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 음계 상점의 공기는 폐기된 고철의 비릿한 냄새와 타버린 전선의 탄내로 가득했다. 천장에 매달린 붉은 조명이 비명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수술대 위의 세라를 비췄다. 그녀의 왼쪽 손목부터 손가락 끝까지는 이미 인간의 부드러운 살결이 아니었다. 거칠게 일어난 나무껍질 같은 재질이 생피부를 뚫고 돋아나 있었다. 그 틈새마다 부러진 건반의 파편들이 시커먼 흉터처럼 박혀 있었다.
카이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정교한 핀셋을 들고 세라의 손가락 마디를 고정했다. 그가 신경 사이에 깊숙이 박힌 골드 건반 조각을 건드릴 때마다 세라의 어깨가 짧게 들썩였다. 챙강. 차가운 금속 쟁반 위로 핏기가 가시지 않은 금색 파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비명이 터져 나올 법한 고통이었지만 세라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장에 매달린 낡은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진동에 집중했다. 진동의 주기가 어긋날 때마다 손끝의 통증이 수치화되어 머릿속에 차갑게 기록되었다. 신경을 긁는 금속음이 암시장의 소음과 섞여 기괴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카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핀셋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세라의 손가락 마디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뒤틀리며 나무 재질로 변한 외피가 바스러졌다.
참지 말고 소리라도 지르지 그래.
카이가 능청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세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벽면에 걸린 낡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너머로 화려한 조명에 휩싸인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엘라라였다. 그녀는 평소의 고결한 모습 그대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인터뷰 현장에 앉아 있었다. 엘라라의 옆에는 낯선 청년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새로운 조율사였다. 화면 속 엘라라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살짝 찍어내며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입술이 달싹일 때마다 스피커를 통해 가식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믿었던 친구이자 조율사였던 세라가 제 재능을 시기해 도망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조율이 어긋난 악기를 버려두고 사라진 그녀를 원망하지는 않아요. 다만 음악을 모독한 그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죠.
세라의 눈동자가 금속성 광택을 내뿜으며 가늘어졌다. 화면 속 엘라라가 짓는 그 자애로운 미소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보였다. 독주회 날, 자신의 신경을 피아노 건반에 연결하고 고통을 흡수하던 세라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그 눈빛이 떠올랐다. 목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장이 조여드는 감각이 손가락 끝의 통증보다 선명하게 전신을 훑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출 때마다 내 뼈가 깎여 나가는 기분이야.
세라가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는 거친 사포질 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세라는 수술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당장이라도 저 방송국으로 달려가 엘라라의 멱살을 잡고 진실을 포효하고 싶었다. 조율사의 희생을 거름 삼아 핀 가짜 꽃의 실체를 도시 전체에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카이의 거친 손이 세라의 어깨를 강하게 억눌렀다.
수술대 가장자리를 잡은 그의 손등에 굵은 힘줄이 솟아올랐다. 카이는 껌을 씹던 입술을 멈추고 평소의 장난기를 지운 채 세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금 그 꼴로 어딜 가게.
카이의 목소리는 차가운 얼음 송곳처럼 세라의 이성을 찔렀다. 그는 쟁반 위에 수북이 쌓인 금속 파편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세라의 손은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고, 나무처럼 굳어버린 피부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왔다.
유리 성당 근처에 가기도 전에 원로원의 조율 수치 측정기에 걸려서 폐기물 처리장으로 직행할걸. 네 공명 주기는 이미 인간의 범위를 벗어났어. 넌 지금 걸어 다니는 불협화음이야.
카이의 경고에도 세라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엘라라가 새로운 조율사의 손을 잡고 완벽한 화합을 약속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세라는 자신의 자산을 몰수하고 신체까지 담보로 잡았던 계약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손가락과 타오르는 증오뿐이었다.
세라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수술대 바닥을 거칠게 긁었다. 금속 판에 날카로운 긁힘 소리가 나며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녀의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공명력이 주변의 기계 장치들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암시장의 전등이 거세게 깜빡이다가 펑 소리를 내며 몇 개가 터져 나갔다. 카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세라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 색이 변하고 있었다. 단순히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세라의 체내에 흐르는 에너지가 도시 지하를 흐르는 거대한 동력원과 동기화되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 뭉치를 꺼내 세라의 눈앞에 펼쳤다. 그것은 복잡한 기계 회로와 파이프라인이 얽혀 있는 설계도였다.
중심부에는 거대한 시계추 모양의 장치가 그려져 있었다.
메트로놈 엔진이야. 도시의 모든 공명 에너지를 제어하고 분배하는 심장이지.
카이의 손가락이 설계도의 정중앙을 짚었다. 세라는 그 도면을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둔탁한 박동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의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도시 전체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계의 맥박이었다. 이 엔진을 조율할 수 있다면 도시 전체의 공명을 멈출 수 있었다.
엘라라의 무대도, 원로원의 권력도, 그들이 만든 이 가식적인 오케스트라도 전부 정적 속에 잠기게 되겠지.
카이는 설계도를 세라의 손에 쥐여주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세라의 손가락 끝이 설계도 위의 엔진 핵 부분에 닿았다. 그 순간, 세라의 손목에 박힌 증폭기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거세게 진동했다. 설계도 너머 거대한 엔진실의 환영이 세라의 머릿속을 스쳤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뇌리를 울렸다. 세라는 떨리는 손으로 설계도를 움켜쥐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조용한 상점 안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완전히 금속성 광택으로 덮여 있었다. 세라는 고개를 들어 카이를 바라보았다.
살의로 가득 찬 미소가 그녀의 일그러진 입술 끝에 매달렸다. 세라가 설계도 위에 손을 올리자, 손가락 끝의 나무껍질 사이에서 푸른 불꽃이 튀어 오르며 도면의 선들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이 소리가 들려?
세라가 카이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