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찢어지는 굉음이 등 뒤를 할퀴었다. 카이는 세라의 손목을 낚아챈 채 안개의 절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집행관들의 금속 장화가 보도블록을 짓이기는 소리가 추격의 고삐를 죄었다. 세라의 시야가 가쁘게 흔들리며 바닥에 깔린 습기가 폐부로 들이닥쳤다. 거친 숨을 내뱉을 때마다 목구멍이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잠시만 참아. 이거 안 끼우면 팔 통째로 날아가니까.
카이가 세라를 골목 모퉁이에 밀어붙이며 품에서 차가운 금속 뭉치를 꺼냈다. 그것은 조율사 연맹에서 엄격히 금지한 불법 공명 증폭기였다. 그는 세라의 굳어버린 왼손가락 마디에 기계 장치를 강제로 끼워 넣었다. 세라의 손가락은 이미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변해 있었다.
끼릭, 기괴한 톱니바퀴 회전음이 고요한 골목을 가득 채웠다. 생살을 파고드는 금속의 감각에 세라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찌릿한 전기 신호가 척추를 타고 뇌수까지 뻗어 나갔다. 눈앞이 번쩍이며 감각이 마비되는 착각이 들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세라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카이는 그녀의 어깨를 꽉 누르며 주변의 진동을 살폈다. 멀리 유리 성당의 실루엣이 푸른 안개 너머로 일렁였다. 공명 증폭기는 세라의 신경계에 기생하듯 뿌리를 내리며 박동하기 시작했다. 기계 장치의 진동이 심장 박동과 엇박자로 충돌했다.
갑자기 세라의 귓가에서 기계음 섞인 중저음이 울렸다. 허공에 푸른색 홀로그램 패널이 떠오르며 도시 통제 시스템의 경고창이 점멸했다. 빅토르 의원의 서늘한 목소리가 세라의 신경계에 직접 박혀 들어왔다.
담보물 확정 명령을 하달한다. 조율사 04호, 세라.
세라의 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경직되었다. 원격으로 전송된 구속 코드가 그녀의 근육을 강제로 수축시켰다. 손가락 끝의 악기화 현상이 급속도로 번지며 피부 위로 나무 옹이 같은 무늬가 돋았다. 뼈마디가 뒤틀리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게 울렸다.
너의 소유권은 이제 솔리스트 협회로 완전히 이전되었다. 저항은 시스템의 부조화를 초래할 뿐이다.
빅토르 의원의 목소리는 감정이 거세된 기계 장치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세라를 인간이 아닌,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피아노의 부속품으로 취급했다. 세라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위를 향해 뒤집혔다. 잇새로 신음이 새어 나왔지만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죽기 싫으면 그 고귀한 손가락으로 세상을 한번 들이받아 보든가.
카이가 세라의 뺨을 가볍게 툭툭 치며 속삭였다. 그의 손에는 이미 소형 공명 유도 장치가 들려 있었다. 카이는 세라의 공명력이 역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방화벽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장치의 표면이 열을 내며 붉게 달아올랐다.
세라의 머릿속에서 엘라라의 연주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찬란한 조명 아래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미소 짓던 그 가식적인 얼굴. 자신을 도구로 부리다 폐기 보고서를 올리던 그 차가운 손길이 떠올랐다. 배신당한 조율사들의 이름이 적힌 기록실의 잔상이 뇌리를 스쳤다.
목 안쪽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슬픔도, 두려움도 아닌 명백한 살의였다. 세라의 손가락 끝에 끼워진 증폭기가 붉게 과열되며 주변의 대기를 뒤틀었다. 공기가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기압이 급격히 변했다.
집행관들이 골목 입구를 포위하며 공명 진압봉을 치켜들었다. 그들이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 도시 전체를 유지하던 메트로놈의 진동 주기가 일시적으로 멈췄다. 정적이 도시를 지배했고, 모든 기계 장치가 숨을 죽였다. 기이한 침묵이 고막을 압박해왔다.
아아아악!
세라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내리쳤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순수한 무공명 에너지가 폭풍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바닥의 돌들이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치솟았다.
콰광, 굉음과 함께 집행관들의 갑옷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들이 들고 있던 공명 무기들이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강력한 충격파에 골목의 벽면이 무너져 내리고 지면이 갈라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병사들이 어둠 속으로 튕겨 나갔다.
폭주의 반동은 처절했다. 세라의 몸은 뒤로 튕겨 나가며 안개의 절벽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손끝에는 부서진 공명 결정의 파편들이 눈물처럼 맺혔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거칠게 스쳤다.
이러면 계산이 복잡해지는데.
카이가 절벽 끝에서 몸을 날려 추락하는 세라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와이어를 근처 구조물에 고정하며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두 사람의 형체는 짙은 안개 속으로 순식간에 매몰되었다. 와이어가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멀리 유리 성당의 발코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빅토르 의원이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 그의 안경 너머로 비친 세라의 잔상이 서늘한 안광을 내뿜었다. 그는 입가에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며 시계 태엽을 감았다.
불량품의 범주를 넘어섰군.
빅토르는 통신 장치의 전원을 끄고 어둠이 깔린 암시장 음계 상점의 비밀 통로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는 품 안에서 낡은 악보 한 장을 꺼내어 천천히 찢어버렸다.
이건 연주가 아니라 소음이군.
빅토르가 발길을 돌리자마자 세라가 사라진 절벽 아래에서 거대한 기계 장치의 가동음이 들려왔다. 도시의 심장부인 메트로놈 엔진이 세라의 폭주에 반응하여 거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추락하는 와중에도 세라의 손목에 박힌 증폭기를 확인했다. 붉은 빛이 꺼지지 않고 오히려 세라의 혈관을 타고 어깨까지 번지고 있었다.
세라, 정신 차려. 너 지금 악기화가 멈추지 않아.
카이의 외침에도 세라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금속성 광택을 띠고 있었다. 세라가 카이의 팔을 잡자 그의 옷 소매가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 들어갔다.
카이는 당황하며 그녀를 밀쳐내려 했지만 세라의 악력은 이미 인간의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이며 무너진 도시의 소음을 흉내 냈다.
조율해줄게, 전부 다.
세라의 손가락 끝에서 솟아난 날카로운 건반 조각이 카이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찔렀다.