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돌아온 자리
봉토 정리에 닷새가 더 걸렸다. 에델슈타인을 떠나는 아침, 엘리제는 마지막으로 광산 갱도 입구를 바라보았다. 푸른 빛은 보이지 않았다. 흙과 바위로 봉해 놓은 뒤였다. 그 아래에 잠든 것의 값어치를 아는 사람은 아직 셋뿐이었다.
솔라리스의 정문은 엘리제를 환영하지 않았다.
마차가 황도 외곽 관문을 지나 격자형 대로로 접어들었을 때, 근위대 기마 넷이 앞을 막아섰다. 선두의 기사가 창을 비스듬히 세웠다. 은빛 갑옷에 새겨진 태양 문양이 오전 햇살을 받아 번쩍였고, 말발굽이 돌바닥을 찍는 소리가 마차 안까지 울렸다. 통행 검사 표식이었다.
황후의 마차에 대한 검사.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마차 안에 에델슈타인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침엽수림의 습한 수지. 광물이 섞인 흙. 갱도 깊은 곳에서 올라오던 차가운 바람의 잔상. 열흘간의 봉토 체류가 가죽 좌석 위에, 커튼 주름 사이에, 장갑의 안감에까지 배어 있었다. 엘리제는 등을 곧게 세운 채 정면을 보고 있었다. 장갑 낀 손이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떨리지 않았다. 앞을 막은 것이 무엇이든, 떠는 손은 답이 아니었다.
옆자리의 마르타가 커튼 틈으로 밖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근위대입니다. 봉토 반출 물품 검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음 낮았다. 황후궁에서 십 년 넘게 일한 여자가 긴장할 때 나오는 음역이었다.
「제1근위대인가요.」
「예. 일반 경비대가 아닙니다.」
카일루스의 손이 직접 내린 명령이었다. 광산의 존재를 알리는 서신을 보낸 뒤 닷새째인데, 답신이 오기 전에 검사부터 보낸 것이다. 순서가 메시지였다. 서신의 내용은 읽었으나 답은 보류한다, 그러나 감시는 이미 시작한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남자. 전생에서도 그랬다. 화형 명령서를 내리기 전에 이미 감옥의 쇠창살을 새것으로 교체해 놓았었다. 행동을 읽으면 다음 말이 보인다. 검사를 보냈다는 것은 ---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었다. 거절할 생각이었다면 검사가 아니라 압수를 보냈을 것이다.
「허가하세요.」
「폐하, 황후 마차 검사는 제국 예법상------」
「거부하면 숨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엘리제는 시선을 창밖에 둔 채 답했다. 「검사해도 나올 것은 없습니다.」
「서류 쪽은 괜찮겠습니까.」 마르타가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
「마정석은 한 조각도 싣지 않았습니다. 광산 관련 서류는 루카스가 라이트만 상단 경로로 이미 보냈고요.」
에델슈타인을 떠나기 전날 밤, 엘리제는 서류 하나하나를 직접 분류했다. 이 마차에 실릴 것과 다른 경로로 보낼 것을. 황후가 직접 짐을 나누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시녀에게 맡길 수 없는 구분이었다. 한 장이라도 잘못 실리면, 그 한 장이 화형대의 장작이 될 수 있었다.
마르타가 마차 문을 열었다. 기사가 다가왔다. 장갑 낀 손이 짐칸을 열고 장부를 한 권씩 꺼내 표지를 확인했다. 양피지 사이를 넘기며 빈 공간을 살피고, 의복 상자의 뚜껑을 열어 주름 속까지 손을 넣었다. 상자 바닥을 두드려 이중 바닥이 아닌지 확인하는 동작이 정중하되 빈틈없었다. 이 기사는 이 일을 처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황궁 내부의 다른 누군가를 상대로도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있는 손이었다.
3분이 걸렸다.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황후 폐하.」
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가 아니라 감시였지만, 예법에는 예법으로 답하는 것이었다.
