고 창이 좁아서 빛이 수직으로만 들어왔다. 석조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예복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세라핀은 입구에서 세 발짝 떨어진 자리에 멈추어 무릎을 짚었다.
"성하."
카스틸로 교황은 창 쪽에 등을 두고 서 있었다. 백발이 역광에 잠겨 실루엣만 보였다. 그가 천천히 돌아섰을 때, 오른손 약지의 반지가 세라핀의 시선에 들어왔다. 백금 테 안에 박힌 적옥이 이상하게 밝았다.
가까이 가는 순간, 그것이 붉게 점멸했다.
한 번. 빠르게. 아주 짧게.
세라핀은 보지 못한 척 시선을 내렸다.
"일어나거라."
카스틸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랬다. 설교를 할 때와 형벌을 선고할 때의 목소리가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세라핀이 일어서는 동안 자리로 이동하며 서류를 한 장 들었다.
"백야제 준비가 순조롭다는 보고를 들었느니라."
"사제들이 애써주고 있습니다."
"겸손이 지나치면 오히려 신의 뜻을 가리는 법이니라."
세라핀은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의 각도, 눈가에 실리는 힘의 정도, 고개를 숙이되 시선은 내리지 않는 그 정밀한 균형―불경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굴종적이지 않은, 오랜 세월에 걸쳐 뼈에 새긴 표정이었다. 이제는 의지보다 먼저 얼굴 근육이 스스로 그 형태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세라핀에게는 가장 완벽한 갑옷이었다.
카스틸로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양피지가 참나무 책상 위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건조하게 울렸다. 알현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교황의 손등 위로 쏟아졌으나, 그 자애로운 광채 아래서 노인의 눈동자만은 빛을 머금지 않았다. 세라핀은 그 눈을 알고 있었다. 제단에 바칠 양의 목을 어루만지면서 이미 칼날의 각도를 재고 있는 목자의 눈이었다.
"올해 백야제에는 하나의 의식이 추가될 것이니라."
침묵이 내려앉았다. 알현실 어딘가에서 향로의 숯이 가라앉으며 미세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유향 연기가 둘 사이의 공기를 느리게 가로질렀다. 세라핀의 손가락 끝이 법의 소맷자락 안에서 차갑게 굳었으나, 그녀는 그 감각마저 미소 뒤로 삼켰다.
"말씀하십시오."
"성혈 정화."
반지가 다시 한 번 붉게 번쩍였다. 세라핀은 반지를 보지 않았다. 카스틸로의 눈을 보았다.
"봉인실에 묶여 있는 존재의 마독이 축적되어 있다. 백야제의 신성한 기운을 빌려, 성녀가 직접 그 마독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의식이니라. 그것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축복을 이끌어낼 것이다."
"…그 의식은 성전 기록에 세 번 시행되었습니다. 그 세 번 모두——"
"모두 신성한 결실을 맺었지."
카스틸로의 말이 그녀의 문장을 잘랐다. 부드럽게. 칼이 아니라 물처럼.
말이 끝나는 동안 세라핀의 어깨 안쪽이 박동했다. 한 번. 두 번. 더 깊이.
성혈 정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성전 기록에는 세 줄로만 적혀 있었다. 마독을 가진 존재의 힘을 성녀의 신성력으로 직접 끌어당겨 태운다. 그 과정에서 성녀의 신성력은 연료가 되어 소모된다. 의식의 규모가 클수록, 흡수해야 할 마독의 양이 많을수록.
소모되는 것은 신성력만이 아니었다.
세라핀은 세 번 호흡했다. 혀끝에 피 맛이 번질 때까지 어금니 안쪽을 눌렀다.
마왕의 마독을 직접 흡수한다. 지금 낙인이 어깨를 넘어 등까지 번진 상태로. 신성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이 몸으로.
타는 것은 성녀의 영혼이었다.
카스틸로는 알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다. 성혈 정화라는 명목으로, 백야제라는 가장 성스러운 날에, 성녀가 스스로 제단에 올라 소각되는 것.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방식으로.