마차가 다시 움직이자, 마르타가 커튼을 제자리로 내렸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표정이 묘했습니다.」
「어떤 표정이었습니까.」
「무언가 나올 줄 알고 왔는데, 나오지 않아서 당혹스러운 얼굴이었습니다.」
「당혹은 좋은 겁니다.」 엘리제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기대가 빗나간 사람은 보고를 올릴 때 주저하게 되니까요. 주저하는 보고는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마르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장의 눈에 무언가가 스쳤다. 감탄인지, 경계인지. 아마 둘 다일 것이었다.
엘리제는 커튼 사이로 솔라리스의 거리를 보았다. 열흘 만의 황도였다. 변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공기였다. 지나치는 귀족 마차들의 커튼이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붉은 벨벳 뒤에서 반쯤 숨긴 얼굴들이 황후의 마차를 확인하고 있었다. 상단 짐마차의 마부가 고개를 돌렸다가 재빠르게 정면으로 되돌렸고, 행상인 둘이 걸음을 멈추었다가 속삭이며 다시 걸었다. 시선을 감추려는 동작 자체가 시선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문은 마차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에델슈타인에서 황후가 공개 심문을 열었다는 것. 삼백 명이 보는 앞에서 인장을 찍었다는 것. 발레리우스 대공 앞에서 봉토 사법권을 선언했다는 것. 솔라리스의 사교계가, 상단가가, 하급 관료들이 알고 있었다. 소문이라는 형태로. 소문은 사실보다 빠르고, 사실보다 크고, 사실보다 오래 살았다.
돌아온 자리는 떠나기 전과 같은 자리가 아니었다.
* * *
황후궁에 들어서자 마르타가 즉시 보고를 시작했다.
서재 탁자 위에 서류가 쌓여 있었다. 마르타가 중요도 순으로 정리해 놓았다. 맨 위에 제국 사법부 접수 확인서. 그 아래에 붉은 봉인의 반박 문서. 그 아래에 선제후 연합 사무국 공문.
「리나 진술서가 제국 사법부에 정식 접수되었습니다.」 마르타가 첫 번째 서류를 내밀었다. 「접수 이틀 뒤, 발레리우스 대공 측에서 반박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틀이요.」
「예. 빠릅니다.」
빠른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마르타가 꺼낸 반박 문서는 한 장이었다. 양피지가 새것이었고 잉크의 광택이 남아 있었다. 발레리우스는 진술서 접수를 예상하고 있었다. 이 남자의 서랍에는 미래를 위한 문서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을 것이었다.
「내용을 요약해 주세요.」
「진술서에 포함된 서신 조각이 위조라는 주장입니다. 출처 불명의 문서를 공식 기록에 포함시킨 것은 월권이며, 무고죄로 역고소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엘리제는 반박 문서를 받아 읽었다. 문장이 간결하고 법률 용어가 정확했다. 발레리우스가 직접 쓴 것이 아니었다. 전문 법률가의 손이었다. 증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릇을 깨서 안의 물을 쏟아내는 수. 물이 진짜든 가짜든, 그릇이 깨지면 담을 곳이 없어진다.
예상한 수가 정확히 도착하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불안한 법이었다. 예상대로 움직이는 적은 예상 밖의 수를 품고 있을 때가 많았다.
「루카스.」
루카스가 장부 묶음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리나 진술서의 서신 조각을 공개 열람 가능 상태로 전환하세요.」
루카스의 펜이 멈추었다. 「공개하면 선제후 연합 전체가 내용을 봅니다.」
「봐야 합니다.」 엘리제가 탁자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두드리지 않았다. 「위조라면 공개해도 해가 없습니다. 진짜라면 --- 공개된 순간 부정할 수 없지요. 대공이 위조를 주장한 이상, 공개를 거부할 명분도 없습니다.」
「상대의 칼을 되돌려주는 수입니까.」
「그렇습니다.」
루카스가 공문서 양식을 꺼냈다. 인장이 내려왔다. 밀랍이 굳는 소리가 서재에 울렸다.