"그대의 희생이 이그드라실의 빛을 영원케 할 것이니, 어찌 영광스럽지 않겠나."
카스틸로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세라핀은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손가락이 예복 자락 안쪽에서 조용히 웅크리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관절이 하얗게 변하지 않도록.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교황의 명령은 신의 뜻이었다. 성녀가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신탁이 필요했다. 신탁을 열려면 이미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신성력을 써야 했다.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낙인의 존재도 드러났다.
낙인이 드러나면 정화 의식이 강제된다.
정화 의식을 강제당하면, 어차피 결과는 같았다.
촘촘한 구조였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도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미로처럼.
"영광스럽습니다."
세라핀은 무릎을 다시 꿇었다. 목깃이 턱을 눌렀다. 예복 단추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신의 뜻에 기쁘게 따르겠습니다."
미소는 정확한 각도로 유지되었다.
카스틸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축도의 손짓을 했다. 반지의 적옥이 세라핀의 이마 위에서 빛을 던졌다. 그것이 기도인지 확인인지 세라핀은 판단하지 않았다.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이 방에서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표정이 무너지기 전에.
집무실 문은 열두 걸음 거리였다.
세라핀은 열두 걸음을 걸어나왔다.
복도에 나온 순간 어깨 안쪽이 세게 울렸다. 찢어지는 것과 타는 것의 중간 어딘가. 아치 기둥에 손을 짚었다가 곧바로 떼어냈다. 기댄 흔적이 남으면 안 되었다.
사흘.
백야제까지 사흘이 남았다.
그 사이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정화 의식도, 성혈 정화도, 교황의 미로도 아닌 다른 길을. 아직 없었다.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을 움직이는 것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가던 세라핀의 발이 멈추었다.
오리온이 서 있었다.
기사단장의 예복을 입지 않았다. 흰 셔츠 위에 은빛 견장만 걸친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이 시각에 이 복도에서 성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성녀님."
오리온의 목소리는 낮았다. 복도가 좁아 그 소리가 양쪽 벽에 짧게 튀었다.
"잠깐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수건이었다. 깔끔하게 접힌 흰 천. 성기사단 문장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건네는 각도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처음 순간에는 그냥 받아들었다.
받아 든 순간, 보았다.
접힌 면 안쪽에, 까맣게 번진 얼룩이 있었다. 아주 작은 얼룩. 그러나 분명한 색이었다. 대리석 바닥이 그을린 것과 같은, 성수가 닿아서는 생길 수 없는 빛깔의.
세라핀은 그 얼룩을 알고 있었다.
어제 새벽, 창문 너머로 버렸던 성수가 대리석에 닿으며 피운 검은 연기. 그것이 손수건에 흡수되어 있었다. 연기를 눈으로 본 것은 잠깐이었지만, 그 손수건이 현존한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군가 줍고, 보관하고, 지금 이 순간 건네고 있었다.
세라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리온의 눈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탁한 회색.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색.
"버리셨나요."
그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성녀님이."
세라핀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수건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끝에 힘을 주었더니, 접힌 천이 더 깊이 구겨졌다.
오리온이 한 걸음 가까이 왔다. 목소리가 낮아진 것은 거리 탓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 목소리는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성녀님. 이 손수건을 어제 새벽 세 시에 주웠습니다. 성녀 전각 아래 중정에서."
세라핀의 시선이 그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 시각에 거기 있었다는 말입니까."
"예."
"이유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리온이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복도 저쪽에서 사제 하나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조여들었다. 세라핀은 손수건을 소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반사적으로. 그 동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기 전에.
사제가 지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오리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백야제 이후에도 여기 계실 계획이십니까."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이 질문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세라핀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다른 무언가였다. 이미 알고 있는 자만이 물을 수 있는 방식으로 던져진,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확인이었다.
세라핀은 오리온의 눈을 보았다.
탁한 회색.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색이, 지금 이 순간에는 달랐다. 읽히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읽히지 않도록 덮어두고 있는 것이었다.
그 안쪽에 무언가가 있었다.
"——기사단장."
세라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낮아졌다.
"당신,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