「선제후 연합 사무국 공문도 있습니다.」 마르타가 세 번째 서류를 내밀었다. 「봉토 사법권 선언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공식 답변 기한이 열흘입니다.」
「예상한 것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예상 안 한 것이 없습니다.」 엘리제는 세 장의 서류를 나란히 놓았다. 「반박 문서, 사법부 접수, 연합 공문. 세 방향에서 동시에 왔다는 것은 --- 조율된 움직임입니다.」
마르타와 루카스가 동시에 시선을 올렸다.
「발레리우스가 돌아와 있는 겁니다.」 엘리제가 말했다. 「에델슈타인에서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본거지의 이점이겠지요.」
* * *
밤이 왔다.
에델슈타인에서 가져온 서류 정리를 마치고, 탁자 한쪽에 놓인 봉투 하나에 손이 닿았다. 다른 서류들과 분리되어 있었다. 마르타가 따로 놓아둔 것이었다.
발신인이 없었다. 인장만 있었다. 추밀원 부인장.
밀랍을 뜯었다. 양피지 한 장. 필체가 가늘고 정확했다. 글자의 크기가 균일하고 줄 간격이 일정했다. 감정을 절제하는 데 익숙한 사람의 글씨.
'황후 폐하의 봉토 심문 기록에 관심이 있습니다. 비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장소와 시간은 이 서신을 받으신 날로부터 사흘 뒤, 추밀원 문서고 지하 2층.'
서명이 없었다.
엘리제는 서신을 등불에 비추었다. 양피지 뒷면에 아무것도 없었다. 잉크의 질이 좋았다. 추밀원 공용 잉크보다 진한 흑색이었다. 개인 소장품. 잉크를 따로 구비하는 관료라면, 문서를 다루는 것이 삶인 사람이었다.
추밀원은 황제 직속이었다. 황제의 기관에서 황후에게 독자적으로 연락한다는 것은 --- 추밀원 내부에 황제와 다른 방향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혹은, 황제의 방향이 아닌 제국의 방향을 보는 사람이.
연대기의 눈이 홍채 위에서 미세하게 빛났다. 금빛 문양이 피어올랐다.
【추밀원 발신 서신 --- 발신자 특정 불가. 함정 확률: 22%. 정보 제공 목적 확률: 54%】
54%. 절반을 넘었다. 22%의 함정도 남아 있었다. 다섯 번 중 한 번은 문이 아니라 덫이었다.
문양이 사라지며 뒷목에 열이 올랐다. 예비 신호였다. 엘리제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서재를 떠올리려 했다. 책장의 높이. 가죽 표지의 냄새. 창 너머로 들어오는 오후 빛의 각도. 아버지가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는 뒷모습. 넓은 어깨. 펜이 양피지 위를 긁는 소리.
떠올랐다. 아직은 남아 있었다.
눈을 떴다. 서신을 서랍에 넣고 잠갔다. 잠그는 순간, 서랍 안에 비밀이 하나 더 추가되는 무게를 손끝에서 느꼈다.
창밖으로 솔라리스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격자형 도로를 따라 등불이 줄지어 빛나고 있었다. 전생의 엘리제는 이 풍경을 보지 못했다. 커튼을 치고 살았으니까. 이번 생에는 커튼을 열었다. 열어야 보인다. 보여야 바꿀 수 있다.
엘리제는 펜을 들었다. 새 양피지 위에 내일의 할 일을 적기 시작했다. 오전: 공개 열람 전환 공문 발송. 오후: 선제후 연합 공문에 대한 답변 초안. 저녁: 검은 거미 네트워크 정기 보고 수합. 적으며 생각했다 --- 전생에서 10년 동안 한 것보다 많은 결정을 오늘 하루에 내렸다.
같은 침전. 같은 탁자. 하지만 전생에서 이 탁자 위에는 찻잔과 수놓기 도구가 있었다. 지금은 서류와 인장함이 있었다. 탁자 위의 물건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할 일 목록 맨 아래에 한 줄을 추가했다.
'추밀원 면담 준비. 호위 없이. 마르타만.'
사흘 뒤. 추밀원 문서고 지하 2층.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엘리제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